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성벽 아래 죽지 못한 이들아! 불행한
백성아! 운명은 어떤 파멸을 위해 널 살렸더냐?
트로야의 망국 이후 벌써 일곱 여름이 흘렀다.
바다를, 온 대지를, 객을 사절하는 많은 섬을,
별들을 보며 떠돌았고, 망망대해를 지나며
도망치는 이탈랴를 찾아 풍랑에 헤매었다.
여기 동포 에뤽스의 땅, 아케텟의 환대가 있다.
성을 예 쌓고 도시를 마련한들 누가 막겠는가?
조국이여! 적에게서 헛되이 찾아온 신주여!
장차 트로야라 불릴 성벽은 없는가? 어디서도
헥토르의 강, 크산툿과 시멧을 보지 못하는가?
자, 이제 나와 함께 불길한 선단을 태워 버리자!
꿈속에 내게 예언하는 카산드라의 모습이
나타나 횃불을 주며 「예서 트로야를 구하라!
예가 너희 집이다」 말했다. 이제 감행할 때다.
--- 「제5권」 중에서
옆에 다가서자 곧 망자들 사이로 알아보았다,
희미한 모습을. 마치 구름 속에서 초승달이
뜨는 걸 보거나 보았다 생각하는 사람처럼
눈물을 흘렸다. 달가운 사랑으로 말을 걸었다.
「불쌍한 디도여, 그러니까 소식이 사실이던가?
칼로 삶을 끝내고 목숨을 지웠다고 하더니.
그대 죽음이 내 초래한 일인가? 별들에 맹세코,
하늘에 맹세코, 저승 끝에도 신의가 있다면,
여왕이여, 그대 땅을 떠난 건 내 뜻이 아니오.
신들의 명령, 지금도 영혼의 땅을 지나도록,
곰팡내 나는 땅, 깊은 밤을 지나도록 시키는
힘이 강요했던 것. 낸들 어찌 짐작하였겠소.
내 작별이 그대에게 이런 커단 고통이 될 줄을.
발을 멈추오. 그대 내 시선을 피하지 마시오.
뉘를 피하는가? 그대와의 대화도 이번뿐이오.」
에네앗은 이런 말로, 분노하며 눈을 흘기는
그미의 마음을 달래려 했다. 눈물을 자아냈다.
그미는 눈을 땅바닥에 고정한 채 외면했다.
--- 「제6권」 중에서
지금은 무명의 땅들이 장차 그리 불릴 것이다.
또한 할아비의 전우로 싸우게 될 마르스의
로물룻, 그를 앗살쿳 혈통의 일리아가 어미로
낳을 것이다. 보느냐? 정수리의 깃털 한 쌍을,
신들의 아버지가 존엄으로 수여한 훈장을?
보라, 이자의 상서로움이 서린 로마는, 아들아,
패권을 대지에, 용기를 올륌풋에 견주겠고
일곱 언덕을 통째로 성곽으로 둘러쌀 터이니,
배출할 인물들로 복되다. 마치 대모 베레퀸이
탑관을 쓰고 마차로 프뤼갸의 도시들을 돌며,
신들을 낳고 기뻐서 일백 자손을 품을 때처럼.
이들 모두는 하늘 사는 하늘 주민이 되었다.
이리로 이제 두 눈을 돌려 보아라, 이 가문과
너희 로마 백성을. 여기 카이사르, 모든 율루스
혈통들이 커단 하늘 축 아래로 가게 될 게다.
--- 「제6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