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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궁핍한 시대의 한국문학

: 세계문학을 향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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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96g | 148*210*30mm
ISBN13 9791160871043
ISBN10 116087104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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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윤이나 장기제보다 한두 해 늦기는 하여도 도쿄제국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이양하(李敭河)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하윤과 장기제가 주로 마루젠을 드나들었다면 이양하는 진보초(神保町)와 간다(神田)의 헌책방 거리를 자주 드나들었다. 이곳은 대학 캠퍼스와 가까운 데다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 슈에이샤(集英社), 쇼가쿠칸(小學館) 같은 유명 출판사와 대형 서점과 전문서적을 취급하는 작은 서점, 헌책방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으로 책을 좋아하는 젊은 학생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이양하는 한 수필에서 “나는 궁상스런 그러나 내가 무척 좋아하고 자랑하던 [조지] 기싱을 본받아 짧은 겨울날이면 점심을 먹지 아니하고, 고본 서사(書肆)를 찾아다니며 그 점심 값으로 기싱의 『라이크로프트의 수기』, 『인생의 아침』, 또는 『민중』 같은 책을 사곤 하던 것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마루젠에서 구입한 책 중 일부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진보초와 간다의 헌책방으로 흘러들어 왔다. 그리고 가난한 유학생들은 마치 추수하고 난 밭에서 이삭을 줍듯이 헌책방에서 외국문학 작품을 구입했던 것이다.
--- p.26

한편 서점이 문화 상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유통 공간이라면 출판사는 그러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 공간이다. 생산 없이 유통과 소비가 있을 수 없듯이 외국문학 작품을 수입하거나 번역하여 출간하는 출판사가 없다면 아마 마루젠 같은 서점은 존재이유가 없을 것이다. 세계문학이 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읽히려면 출판과 판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화 상품도 여느 다른 공산품과 같아서 생산과 유통과 소비 중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거나 없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20세기 초엽 일본에서 외국문학 작품이 서점을 통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널리 전달되는 데는 세계문학전집의 역할이 무척 컸다.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발행해 온 이러한 문학전집은 세계문학의 이해와 확산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였다. 번역의 질을 떠나 그러한 전집이 출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 국가가 세계문학에 보여준 관심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9

외국문학연구회를 창립하면서 회원들은 중국문학과 일본문학의 전공자가 없이 지나치게 서구문학 중심으로 구성된 것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정인섭은 “외국문학연구회의 주창은 세계 각국의 문학을 다 망라하려고 했기 때문에 각국 어학의 분야를 생각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까지 영·불·독·노까지는 전문가를 망라했으되, 중국문학은 정내동에게 교섭하기로 하고, 그동안 문제시하지 않던 일본문학의 분야를 가입시키느냐 하는 데는 동인들 가운데 의견이 서로 엇갈려 있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무렵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던 조선 사람으로는 양건식(梁建植)을 제외하면 정내동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외국문학연구회 회원들을 잘 알고 있던 정내동으로서는 자연스럽게 연구회 회원들을 세계문학전집 번역가로 교섭했을 것이다.
--- p.56

세계문학의 범주를 규정짓기란 외국문학보다 훨씬 더 어렵다. 무엇보다도 먼저 자국 문학은 외국문학과는 대립되는 범주지만 그 일부는 얼마든지 세계문학의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문학에 큰 관심을 기울여 온 미국 학자 데이비드 댐로쉬는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2003)에서 “번역된 작품이든 원래 언어로 된 작품이든 기원의 문화를 벗어나 유통되는 모든 문학 작품”을 세계문학으로 규정짓는다. 여기서 ‘번역된 작품이든 원래 언어로 된 작품’이라는 구절을 좀 더 꼼꼼히 뜯어보아야 한다. 한 문학이 세계문학이 되려면 반드시 번역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문학은 세계문학의 광장에 나설 수 없다. 특히 소수 언어로 쓴 문학은 영어를 비롯한 세계어로 번역되지 않고 세계문학의 대열에 합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 p.62

