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아이코니스트》는 아이콘(Icon)과 블록(Block)이라는 개념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아이콘과 블록은 비슷한 관념이지만 둘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블록은 간결하고 분명하고 대담하며 단일한 이미지, 문장, 멜로디, 물리 구조, 디자인을 말한다. 이 책 전체에 걸쳐서 블록의 예를 살펴보겠지만, 진정한 블록이 되려면 누가 보더라도 즉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상 블록은 관찰자나 시청자의 마음을 아직 장악하지 않은, 아이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아이콘이 발생하기 직전의 상태다. 일관되고 신중하고 눈에 띄게 반복함으로써 블록은 당신이 움직이려고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두드러지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된다. 사실 제대로만 된다면, 당신이 노리는 타깃은 선택권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일단 블록이 타깃에게 받아들여져서 마음속에 새겨지는 그 순간, 블록은 아이콘이 된다.
---「1장 아이코니스트만이 살아남는다」중에서
점점 더 짧은 정보에 익숙해지면서 좀 더 복잡하고 많은 정보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졌다.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사회적으로는 짤막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도록 길들여졌지만, 동시에 잠재의식 속에서는 내면의 스팸 필터를 이용해 간략하거나 짤막한 데이터를 밀어낸다.
이런 딜레마의 영향으로 마케터들은 미칠 노릇이고 교육계는 참담해졌다. 이 역설은 사회에도 엄청난 파장을 미친다. 필터링 기제로 인해 사생활과 업무 가릴 것 없이 일상생활에서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비용은 따로 있다. 당신을 눈에 띄게 만들고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심각하게 감소했고, 이런 현상이 단시간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대중의 주의 산만 현상은 결국 개별 인간이 눈에 띄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넓은 바다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우리 목소리도 희석되고 있다.
---「4장 증발해버린 집중력」중에서
내가 블록을 ‘블록’이라고 명명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장난감 블록이 어린아이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데 있었다. 복잡한 사항을 내포하면서도 즉시 지각할 수 있는 단일한 물체는, 경고 라벨이나 정지 표지판처럼 우리 관심을 붙든다. 블록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우리가 크고 복잡하지 않은 물체에서 위안과 즐거움을 찾기 때문이다.
커다란 블록은 사람들이 즉시 붙잡을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한다. 블록에 당신이 전달하려고 하는 복잡한 정보를 결합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쳐다볼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금방 매료돼서 진심으로 흥미를 느낄 것이다. 이는 인간 지각에 내재된 반사 기제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복잡성을 속에 품고 있거 나 복잡성이 곧바로 따라오는 단순한 블록은 진실한 힘을 갖는다. 단순한 장난감 블록에 새겨진 글자와 그림처럼, 단순하고 이 해하기 쉬운 형태에 담긴 세부 사항과 복잡성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9장 장난감 블록의 힘」중에서
반 고흐는 비록 인정받기 전에 죽었지만 이후로 그의 많은 작품은 아이콘이 됐다. [해바라기(Sunflowers)] 연작, [고흐의 방(Bedroom in Arles)], [밤의 카페 테라스(Cafe Terrace at Night)], [신발(A Pair of Shoes)], [황소(Bull)], [나무(Tree)] 등 반 고흐의 유명한 작품들은 두드러지는 중심 이미지라는 동일한 원시적 블록을 따른다. 물론 반 고흐의 그림들이 전부 이 패턴을 따르지는 않지만, 이것이 대중이 그와 그의 작품을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다.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의 경우, 마치 도로 표지판처럼 거대한 중심 이미지가 캔버스 중앙을 꽉 채우고 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즉시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반 고흐는 블록을 그렸고 그 덕분에 그의 작품들은 아이콘이 됐다. 미술사에서 고흐가 차지하는 지위와 식지 않는 인기가 바로 그 증거다.
---「12장 블록은 반복된다: 미술 작품 속 블록」중에서
일단 세 개 이하의 블록 문장으로 당신의 목표 대상에게 정보를 전달하라. 그들에게 도로 표지판을 제공하라. 그 도로 표지판을 만드는 데 전념하다 보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남들에게 잘못된 표지판을 내세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나 거절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위대함으로 이어진 길을 가로막는 적이다. 이런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원하는 대상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한 블록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절당할 가능성을 피하려고 수많은 선택지를 만들고, 그 속으로 숨는다. 거절이 두려워 자기 작품을 아이콘화하지 않음으로써, 목표 대상과 관계를 맺으며 그들의 관여를 이끌어서 성공할 기회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비극적 아이러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요란하게 틀릴 가능성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안전하게 갖은 선택지를 내놓다가 관심 끄는 데 실패하는 쪽을 택한다.
---「16장 나이키 운동화와 월 드럭 스토어」중에서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인터넷 혁명이 대두되는 가운데 태어난 세대를 가리켜 일반적으로 제트 세대(Generation Z) 혹은 아이 세대(iGen)라고 한다. 나는 이들을 ‘희석 세대(Dilution Generation)’ 라고 부른다. 이 세대는 대규모 매체와 디지털 기술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성장한 첫 번째 세대다. 그들은 ‘단순했던 시절’, 텔레비전 채널이 세 개뿐이던 시절, 3만 가지 선택지가 결코 지지 않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끊임없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던 시절을 알지 못한다.
2014년에 광고 전문가 마이크 시핸(Mike Sheehan)은 한 인터뷰에서 “내 딸은 다섯 살 때 생애 처음으로 텔레비전 광고를 봤습니다. 딸은 ‘저게 뭐예요?’라고 물었죠”라고 말했다. 당시 시핸은 유명 광고 대행사 CEO였고, 평생 텔레비전 광고 대본을 쓰고 연출 하는 일을 했다. 그러나 그의 딸은 온라인 콘텐츠에만 관심을 보였다. 시핸은 “밀레니얼 세대와 그 이후 세대에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기란 매체에서 새로운 세계 질서를 의미할 것입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22장 MZ, 가장 강력한 ‘희석 세대’가 원하는 것」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