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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59쪽 | 318g | 150*220*15mm
ISBN13 9788990828699
ISBN10 8990828694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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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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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윤수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학부를 나왔다. 출판 편집자와 지역 신문 기자를 거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 여름의 가출 일기》, 《정대세의 눈물》, 《고마워요, 행복한 왕자》, 《여우 세탁소》, 《빨간 매미》,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온 세상에 기쁨이 가득》, 《1학년이 나가신다!》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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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겁결에 손가락을 걸고 내일 또 오기로 약속했다. 내일 또……. 이 동네에서 무언가가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그런 식으로 생각한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나는 나다. 누구보다도 음험하고 형편없다. 기대하지 마, 아무것도. 고작 사는 집이 바뀐 거 가지고 뭐가 달라지겠어. 힘주어 나를 타일렀다. 그럼에도 집에 오는 길에는 자전거가 여느 때보다 가볍게 굴러갔다.
--- p.12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지는 않다. 엄마는 여름 방학 들어서 생긴 일을 아직도 신경 쓰는 것 같다. 내가 아직 그 일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그런 일로 상처를 받다니,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에는 조금 상처를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은 마음이 넓은 편이라 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럭저럭 우등생 축에 들어서 선생님의 신뢰도 두터운 편이었고 부모님도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남몰래 도시나리를 괴롭혔다. 얼마 전에는 처음으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렸다.
--- p.15

그런데 내 마음은 조금씩 조금씩 버석버석 말라 가고, 보풀이 일고,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학교에 가는 게 고통스럽고, 엄마가 피아노 가르치는 소리조차 듣기 싫어졌다. 목이 바싹 마른 채로 물 없는 사막을 걷는 것 같았다. 물을 마시고 싶다. 차고 맑은 물을…….
--- p.43

나한테는 학교 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학원도 다닌다. ‘차이’란 말을 아는 건 단지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아는 놈이 대단하다. 잘하는 놈이 존경받는다. 그건 어쩌면 이상한 일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런 식으로 말해 줬으면 좋았을 텐데…….
--- p.62

손가락이 건반 위를 달린다.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엘리제를 위하여, 엘리제를 위하여.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에이타를 위하여. 누군가를 위해 좋아하는 피아노를 치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다니!
--- p.107

“노숙자 아저씨들도 일을 해. 하지만 아파트 같은 거 빌릴 만한 돈, 어지간해서는 모을 수 없어.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노숙자는 대낮부터 뒹굴거리기나 하고 일할 의욕도 없다고 지껄이지.”
--- p.118

“에이타는 바보가 아냐. 노사가 그랬어. 남보다 천천히 걷는 것뿐이래.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대. 난 꼭 걔를 지킬 거야.”
난 할 말을 잃었다. 천천히 걷는 것뿐. 그 말이 마음을 찌른다. 도시나리도……. 나는 도시나리가 굼뜨다고 녀석을 바보 취급해 왔는데.
--- p.122

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숲에서 얼마나 마음이 차분해졌는가 하는 거다. 거기 드나들면서 여러 가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나마 나 자신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거 모를 테지. 그래, 난 알고 있었다. 엄마 아빠는 이해 못 할 거라는 걸. 그래서 숲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거다.
--- p.129~130

나는 이제 엄마 아빠를 잘 모르겠다. 상냥한 엄마, 이해심 많은 아빠,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다. 엄마 아빠는 “너 좋을 대로 해라.” 하고 말하면서도 반드시 어느 길을 가리킨다. “이 길을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가즈키, 넌 어떻게 하고 싶니? 결정은 네 몫이야.” 지금까지 부모가 가리킨 길을 내가 선택한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은 언제부턴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진실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게 교활한 내가 해 온 일이다.
--- p.131

“나 있지, 사립 입시 관두고 여기 중학교 갈 거야. 그러니까 내년 봄에 학교에서 만날 수 있어.”
그래, 난 이 동네 학교에 갈 거다. 나는 유카를 똑바로 보았다. 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직 한 사람 몫을 못 해. 그러니까 학교에 가야지. 그동안 재능 없다고 핑계를 대면서 계속 도망쳤거든. 그런데 사실은 누군가가 인정해 주기 바랐다는 걸 알았어. 노사가 가르쳐 줬어.”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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