2,000년 전에 이미 온실재배가 있었다고 하면 어쩐지 '백발 삼천장' 이란 표현처럼 과장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여기에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한나라 원제 때, 즉 기원전 30년대에 황제의 식사를 담당하던 '태관'의 채소밭에서는 겨울에도 파, 부추와 같은 채소를 재배했는데, 그 위에 지붕을 씌우고 울타리를 두른 다음 밤낮으로 불을 지핌으로써 기온을 올려 생육을 빠르게 했다고 한다. 이것은 궁중의 이야기인데,『염철론』에 나오는 것은 민간에서 행해지던 온실재배였다.

연회음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산부족」에 따르면, 옛날에는 마을에서 주연이 벌어지면, 연장자 앞에는 성찬이 가득 담긴 접시를 늘어놓지만 젊은이들은 모두 선 채로 된장과 고기요리 1품밖에 먹지 못했다. 그러나 한대에는 손님을 대접하거나 결혼피로연에 손님을 초대할 때 콩을 넣어 끓인 국과 조밥, 육회와 조리한 고기를 내놓게 되었다. 잔치에는 뼈째로 요리한 고기가 많이 늘어놓이고, 불에 직접 굽거나 꼬치에 꿰어 구운 음식이 소반 가득 차려졌다. 음식재료는 자라, 잉어, 새끼사슴, 생선 알, 메추라기, 복어, 칠성장어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고, 과일로는 귤, 킹마 등이 있었다. 조미료에도 젓갈, 식초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계층에 따른 음식물의 격차도 줄어 들었다. 옛날에는 소는 제후들이 제사 때만 썼지만, 한대로 오면 재력이 있는 일반 백성들도 제사에 소를 올리게 되었고, 중류층 사람들도 이전에 사대부가 제사에 썼던 소나 개를 잡아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옛날에는 제사 지낼 때 생선과 콩 밖에 쓰지 못했던 가난한 사람들조자도 닭과 돼지고기를 올리게 되었다고 기술 되어 있다.

긴 역사와 넓은 땅을 바탕으로 변화를 거듭해온 중국요리는 우리에게도 가장 친숙한 외식거리 중 하나지만 그 역사에 대해서는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중·일 비교문화사학자인 저자는 시대별로 관심을 끄는 주제를 잡아 4,000년의 중국 문화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br/>　 <br/>▲공자는 무엇을 먹었을까〓<논어>에 나오는 일화를 통해 볼 때 2,500년 전 춘추시대에 살았던 공자의 식탁에 오른 것은 소반에 차려낸 기장밥이었다. 그리고 공자는 기장밥을 손으로 집어먹었다. <br/>　 <br/>당시에는 넓은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특정 곡물을 재배하지 못해 일정한 주식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사대부들은 조·기장 등을 먹었다. 콩은 하층민이 주로 먹었고, 쌀은 사치스러운 음식이었다. 젓가락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은나라 때지만 춘추시대에는 젓가락이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예기>에는 기장밥을 먹는 데 젓가락을 써서는 안된다는 말이 나온다. <br/>　 <br/>▲개고기가 왜 사라졌을까〓중국은 신석기시대부터 개를 기르고 먹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황제의 제사에도 쓰였고 개백정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일상적인 육류였다. 중국에서 개를 먹는 습관이 사라진 것은 북방 민족의 남하에 따른 것이다. <br/>　 <br/>개를 즐겨 먹었던 한족과 달리 선비족을 비롯해 다른 수렵 민족은 개를 신성시했다. 선비족은 개에게 최고 작위를 내리기도 했고, 늑대 토템이 있는 돌궐족은 개를 늑대의 자손으로 생각했다. 이런 민족들이 한족 문화권으로 들어오면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점점 사라졌고, 당나라 이후에는 광둥 지방을 제외하고는 전혀 먹지 않게 됐다. <br/>　 <br/>▲진시황제는 샥스핀을 못 먹었다〓'마누라를 잡혀서라도 먹어봐야 한다'고 할 만큼 유명한 것이 상어지느러미 요리다. 하지만 진시황제도, 원의 칭기즈칸도 입에서 살살 녹는 상어지느러미를 맛보지 못했다. 이 요리의 역사는 불과 400년에 지나지 않는다. 17세기에 나타난 이 요리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야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돼 연회에 빠지지 않는 고급요리로 자리잡았다. <br/>　 <br/>하지만 온갖 산해진미가 등장하는 청나라 때의 소설 <홍루몽>에는 유독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빠져 있다. 동북의 내륙에서 생활해 해산물을 먹어 보지 못한 만주족의 식습관 때문. 그러나 이들의 식습관도 서서히 변했고, 마지막 황제 푸이는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br/>　 <br/>이밖에도 가로로 놓던 젓가락을 언제부터 세로로 놓았는지, 면류의 역사는 얼마나 됐는지 등 중국 요리의 대향연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