‘세계문학’이라는 용어를 맨 처음 사용한 것은 1827년경 요한 볼프강 폰 괴테였고, 문학 개념으로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의 태양이 뉘엿뉘엿 서산마루에 걸쳐 있던 1990년대 초엽 서유럽과 미국의 문학 이론가들이었다. 그러나 세계문학에 대한 논의는 그보다 훨씬 전 지구 반대쪽에서도 비록 미약하게나마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다. 예로부터 ‘문(文)’을 숭상하는 전통이 비교적 강한 동아시아 국가만 하여도 19세기 말엽부터 자국 문학에 관한 자의식과 함께 타국 문학에 관심이 무척 컸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서구 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다만 오늘날 사용하는 것과 정확하게 똑같은 개념과 성격은 아닐지라도 거의 비슷한 의미에서 ‘세계문학’이라는 용어를 심심치 않게 사용하였다. 그만큼 이 무렵 동아시아의 일부 지식인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안목에서 세계정신을 호흡하려고 하였다.
--- p.79

최남선이 《청춘》에서 내건 슬로건은 ‘배움’, 곧 지식의 습득이었다. 짧은 권두언에 그는 ‘배우다’나 ‘배움’이라는 낱말을 무슨 주문(呪文)처럼 열 번쯤 반복하여 사용한다. 그가 그토록 바랐던 조선 청년의 사명은 서구 문명의 지식을 습득하여 세계적 감각을 갖춘 젊은이로 거듭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남선은 어떤 방식으로 식민지 조선의 청년들을 폭넓은 지식을 갖춘 글로벌 지성인으로 키우려고 했을까? 이 물음에 답하는 열쇠는 바로 ‘세계’라는 낱말에 들어 있다. 《소년》의 키워드가 ‘바다’나 ‘해양’이었다면 《청춘》의 키워드는 바로 ‘세계’였다.
--- p.88

이광수가 조선문학이 낡은 옷을 벗어버리고 서양 신문학의 옷을 갈아입고 세계정신을 호흡해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면, 안서(岸曙) 김억(金億)은 좀 더 드러내 놓고 본격적으로 세계문학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한국 근대 작가 중에서 ‘세계문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가장 일관되게 사용한 문인은 다름 아닌 김억이었다. 이밖에도 김억에게는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따라다닌다. 예를 들어 그는 한국 ‘최초로’ 번역 시집 『오뇌의 무도』(1921, 1923)를 출간하였고, 그 뒤 2년 뒤에는 한국 ‘최초의’ 현대 창작시집 『해파리의 노래』(1923)를 출간하여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김소월의 시적 재능을 ‘최초로’ 발견했을 뿐 아니라 개인의 정감을 자유롭게 노래하여 ‘최초로’ 한국 자유시의 지평을 활짝 연 시인이기도 하다.
--- p.104

경성 중앙방송국 기자로 근무하던 시절 김억은 후배 기자들에게 외국어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모국어를 살려 사용할 것을 적극 권하였다. 그는 “영어를 얼마나 잘 해서, ‘be’ 동사에 ‘~ing’ 붙이면 현재진행형이 된다는 걸 알았는지, 말은 조선 말 하면서도 말끝마다 영어 현재진행형을 섞어 쓰니, 그 사람들이 멋으로 그러는 건지, 잘못 알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라고 자주 말하곤 하였다. 김억은 문법 시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영어식으로 엄격히 구분 짓는 것을 경계하였다. 이 점과 관련하여 김억은 “지나치게 똑똑한 때매김보다는 조금쯤은 흘게가 늦은 쪽을 오히려 우리말스럽게 느끼거든. 그러니까 영어와는 달라서 우리말에는 우리말스러운 ‘말소리의 울림’이 있고 그 우리말스러운 울림이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구수하게 들리도록 해 주는 것이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과거를 사용하는 영어와는 달리 한국어에서는 ‘그랬었었다’보다는 ‘그랬었다’라고 말하는 쪽이 훨씬 더 한국어 어법에 맞고 자연스럽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시제를 뜻하는 ‘때매김’이나 매듭 같은 것을 단단하게 조인 정도를 뜻하는 ‘흘게’도 순수한 모국어다.
--- p.111

