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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푸른사상 시선-16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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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20g | 128*205*8mm
ISBN13 9791130819754
ISBN10 1130819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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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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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쓰면
돌은 달이 되기도 합니다

달은 둘이 되기도 해요

달의 종족은 돌을 키우는 것이 목적일까
둘을 키우는 것이 목적일까
생각하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이번 생은 말이에요

달이 없는 곳에서 돌은 돌을 알아볼까
돌이 없는 곳에서 달은 돌을 알아볼까
돌의 동족은 달

아닐까

깨진 달의 액정에 식은땀이 맺혔어요
달을 시청하는 소파가 안경다리에 매달려
색안경을 쓰는 일

여름날 물가에서
돌에 들면

달의 세상이 보입니다

그 바다에 돛단배 떠 있으면 나는 망망합니다
너와 내가 짝을 먹고 색유리를 통과하는 시간이 오고 있어요
색은 빛을 따라 달리고
정체된 길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너의 낯빛
그 위로 빗줄기가 우거지고 쓰러지고 뒤엉키고 있어요

우산이 비를 따라 달리네요
의심은 우산을 쫓아 달리고요
쫓다가 코너에 몰리면 눈만 가리면 그만입니다

우산을 쓰면
둘은 하나가 되기도 해요
---「색안경을 쓰는 일」중에서

그때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간다

혹시, 당신의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세요? 어머,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도둑 아니고 강도 아니에요 당신의 왼쪽 바지 주머니라 해도 상관은 없어요 당신의 왼쪽 심장이라 해도 상관없지요

사탕 있으면 한 개 주실래요? 에이, 거짓말! 나는 당신의 주머니를 잘 알아요 한번 만져볼까요? 꽃뱀 아니구요 사기꾼 아니에요 그렇게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그럼 당신 손으로 당신 주머니에 손 한번 넣어보세요 어머, 그것 보세요 사탕이 남아 있다니 당신에게 애인이 없다는 증거예요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주머니에 들어갔는지 당신은 모를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주머니에 사탕 한 개씩은 들어 있어요 사랑 말이에요 세균처럼 바이러스처럼 그 사탕 나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달콤한 것을 좋아해요 유난히,

망설이지 마세요 그 사탕 내게 주면 당신 주머니에는 또 다른 사탕 생길 거예요 사랑처럼 말이에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일 맞아요

사탕 대신 꽃은 어때요?
어머, 꽃 피우는 당신 마법사였군요

꽃을 나눠 가진 우리
이제 달콤해집니다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중에서

이 버스는 정류장이 없다
이 버스는 문이 없다
이 버스는 운전수가 없다
이 버스는 목적지가 없다
이 버스는 이가 없다

이 버스를 쫓는 사이렌 소리

이 버스를
당신께 보냅니다
---「질주」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김임선은 읽기 힘든 소설이다. 소설로 세계 이상의 세계를 만든 지 꽤 됐다. 『섹시하거나 은밀하거나』 이후의 소설들, 예컨대 『직지』 『바람집』 등은 우리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애매하면서도 민감한 아름다움 자체였다. 그렇게 쭉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시를 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소설보다 더할까 하고 들여다보니 속이 울렁인다. 그녀는 “흰죽 한 그릇을 못다 먹은 여자”로 길 나선 사람처럼 어렵게 “잠긴다”. “나는 이름이 없었다”고 아예 구체적으로 명명될 수 없는 자신의 세계를 강조하여 드러낸다. 그리하여 “나는 잊힌 인생”임을 넌지시 알리면서도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라고 “돌아오는 질문”을 한다. 그래, 그녀의 시는 결국 “바다에 빠져드는 깊이”의 길이다. 그래도 “뿌리는 너에게 있”다며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여. 아아, 그래, 그래, 실로 묘한 세계는 그녀의 소설보다 그녀의 시가 아닌가?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그러하다.
- 이하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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