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아버지

아버지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6쪽 | 532g | 140*210*17mm
ISBN13 9791190526975
ISBN10 119052697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진양 읍에서 의령으로 가는 중간 지역에 호수가 내려다보였다.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른 다리 위에는 말 탄 일병들이 지나쳤다. 수레 끈 민초의 허리 굽은 그림자도 물결 따라 일렁였다. 호수 둔덕에는 수양버들 가지들이 한들거렸다. 그 아래에는 홍련과 백련들이 봉오리를 틔웠다. 그 호수의 서북쪽 동네에는 집집마다 목단이 화라락 타올라 꽃향기가 진동했다. 성윤은 호수 중앙에 자리 잡은 단구정에 올랐다. 정자 안에서 기다리던 하영후가 벗을 영접했다.
“호수에도 꽃이요, 집집마다 꽃이니 별천지로다.”
성윤이 찬탄을 발하자, 연잎에 입 맞추던 나비 떼들이 연꽃 속으로 파고들었다.
“옛 시인이 여기서 거문고 켜며 노랠 불렀지. 하늘의 뜬구름이 호수에 마실 나와 수중 궁궐 짓는다고.”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단구정 주위에는 숲이 우거져 새들이 지져댔다. 호수는 엄청 커서 그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동쪽 산 아래까지 이어졌다. 손님의 입에서도 시가 새어나왔다.
“꽃향기에 취해 이내 몸이 보약이 되네.”
연과 목단이 한약재로도 쓰여 그 동네의 수입원임을 일깨웠다.

환대가 삼강성에 둥지 튼 것도 그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수파 안효제 선생과 백산 안희제 선생, 장인 안위상의 독립 운동과 만주 농장의 일화에 감동 받아서였다. 더구나 장인이 감방으로 드나들어 딸 혼인을 놓쳤다는 사실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눈보라 친 날, 생가 처마에 매달린 성에가 햇빛에 빤짝거린 걸 보고, 딸 이름을 설영이라 지었다던 사실도 구미에 당겼다. 안설영이라니. 환대는 아내 이름을 음미하면 온몸이 데워졌다.

1936년 가을, 일본군들은 삼강성 일대의 항일 세력 토벌에 나섰다. 그에 대항한 항일연군들이 수많은 일본군들을 사살해 승리를 거뒀다. 그 토벌 작전이 실패하자, 일본군들은 이태 지난 뒤 ‘간도 특설대’를 창설했다. 나날이 불어난 항일 세력들을 그냥 둘 순 없던 중대사였다. 특설대 대원들은 거의 조선인이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만주 지역 독립군들의 소탕이었다. 조선 독립군들은 조선인이 없앤다는 목적을 둔 친일파 군인들의 양성이었다. 항일연군들은 하얼빈을 중심으로 삼강성에 주둔한 만주족과 조선 독립군 연합부대였다.

밤이 깊어가자, 별들은 샛노랗게 졸고 다홍색 반달은 뜬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야학당 교실 창을 통해 하늘바라기 하던 환길이 입을 열었다.
“저 반달을 보고 창을 불렀지요. 우린 서로 서로 반달이지만 어느 땐 한데 뭉친 보름달로 우뚝 서리라고.”
그에겐 분옥이 반달이요, 점새도 반달이었다.
“그러고 보니 신원에서 보낸 일천여 일이 자네 일생의 전성기였군.”
한 단장이 환길의 비위를 건드렸다.
“이제 겨우 서른 넘겼는데 전성기라뇨?”
“그렇다면 악몽에서 벗어나 진짜백이 꿈을 꾸어야지.”
“지난 천여 일이 악몽이라 여기진 않습니다. 잠시 쉬었다 가는 앉을 방석이라 여기긴 하지만.”
“그래. 우리 일생은 앉을 방석을 몇 개나 거쳐야만 온전한 삶을 사는 건지.”
성 위원장의 뼈마디에선 찬바람이 일었다. 그토록 바라던 웅지가 겨우 평년작에 머문 데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겹친 탓이었다. 인건비를 건지고 일행이 하얼빈역에서 봉평으로 가는 교통비를 제하면 손에 쥔 게 없었다. 다만 고향의 논밭을 판 그 밑천이 안 새 나간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길 정도였다. 봉평에 고등공민학교를 세우기 위해 그 밑천을 아껴두었던 것이다. 더 보탬이 되었다면 한결 수월할 텐데. 성 위원장은 아쉬움을 달랬다.

“어디 거부 되려고 하얼빈 행을 했던가. 일천여 일에 좀 안 쓴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우리 일생은 발자취에 윤기 나든지, 거저 그런 발자취인지, 좀 쓴 건지, 세 갈래로 분류하는 거잖겠어.”
“거저 그런 발자취라도 만주바람 쐬어 견문 넓히고 나라 사랑에 기여도 했으니 헛된 노릇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신원평야가 머잖아 쌀농사의 그루터기로 변할 조짐이 보인 것도요.”
성 위원장이 자성론을 펼쳤다.