기미년 독립만세운동과 간토 대지진으로 민족의식을 자각한 일본 유학생들은 와세다(早稻田)대학 정치경제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전진한(錢鎭漢)을 중심으로 비밀결사 조직이라고 할 ‘한빛회’를 조직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유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구심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빛회는 좀 더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하여 ① 정치와 경제, ② 과학과 기술, ③ 어학과 문학의 세 분야로 나누어 활동하였다. 그러니까 외국문학연구회는 ‘한빛회’ 회원 중에서 어학과 문학을 전공하는 유학생들로 구성된 하부 조직인 셈이다. 1924년 겨울에서 1925년 봄 사이 와세다대학과 호세이(法政)대학을 중심으로 외국문학 전공 유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외국문학에 대하여 폭넓게 토론하고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라기보다는 차라리 오늘날 대학생들의 동아리 모임과 같아서 격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월례회 소집과 관련한 일은 나이가 가장 어린 이하윤(異河潤)과 정인섭(鄭寅燮)이 교대로 맡았다. 그러다가 참여 인원이 점차 늘어나면서 문학 동호인 모임은 1926년 초엽 ‘외국문학연구회’로 발전하였다.
--- p.127

정인섭이 《해외문학》을 ‘코즈모폴리터니즘’, 즉 세계시민주의를 내세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용어는 그동안 ‘인터내셔널리즘(국제주의)’과 흔히 혼동하여 사용해 왔지만 엄밀히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세계시민주의는 국가 또는 민족의 횡적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초국가적 사회 형성을 이상으로 삼는 국제주의는 아무래도 종적 관계에 무게가 실린다. 국제주의에서는 주권 국가의 독립적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초국가라는 전체의 부분으로서의 독립을 강조하게 마련이다.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의 관계에서는 후자 쪽보다는 전자 쪽이 더 바람직하다. 김억과 관련하여 앞 장에서 이미 밝혔듯이 세계문학은 민족문학/국민문학의 토착적인 특수성과 구체성에 기반을 두지 않고서는 보편성과 일반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정인섭이 횡적인 세계시민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p.143

김진섭은 식민지 조선에서 흔히 일컫는 세계문학이 괴테가 90여 년 전에 상정한 ‘벨트리테라투르’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1920년대까지도 참다운 의미의 세계문학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 김진섭의 논리에 따른다면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 말하는 문학은 ‘세계의 문학’에 해당할지언정 괴테가 염두에 두고 있던 진정한 ‘세계문학’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김진섭이 「세계문학에의 전망」에서 “오늘에 있어서는 너무도 자명한 이 세계문학의 개념을 부정하려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겠지만……”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는 반어적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1927년 식민지 조선에서는 괴테가 1827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힘주어 말한 ‘세계문학’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말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 p.158

1929년 12월 이하윤은 식민지 조선 문단이 세계문학에 무관심한 사실에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는 “우리의 문학이 우리다운 특징을 가지고 세계문학의 수준을 따라가야만 하는 것이요, 거기 상응한 노력이 우리 작가들에게 절대 조건으로 부과된 것이매 이제 우리 국내에서도 레벨이 없는 터에 겨우 작가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조금도 안심하여서는 안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이하윤은 비교적 짧은 이 말 속에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조선 문학가가 세계문학의 수준을 따라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니라 ‘절대 조건’이다. 둘째, 조선 작가들은 세계문학을 추구한다고 하여 조선문학의 고유한 특성을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셋째, 조선 문단에는 아직 ‘레벨’, 즉 평가할 만한 수준이 없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문단에 데뷔했다는 것만으로 자만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이하윤은 경오년 한 해 문단에서 이루어진 성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하면서 문인들에게 새해에는 세계문학에 좀 더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였다.
--- p.183

세계문학과 관련하여 《삼천리》의 설문 조사 「내가 감격한 외국 작품」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이 조사에 답한 문인들은 구약성경 중 「창세기」를 제외하고 나면 고전이라고 할 19세기 이전의 작품은 한 편도 언급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굳이 ‘고전’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면 ‘현대적 고전’에 속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둘째, 문인들이 감명 받은 작품으로 꼽는 작품 중에는 서양문학 작품이 주류를 이룰 뿐 동양 작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주요한이 당시 300편과 타고르의 산문시를 꼽은 것이 고작이다. 이 무렵 식민지 조선의 문인들이 얼마나 서양문학에 경도되어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셋째, 서양문학 작품 중에서도 러시아문학이 8편으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힌다. 미국문학이 4편, 영국문학이 3편을 차지하고 나머지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작가들의 작품이 각각 한두 편이다. 이 무렵 러시아문학은 식민지 조선의 독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는 거울이요 심상지리 속의 이상향이었다고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 p.215

