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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꽃 아래서 1

등꽃 아래서 1

이금조 | 가하 | 2013년 12월 1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9 리뷰 7건 | 판매지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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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398g | 128*188*30mm
ISBN13 9788966478835
ISBN10 896647883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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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질투하는 건가?”

“질투라니요? 그런 흰소리나 할 생각이면 저리 비켜요.”

몸을 돌려 떠나려는 파사를 이리하가 재빨리 붙잡았다. 뿌리치려는 그녀의 팔을 단단히 움켜쥔 그는 고개를 숙였다.

“내가 원하는 여자는 단 하나뿐이고, 난 그녀가 아니면 누구도 필요 없어. 내가 너 외에 다른 여자의 손길을 참을 것 같나?”

그의 긴 눈매가 둥근 선을 그리며 휘어진다고 생각한 순간 따뜻한 것이 입술에 닿았다.

파사의 숨이 멎었다.

거칠고 딱딱할 거라 생각했는데 마주 닿은 입술은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고작 입술이 닿는 것뿐인데도 온몸이 결박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살며시 누르는 입술은 애틋할 만큼 다정했다. 조심스레 그녀의 입술을 머금은 이리하의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일까.

두근.

갑자기 귓가에 심장소리가 울렸다.

입맞춤은 생각했던 것처럼 역겹거나 끔찍하지 않았다. 강제적인 몇 번의 경험으로 참을 수 없는 통증만 유발하던 그 행위가 지금은 묘한 울렁거림과 생소한 떨림을 가져왔다.

맞닿은 입술이 뜨거워서 자신이 그대로 녹아버리지나 않을까 두려우면서도 뿌리치고 싶지 않았다.

감정이 고스란히 흘러드는 것 같은 입맞춤이었다. 감정 따위 읽지 않아도 상대가 얼마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나를 사랑해.”

“뭐라고요?”

“이제부터 날 사랑하라고.”

이리하는 똑바로 그녀와 눈을 맞추며 천천히 되뇌었다.

“대신 날 네게 주지. 내 마음과 목숨, 혼까지도. 네가 원하면 무어라도 주겠다.”

그녀는 사랑을 할 수 없다.

누구도 그녀에게 사랑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몸만을 원할 뿐이다.

하사신 황자조차 그녀의 사랑을 기대하진 않았다.

“……난.”

목이 바짝 말라버린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을 잇지 못하는 파사를 바라보며 이리하가 다시 한 번 웃었다.

“괜찮아. 얼마든지, 평생이라도 기다려줄 테니까. 그러니 언제든 내게 오기만 하면 돼.”

어처구니없는 말을 달콤한 밀어처럼 들리게 만드는 이상한 사람. 분명히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는데도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파사는 떨리는 손끝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이건 진짜가 아니다. 그녀는 연혼 외에는 사랑할 수 없는 존재였다. 감정이 말라버린 그녀는 자신의 연혼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직은 괜찮다. 그저 그의 마음을 얻는 이 작은 유희에 지나치게 열중해버린 것뿐이니까.

하지만 사랑하라고 억지를 쓰는 이 사내가, 뇌물 대신 자신을 주겠다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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