봉평 호반의 갯버들 가지들이 봉오리를 터뜨리면, 덕더리 동산의 진달래가 화라락 피어오른다. 사마귀도 물결 따라 음계를 그리고 덩달아 광등산의 뻐꾸기들도 가락을 틔운다. 부녀는 호수 둘레를 한 바퀴 돌고 차도를 건너 덕더리 동산 자락에서 걸음을 멈춘다.
“이곳에 고등공민학교 교사를 지으려고 해.”
님의 눈빛이 다사롭게 빛난다.
“학교를 짓기엔 땅이 너무 비좁지 않은가요?”
나는 동쪽의 대곡국민학교 교사와 비교해 보았다. 공민학교 택지로선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머잖아 이곳 둘레 논밭까지 자리를 넓힐 계획이야. 덕더리 동산도 넓으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단다. 실제 건물이 들어서서 보는 것 하곤 다르거든. 건물 없는 택지는 비좁아 보인단다.”

나는 님의 말뜻을 이해했다. 닥밭골 창고를 짓는데 땅이 너무 비좁아 보였지만 짓고 보니 창고 안이 꽤나 넓었다. 눈대중으로 보던 택지와 실제 지은 건물 택지와는 차이가 났다. 덕더리 동산도 그 아래 토지도 당신 소유라 교사를 짓는 덴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인근의 모시골 밭들과 야산도 큰집과 우리집 자산이었다. 당신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참 많이도 가슴 조이며 기다렸던 나날들이었다. 25세 때 만주로 떠나기 전부터, 정확히 14세 때 대곡국민학교 교사가 봉평에 세워졌을 때부터였다. 소년은 고등공민학교 교사 모형도를 그리며 학생들이 공부하는 장면들을 상상 했다던가. 이미 신원에서 야학당을 운영해 기본은 익힌 터였다. 그러고 보면 조부가 대곡국민학교 토지를 희사한 건 선각자로서의 자질을 지녔던 게 아니었을까.

내가 열 살 때였다.
님은 한지로 묶은 책자를 내게 건넸다.
“이곳에 글을 써 보렴.”
딸이 날마다 그림일기 쓴 걸 본 님은 그 내용들이 마음에 닿아서일 게다. 그 그림일기는 국민학교 3학년 담임선생이 낸 숙제였다. 담임이 이재영 선생이라 나의 일기를 보곤, 설뫼외아재를 닮아 문장이 남다르구나, 라며 대견해 했다. 한지 책자 제목은 ‘강변 이야기’였다. 나는 강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라면 할 이야기가 많았다.
-아버지가 한지 책자를 주셔서 날마다 여기에 일기를 쓸 것이다.
-백로가 해오라기가 아닌 걸 처음 알았다. 백로를 두루미라 했다면 더욱 정다웠을 텐데.
-아씨빨래를 삶아 주는 곳을 꼭짓집이라 부른다.
1960년대 중기까지도 진주 여인들의 빨래터는 남강이었다. 꼭짓집은 아씨빨래를 하고 나면 그걸 삶기 위해 집으로 오고 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 마련된 곳이었다. 그 당시 여인들의 빨래는 면 종류가 많았다. 꼭짓집 주인은 아씨빨래를 묶어 그 꼭지에 따라 수를 받았다. 남강 강변에 대여섯 곳의 꼭짓집이 있어 수익을 올렸다.

내가 일기를 쓰고 나면 화가가 그 위에 그림을 그렸다. 가정의 서남쪽 들에 위치한 화가의 집은 풍광이 좋았다. 초가 둘레엔 대나무와 굴참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그 집 앞엔 냇물이 흘렀다. 남강의 물줄기였다. 그 화가는 국전에 입선한 인척이라 내가 오빠라 부르며 따랐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오빠는 고개를 흔들었다.
“글재주는 뛰어나지만 그림은 신통찮아.”
“오빠가 그려 줄래?”
화가의 그림을 곁들인 나의 일기는 날로 풍성해졌다. 님은 딸의 일기를 단으로 묶었다. 그런 연유로 장래 작가가 되리란 나의 꿈이 싹을 틔웠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성지혜 작가의 아버님 小濟 成煥大 선생의 삶을 그리고 있는 장편소설 『아버지』는 고려말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배경으로 인물의 모습을 다층적이고도 촘촘하게 기워내고 있다. 아버지 삶에 대한 이해와 깊이 있는 감응의 바탕 위에,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애달픈 마음이 덧입혀진 이 소설의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 이광복 (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장)
小濟 成煥大 선생을 형상화한 장편소설 『아버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정교한 미적 체계로 연결하고 표현하는 솜씨가 각별하다. 그 각별함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그 기억이 현재 자신을 어떻게 성찰하게 하는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그동안 발표한 모든 소설이 장편소설 『아버지』를 낳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정도로 작가의 혼이 고스란히 담긴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아버지’라는 기억의 윤리를 아름답게 자각하여 음미하도록 이끈다.
- 김호운 (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