염상섭의 답변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조선 사람이 조선의 민족성을 소재로 쓴 작품이라면 비록 외국어로 썼다고 하더라도 조선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한 점이다. 여기서 외국어란 단순히 한문만을 말하지 않고 일본어나 영어를 비롯한 서양어를 가리킨다. 가령 조선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다고 하여 곧 영문학이 되지 않는 것처럼, 조선 작가가 영어로 쓴 작품은 외국문학이 아닌 조선문학으로 보아야 한다. 염상섭은 “제일 조건이 조선 사람인 데에 잇고 외국어로 표현하얏다고 반듯이 조선문학이 아니라고는 못 할 듯 합니다”라고 밝힌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장혁주의 일본어 작품이나 강용흘의 영어 작품은 조선문학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염상섭은 조선 사람이 영어라는 매체를 빌려 한민족의 감정과 사상을 표현하면 조선문학으로 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는다.
--- p.242

김기림이 세계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초엽이었다. 1930년 시와 희곡 작품을 발표하고 그 이듬해 문학 비평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의 일이다. 1932년 1월 그는 《동아일보》에 기고한 「신민족주의 문학 운동」에서 ‘세계문학’이라는 용어는 직접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것과 관련한 중요한 사실을 몇 가지 언급하였다. 본디 이 글은 신문사가 새해를 맞이하여 ‘1932년 문단 전망’이라는 제목 아래 ① 민족주의 문학의 향방, ② 시조, ③ 프로 문학, ④ 극문학, ⑤ 소년문학, ⑥ 기획하고 있는 작품 등 여섯 항목에 걸쳐 설문한 내용에 대한 응답으로 쓴 것이다.
--- p.284

세계문학이 발전하려면 자국의 문학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반면, 외국문학 작품을 자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이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문화도 먼저 발달된 국가의 문화가 후진국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그래서 신문학 초기에는 외국문학 작품을 먼저 번역하고 자국문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게 되면 자국문학을 외국어로 번역한다. 외국어로 번역한 자국의 문학은 다시 자국문학에 직접 또는 간접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번역학 연구가 루이스 켈리는 “서유럽은 그 문명을 번역가들에게 힘입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문학에서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 p.324

정인섭은 영국에 이어 이번에는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방문하였다. 식민지 지식인으로서 일본 유학 시절부터 아일랜드 문예부흥에 자못 큰 관심을 보인 그는 이 운동에서 큰 역할을 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를 방문하였다. 예이츠는 그에게 한국인으로 예이츠를 방문한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정인섭은 “선생께서 좋은 문학을 창조하셔서 먼 곳에 있는 우리들도 많은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을 무한히 감사하는 바 올씨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예이츠에게 방금 앞에서 언급한 한국 시 번역 프린트를 보여 주면서 서문을 써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자 예이츠는 한국 현대시 몇 편을 읽은 뒤 소감을 아내에게 타자기로 받아 치도록 하였다. 이 글에서 예이츠는 “나는 당신이 영역한 현대 조선 시인집을 보여 주신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하는 바임니다. 출판해 줄 사람을 구하는 대 조곰이라도 어려움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소녀와 빗과 반지에 대해서 쓴 당신 자신의 자미(滋味) 있는 소곡이 있음니다그려”라고 적었다.
--- p.357

세계문학에서 번역이 차지하는 역할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민족문학 또는 국민문학은 번역이라는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지 않고서는 세계문학에 도달할 수 없다. 나룻배는 강 양쪽을 오가며 문학이라는 짐을 실어 나른다. 외국어로 쓴 작품을 모국어로 옮기는 ‘내향적(인바운드) 번역’과 함께 모국어로 쓴 작품을 외국어로 옮기는 ‘외향적(아웃바운드) 번역’도 중요하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으로 나아가는 데 이 두 가지 번역의 역할이 컸다. 김억의 『오뇌의 무도』와 이하윤의 『실향의 화원』과 최재서가 엮어낸 『해외서정시집』이 내향적 번역의 대표적인 작품이라면, 변영태의 『한국의 노래』와 정인섭의 『대한 현대시 영역 대조』 같은 번역서들은 외향적 번역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한편 변영로가 편집하여 출간한 『진달래 숲』은 한국인들이 창작한 영문 시를 최초로 수록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언어 구조가 전혀 다른 한국어와 서양어 사이에서 이루어진 번역은 번역자들에게 크나큰 도전인 만큼 세계문학에 주는 의미도 무척 크다고 할 것이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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