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1인당 GDP에 대해 물어보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모범답안 하나를 준비해 봤습니다. “글쎄, 내가 『경제의 질문들』이라는 책에서 봤거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만든 유명한 경제모형이 있는데, 그 모형을 이용하면 1인당 GDP의 국가별 차이를 설명할 수 있대. 한국이 옛날에 경제규모가 비슷했던 나라들보다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저축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더라고? 한국인들은 소비와 저축(투자)이라는 선택지 가운데 저축을 더 선호했고, 그래서 생산 설비 같은 것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었대. 늘어난 생산 설비를 이용해 생산을 많이 했고, 그것이 1인당 GDP 상승으로 이어진 거야.”
---「1장 GDP」중에서
실질이자율은 화폐 단위가 아니라 재화 단위를 기준으로 측정하는 이자율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여섯 번은 치킨과 맥주를 먹는 오치맥 씨에게 여유자금 100만 원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오치맥 씨가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다름 아닌 치킨입니다. 치킨 가격이 2만 원이라면, 그에게 여유자금 100만 원은 ‘50치킨’인 셈이죠. 만약 치맥 씨가 2% (명목)이자율을 지급하는 정기예금에 100만 원을 예치하면, 화폐 단위 기준으로 2만 원의 이자가 생기죠. 하지만 치맥 씨는 치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인지라 이자로 받는 2만 원보다는 그 돈으로 치킨을 얼마나 사먹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그에게 정기예금에 대한 이자는 2만 원이 아닌 ‘1치킨’입니다. 이처럼 화폐 단위가 아닌, 치킨과 같은 재화 단위로 이자율을 계산하는 것을 실질이자율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치맥 씨 기준으로 보면 ‘50치킨’을 예금해서 이자 ‘1치킨’을 받았으니, 실질이자율도 명목이자율과 같은 2%(1치킨/50치킨)가 되겠네요.그런데 말입니다. 1년 뒤 은행에서 정기예금의 원금에 이자를 더한 102만 원을 찾고서 곧바로 치킨집으로 향한 오치맥 씨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입니다. 그사이 치킨 가격이 올랐거든요. 치맥 씨가 100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어둔 1년 동안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 원에서 2만 1,000원으로 5% 올랐어요. 예금에 대한 이자로 받은 2만 원으로는 이제 치킨 한 마리도 사 먹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자만이 아닙니다. 1년 전에는 원금만 ‘50치킨’이었는데, 이제는 원금에 이자까지 다 합쳐도 ‘48.5치킨’뿐입니다. 치맥 씨의 부는 오히려 줄어든 셈이죠. 치맥 씨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습니다. 일상에서 늘 마주치는 명목이자율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이자율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3장 이자율」중에서
이론적으로 보면, 물가 하락을 통해 경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불황에 따른 실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상황이 저절로 나아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죠. 잘못하다가는 상황이 더 나빠져서 불황이 공황(depression)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중앙은행과 정부입니다. 외부 충격으로부터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정부는 재정정책을 씁니다. 단기적 경제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안정화 정책(stabilization policy)’이라 부릅니다.
---「5장 경제변동」중에서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호황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최소한 자신의 임기 동안에는 즐거운 파티가 계속되기를 바라죠. 하지만 파티가 길어질수록 파티에 들어가는 비용도 증가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적당한 시점에 파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맡습니다. 호황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비용을 청구하는데,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가치의 하락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죠. 파티를 이어가려고 하는 정치인들 앞에서도 중앙은행은 소신대로 파티를 끝내야 합니다.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6장 통화정책」중에서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여러분의 소득세율을 일시적으로 인하한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여기, 은행 앱을 열어 급여계좌의 잔고를 확인하고 있는 오경제 씨(32세, 직장인)가 있습니다. 소득세율 인하로 월급의 실수령액이 늘어났네요. 실제 연봉은 그대로이지만, 내야 하는 세금이 줄어들어 왠지 돈을 더 번 것처럼 신이 난 오경제 씨는 바로 인터넷 쇼핑몰의 앱을 켭니다. 그리고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두었던 한정판 상품의 결제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오경제 씨의 뇌리를 강하게 치고 지나갑니다. ‘잠깐, 이거 왠지 조삼모사 같은데? 이번에 정부가 일시적으로 소득세율을 깎아주긴 했지만, 그러면 분명히 정부의 세입은 줄어들 테고, 그 결과 정부의 부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나지 않을까? 그럼 나중에는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더 걷는 것 아냐?’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오경제 씨는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상품의 결제 버튼 대신 삭제 버튼을 누릅니다. 어차피 나중에 다시 내야 하는 세금이니, 굳이 지금 소비해서 없애기보다 그냥 통장에 넣어두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장래에 증가하게 될 조세를 예상해 소비를 당장 늘리지 않는다는 것이 리카디언의 등가입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조세 감면이 수요의 증가, 즉 경기부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7장 재정정책」중에서
한국은행이 달러 부채를 갚기 위해 원화를 많이 찍어내도 마찬가지로 물가가 오릅니다.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물건을 사기 위해 한국은행권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는 뜻입니다. 즉 원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죠. 명목환율은 두 국가 간의 화폐 교환 비율이므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명목환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달러 빚을 갚기 위해 원화를 더 찍어냈는데, 이로 인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서 갚아야 하는 달러 빚 부담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달러의 발권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때그때 원화처럼 자유롭게 달러를 찍어낼 수 없다는 것이죠.
---「9장 환율 II」중에서
채권 수익률을 올려주는 것은 채권 가격을 깎아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씀드렸죠. 이렇게 채권의 가격을 깎아주는 것을 ‘할인(discount)’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채권의 가격이 이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 현금흐름의 합보다 얼마나 낮은지를 측정하는 개념이 ‘할인율(discount rate)’입니다. 경제를 관통하는 이자율 개념의 큰 그림을 잡기 위해서는 할인율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할인율은 앞에서 계속 이야기한 채권의 수익률과 결국 같은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10장 이자율 II」중에서
한계 생산물 체감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꾀하는 여러 가지 이론적 설명 가운데 제가 소개해드릴 것은 로머 모형입니다. 2018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Paul Romer)가 만든 경제성장 모형으로, 핵심은 바로 ‘아이디어(idea)’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에 활용함으로써 한계생산물 체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12장 GDP II」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