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자가 사람 같다. 의자를 관찰하는 일은 사람을 관찰하는 일처럼 흥미롭다
--- p.15, 「무대를 열며」 중에서
〈래더백 체어〉는 힐 하우스를 위해 탄생했던 여러 가구 가운데 하나다. 이 의자가 놓인 2층 침실의 벽과 천장은 온통 하얗다. 거기에 흑단으로 만들어진 메마른 의자가 도도하게 자리한다.
--- p.25, 「힐 하우스의 주인공, 매킨토시의 〈래더백 체어〉」 중에서
다리 세 개짜리 〈앤트 체어〉에 한 번이라도 앉아보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의외로 불편함을 알 수 있다. 야콥센은 〈앤트 체어〉의 사용자가 홀로 공간을 점유하는 개인이 아니라 서로 곁을 내주고 가깝게 지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
--- p.70, 「스테디셀러의 대표 주자, 아르네 야콥센의 의자」 중에서
셰이커교 사람들이 만든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의자는 가장 멀게는 1700년대 후반부터 가까이는 1930년대 사이에 제작되었지만 오늘날 주거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셰이커의 의자는 불필요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기능에 충실했던 만큼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의 테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집에도 셰이커 양식으로 만든 의자가 한 번쯤 놓였을지 모른다.
--- p.83, 「무명씨가 만든 좋은 디자인, 셰이커 교도의 의자」 중에서
합판이 겹쳐져 구부러진 목재는 스툴에 필요한 강도와 유기적인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이 스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하이브리드’였다. 기계 양산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의자인데 형태에서 풍기는 느낌은 수공예품 같다. 현대적인 이미지이면서도 일본 전통의 냄새가 난다. 동양의 미학과 유럽의 모더니즘이 동시에 체감되기도 한다. 의자의 기능에 필요 없는 군더더기는 최대한 덜어낸 단순한 디자인인데 표출하고 있는 곡선의 휘어짐은 팽팽하면서 장식적이다.
--- p.90, 「특별한 평범함, 야나기 소리의 〈버터플라이 스툴〉」 중에서
두 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지금은 시절이 아니라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미술공예운동의 미련하고 비현실적인 꿈과 야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달걀로 바위치기라며 산업화의 물살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쯤 우리의 일상은 조악하고 기괴한 양산품으로 채워져 있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기어코 뿌려놓은 씨가 훗날 보다 나은 세상을 일군다.
--- p.134, 「역사와 타이밍, 레드하우스의 〈세틀〉」 중에서
인간의 행복은 집의 크기,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에 비례할까?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간은 얼마만큼일까? 2050년에는 지구의 인구가 100억이 된다고 하는데 인류가 지금과 같은 크기의 집, 에너지, 음식을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 p.203, 「미래에도 의자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판보 레멘첼의 〈24유로 체어〉」 중에서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걸 인식해야만 의자도, 의자 디자인도, 의자에 대한 글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멋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 이후의 역사를 살아갈 것이다.
--- p.210, 「무대를 닫으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