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의 생태 특성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 요인으로 생물지리학적 요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좁은 의미의 생물지리학적 측면에서 보면, 미호강이 한반도 중부의 내륙을 흐르는 강이라는 점에서 각종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호강은 내륙의 중앙부를 흐르는 하천이기에 시베리아 등 북쪽 지역으로부터 한반도의 남해 습지, 제주 습지, 더 멀리는 일본 열도를 오가는 각종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대륙 북부에서 번식해 겨울이면 한반도 남해 습지 등을 오가는 고니류와 독수리 등이 겨울철이면 미호강에서 자주 목격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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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모두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물이 맑고 물 흐름이 빠르지 않으며 비교적 고운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는 곳을 선호하는 물고기들입니다. 미호강에서 이들이 중요한 것은 ‘모래의 강’ 미호강이 생태적으로 건강한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지표 어종들이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나 미호강에서 모래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사라질 물고기들이 바로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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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신종 발표된 미호종개는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의 등장은 단순히 ‘대한민국 어류 목록의 1종 추가’를 넘어서 세계 어류학자들로 하여금 미꾸리과 어류의 분류체계를 되돌아보게 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국 학자에 의해 한때 미호종개의 학명이 변경됐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졌던 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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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고유종인 이끼도롱뇽이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2003년 4월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대전국제학교 과학교사였던 스티픈 카슨(Stephen J. Karsen)이 대전 장태산에서 학생들과 야외 관찰학습 중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으며 2005년 신종 발표와 함께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 소개됨으로써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국내 서식지가 잇따라 밝혀져 타입 로컬리티인 대전 장태산 외에도 충청북도 청주(무심천 상류, 문의면, 미원면), 속리산, 월악산 일대, 충남 계룡산과 대둔산 일대, 전라북도 무주(덕유산), 진안, 완주 일대, 전라남도 내장산 일대, 경상남도 가야산 일대 등 20여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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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과 금강이 만나는 세종시 관내 합강리 부근에서 황오리들이 상당수 관찰되고 있습니다. 황오리와 관련해 미호강이 국제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미호강이 황오리의 주요 월동지로서 그들의 안녕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번식지와 이동 시기에 들르게 되는 중간기착지에서의 안녕도 중요하지만, 1년 중 가장 거친 환경과 맞서야 하는 겨울 기간 동안 월동지에서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건강이 크게 좌우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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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강 하면 떠오르는 겨울 철새가 있습니다. 황오리입니다. 황오리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선명한 주황색의 몸빛깔이 특징인 오리과의 대형종입니다. 몽골, 중국 북부, 러시아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 일본, 중국 남부 등에서 겨울을 납니다. 한국에는 해마다 겨울이면 2천 마리 가량이 찾아오는 ‘흔하지 않은 겨울 철새’로 경기도는 지난 2012년 5월 보호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황오리를 최소관심종(LC)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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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철 번식기가 되면 왜가리,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댕기해오라기 등 각종 백로과 새 수백 마리가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 번식에 들어갑니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 한창 자라는 7월~8월이면 백로 가족이 천여 마리로 불어나 더욱 장관을 이룹니다. 다른 백로 서식지들은 갈수록 개체수가 줄어드는 반면 이 서식지는 오히려 찾아오는 개체수가 늘고 있어 대조를 보입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청주 시내에 위치하던 소규모 서식지가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둥지 나무가 송두리째 베어지는 수난을 겪자 모두 이곳 서식지로 옮겨와 둥지를 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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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는 변하기 마련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와 환경 간의 유기적인 관계가 생태계의 본질인 이상 변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변화들이 ‘생태계의 좋지 않은 조짐’을 보여준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날 생태계에 나타나는 대부분의 변화가 생물종이 사라지거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경우인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없던 종이 새롭게 생겨난 경우에도 기존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귀화식물, 외래동식물의 사례에서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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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대전의 장태산에서 미주도롱뇽과의 한 종인 이끼도롱뇽이 발견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도 서식하고 있음이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종은 특히 대륙이동설과 생물 이동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동물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끼도롱뇽은 허파가 없어 피부호흡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종 특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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