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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소녀는 겨울이 좋다고 했다

여름소녀는 겨울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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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90쪽 | 130g | 128*205*5mm
ISBN13 9791197276293
ISBN10 119727629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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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새벽이다
새벽시장에 나가본다
공사현장을 마주하여 보면서

그님들의 가슴에
질펀하게 고인 깊은 상처들을
내 바구니에 담는다

저녁시장에도 들른다
하나같이 고슴도치 고비를
맞고 있다
또 수첩바구니를 열어
그림자를 채운다

사람 사는 냄새가 좋아
난 오늘도 외출하는
여자이다

자정 무렵
바구니를 풀어본다
그리고 우리 마을
사령탑 메뉴에 올린다

그리고 처방전을
만들려고 밤을 지새운다

또 다른 새벽이다
난 또다른 외출을 서두른다
---「외출하는 여자」중에서

여름소녀는 겨울이
좋다고 했다

겨울소년은 여름이
낫다고 했다

어느 날 소녀는
구름이 이르는
소리를 듣고서는
세상을 감싸는 설경雪景이
보고 싶었다

다른 어느 날 겨울소년은
푸른 여름이 좋아서
보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라는 세상소리를 듣는다

이제 너와 나는 우리의 날을
새로 꿈꿔야 할 것이다

녹슨 것은 지워내야 하고

시들어가는 화초에는 물을 주고
묵은 때가 묻은 마음일랑은
흐르는 물에 지워야 할 것이다
---「겨울소년」중에서

벚꽃십리길 이어진 삼신산의 쌍계사

산사를 에워 두른 수림樹林

모두, 산짐승들의 둥지이다

산사의 언저리
코스모스, 꽃무릇 한데 모여 법문을 듣고 있다

스님의 법문이 산허리를
휘감으며 은은하게 번진다

보살과 처사들이 법문에
눈귀를 곧추세우고
합장으로 화답하는 시간

법당을 맴도는 산새들과 찌르레기도
때맞춰 법문 엿듣는다

“물고기를 잡아오는 사람 물고기를 방생하는 사람”

법문시간이 마침표에 이르면

딴마음 멈춤하는 중생의 베적삼에
세속의 번뇌를 땀으로 적셔낸다
---「쌍계사의 오후 2시」중에서

그 지상낙원을 얼마나 찾아 다녔으며
오늘도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며 파도소리가 들리는
더 멀리 푸른 산이 보이며 새소리가 들리는

그곳만이 지상낙원인 줄 알았다

‘어’

밖은 온통 분홍꽃이 핀 푸른 나무가 있고,
심심치 않게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발자국소리,
조용히 날아 앉아 짹짹 웃어주는 새가 있는, 여기

우리집 베란다
여기가 지상낙원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고 에너지 충전을 위해서
무조건 찾아 나서야만 하는 오만한 생각은
오늘 나의 삶을 한층 더 성장하게 만든다
나는 오늘 찾은 여기에서 음악과 차로

꿈을 쓴다
---「온통 분홍꽃이 핀」중에서

둥지가 없어서 지하철 모서리에서
선잠을 부르는 노숙자들

날이 밝아도 갈 곳이 없어
정향을 모르고서 걸어가는 나그네들

하루 세 끼니를 한 끼니로
채우고 만족하는 이들

계절이 바뀌어도
단벌로 살아가는

믹스커피 한잔을
마실 수 없는 이들의 행렬을
나는 마주하여 기도할 것이다
---「선잠을 부르는 노숙자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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