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붓은 발리 남부 지역과는 상이한 자연환경을 가졌다. 꾸따, 사누르, 누사두아 지역의 해안 중심의 환경과는 다른 자연환경을 보인다. 우붓의 북쪽 지역은 해발 2,000미터 이상의 화산이 여러 개 있고, 계곡과 협곡을 따라 현지 주민이 경작한 계단식 논이 있다. 더하여 목공예 상품, 회화 그리고 일상적으로 실천되는 종교 의례가 있어 자연환경과 문화상품을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발리 남부 지역과 비교하여 관광발전에 소외된 이 지역 주민이 경제적 이득을 얻고 전통문화에 대한 자존감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혜택과 무형의 자신감은 자연환경 보존 담론을 추동하는 근본적 원인이 되었다. 나아가 그동안 대중관광이나 문화관광은 실행 과정에서 발리 외부에서 들어오는 대자본의 투자가 필수적으로 여겨졌다. 호텔, 대형 리조트, 공항,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이의 효율적 활용 역시 필요하다. 이에 반해 생태관광은 상대적으로 소자본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특히 우붓 지역은 뛰어난 자연환경과, 수박과 같은 전통문화유산이 관광의 주요한 대상이다. 이러한 연결고리가 결국 현지 주민에게 마을 전통 보존과 상품화의 필요성을 고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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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가 관광지화되기 이전부터 벼농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생산 체제에서 수리조합이자 관개수로를 일컫는 ‘수박’은 발리 전통 생산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였다. 고고학자의 발굴과 사회-경제적 작동 방식, 즉 관개수로 시설 설립을 위한 정치권력과 청동기와 철을 사용한 것으로 보아 발리 지역에서 약 2,000년 전부터 관개를 통한 농경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Pringle 2004: 33-35).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리에서 농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물의 효율적 관리다. 특히 발리와 같은 화산섬에서 농사의 성공 여부는 산 정상의 물이 산 아래 지역까지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되느냐에 달려 있다.
더욱이 우기와 건기의 구분이 명확하고 2년 동안 4모작이 이루어지는 자연환경에서 물 관리는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관개배수 시설의 신설과 보수 관리를 위해 주민 상호 간의 협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수박이라는 조직이 구성되었다. 특히 물의 관리와 더불어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모내기와 추수 등 농업 생산 체계 전반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수박이 생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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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섬이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문화관광은 이 지역을 여타 휴양지와 차별화된 관광대상물로 부각시켰다. 발리 관광의 다양성을 부여하는 전통문화의 일차적인 생산 장소이자 이를 유지하는 집단은 반자르와 반자르의 주민이다. 반자르는 크게 2개로 구별되는데 반자르 아닷(banjar adat)과 반자르 디나스(banjar dinas)가 있다. 반자르 아닷에서 아닷은 아라비아어로 ‘관습’을 의미하며, 반자르 아닷은 종교적인 활동을 공통으로 실천하는 집단이다. 반자르 디나스는 국가에 의해 구획된 행정 마을이라는 의미다. 반자르 아닷과 반자르 디나스의 책임자인 끌리안 아닷(kelian adat)과 끌리안 디나스(kelian dinas)는 각각 주민에 의해 선출한다. 일부 마을은 1명이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발리에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반자르 아닷과 반자르 디나스의 범위는 일치하고 전통 행사 등을 주관하는 끌리안 아닷과 행정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끌리안 디나스를 구별하여 선출한다. 일부 마을은 두 가지 임무의 중복으로 1명의 끌리안을 선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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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란 준비와 실천에서 가장 뚜렷한 차이는 여성과 남성의 역할의 명확한 구분이다. 여성은 사원 제례에 쓰일 음식과 제물로 만든 탑인 그봉안을 장만하고, 그봉안을 머리에 이고 오달란 기간 동안 매일 저녁 6시 발레에 모여 달럼 사원까지 행진한다. 남성은 오달란 의례를 위해 사원을 정비하고 의례 진행을 담당한다. 달럼 뉴꾸닝 사원의 오달란 의례 이틀 전부터 마을 남성들은 사원 주위를 청소하고 사원 건물에 노란 천을 두른다. 행사 전날에는 의례에 쓰일 제물을 아내와 함께 준비한다. 부부가 새벽시장에 가서 그봉안 제작에 쓰일 바나나, 사과, 오렌지, 쌀, 닭고기 등을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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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기 의례는 발리인의 장례와 성인식 의례 중 가장 중요한 의례다. 사회의 정식 구성원이 되기 위한 의례로, 성인식은 남녀가 함께 진행한다. 뉴꾸닝 마을 성인식에 참석한 아이는 80여 명이다. 이갈기 의례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이를 갈아주는 사제인 상깅(sangging)인데, 브라만 계급 출신의 사제인 뻐다단(pedadan)만이 이를 갈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초청하는 비용과 의례 관련 음식 등을 장만하는 데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기에, 이갈기 의례는 3년이나 5년에 한 번 진행한다. 2014년 이갈기 의례의 경우 5년 만에 진행되었다. 이갈기 대상은 미혼이며 아직 이를 갈지 않은 주민인데 대체로 20대 전후의 아이들이다. 이갈기 의례가 발리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갈기를 하지 않고 죽은 사람은 사후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수 없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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