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간은 부뚜막을 설치하고 아궁이 위에 가마솥을 걸게 되므로 ‘아궁이·부뚜막·가마솥’은 하나의 구조로 묶여 있다. 따라서 대중이 많은 사찰 공양간에는 서너 개의 아궁이에 묵직한 가마솥을 걸고 용도별로 사용하게 된다. 사찰마다 부뚜막 위에는 공양간을 관장하는 조왕(?王)을 모시면서 섬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공양간은 대중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고 불을 다루는 영역이기에, 이곳에 적합한 신격을 모심으로써 신성한 공간을 갖추는 것이다.
---「03 사찰의 살림살이 공간」중에서
대방이나 공양간 근처에는 작은 나무 팻말에 각각의 대중 법명을 적어서 걸어 두는 사찰이 많았다. 이 명패는 공양과 관련된 것이기에 공양좌목(供養座目)이라고도 불렀다. 외출하거나 끼니를 먹지 않을 때 자신의 명패를 뒤집어 놓아, 쌀을 내주는 미감(米監)이 그걸 보고 ‘서 홉’으로 쌀을 내어 공양주에게 주었다. 실제 공양할 인원만큼만 밥을 하여 한 치도 낭비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04 식량 마련하기」중에서
옛날엔 울력이 참 많았어요. 점심 먹고 나면 산에서 나물 캐는 울력, 들에 모심는 울력, 노다지 울력이었어요. 반찬은 김치랑 나물 한두 가지, 그게 다였어요. 대중이 많다 보니 늘 부족했죠. 그래도 그때는 신심이 발동했어요. 그렇게 일을 했어도 저녁에 씻고 예불 마치고 한 9시 되면 두세 명이 ‘우리 오늘 삼천 배 하자.’ 그러면 딱 법당에 들어가. 그거를 수시로 했어요. 삼천 배 하면 거의 3시 예불 전까지 되거든요.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신심으로 지금 행복하게 잘 사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그렇게 했어요.
---「04 식량 마련하기」중에서
별좌(別座)는 원주를 도와 공양간을 이끌며 중간 역할을 하는 돌림 소임이다. 주로 강원이 있는 사찰에서 고학년 가운데 음식솜씨 있는 학인을 별좌로 두었다. 자신이 맡은 일만 하는 공양주·채공·갱두 등의 소임은 대개 닷새·일주일씩이지만, 관리를 겸하는 별좌의 경우 지속성이 필요하기에 몇 달씩 돌아가며 소임을 살았다. 따라서 별좌는 원주와 함께 밭에 심을 작물과 나물을 채취할 시기, 한 주의 식단과 시장에서 살 품목 등 후원의 크고 작은 일들을 의논하였다. 아울러 아래 소임자들을 이끌며 별식이나 새 반찬을 만드는 일도 별좌의 중요한 몫이었다.
---「05 수행정진의 일상사로서 후원문화」중에서
특히 밥을 분배할 때는 일정한 양을 담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일정하게 담지 않으면 뒷사람의 밥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정확한 배식을 위해 모래나 눈으로 연습하는 승려도 있었다. 만약 밥이 모자라면 제일 먼저 배식한 승려부터 시작하여 차례로 내려가면서 “감반(減飯)입니다.”라고 하면, 각자 한 숟가락씩 자신의 밥을 덜어 주었다. 행익은 대중 수에 따라 1∼4개의 조가 움직이고, 한 조마다 3명이 배당되니 최소 3명에서 최대 12명이 필요하다. 그 밖에 찬상을 들이고 내가는 일은 행익과 함께 여럿이서 함께 하는 것이 관례이다. 행익을 하는 이들은 음식을 나눈 다음 공양을 해야 하니 늘 시간이 부족하여 밥을 적게 받았다고 한다.
---「06 수행자의 일상식, 발우공양」중에서
동대문 청룡사에서는 섣달그믐 저녁에 떡과 여러 재물을 차려 놓고 대중이 모여 조왕불공을 올리는데, 이때 반드시 관음불공도 함께하는 전통이 있다. 한 승려는 관음불공, 한 승려는 조왕불공을 한 다음 마지막에 모두 조왕단으로 모여 조왕청과 재주齋主 축원을 하면서 절을 올리는 것이다. 만약 불공할 인원이 없으면 관음불공을 먼저 한 다음에 조왕불공을 올린다. 한국불교의 관음신앙이 깊어, 조왕이 내리는 가피와 관음보살의 자비에 함께 의지하려는 마음을 살필 수 있다.
---「07 후원의 민속과 세시 음식문화」중에서
맨날 밥을 말려야 돼. 정월에 밥 말린 걸 초파일까지 먹고, 초파일날 말리면 칠석까지 먹고. 밥이 지천이야. 온 산꼭대기 바위마다 밥을 말리는 게 일이야. 여름 겨울 없이. 또 새가 와서 밥을 가져가니까 새 쫓는 일이 큰 일이야. 그걸 독에 넣어 놨다가 쪄 먹는 거지. 밥을 말리는 것도 너무 많으니까, 봄에 솔잎을 뽑아다가 그걸 갈아. 그러면 즙이 나오잖아. 그렇게 밥을 한 켜 놓고 그걸 한 켜 놓고 하면 밥이 붇지를 않아. 그걸 꺼내서 씻어서 밥을 해 먹었거든. 난 어릴 때 그 솔잎 냄새가 정말 싫은 거야, 떫은맛. 독에다가 그렇게 해 놓은 걸 꺼내다 씻어서 밥을 깔고 불을 때면, 솥이 달 때 바가지로 물을 확 끼얹으면 김이 촥 올라오잖아. 뚜껑 딱 덮으면, 그러면 밥이 쪄지지.
---「07 후원의 민속과 세시 음식문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