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들로 가득 찬 겨울이었다. 노박 씨는 슬픈 이야기는 혼자서만 간직했다. 그리고 유쾌한 이야기들만 소리내어 말했다. 슬프지만 행복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그는 그런 이야기들을 글로 썼다. 그해 겨울은 참 괜찮은 겨울이었다. 봄을 기다리진 않았다. 그는 나지막이 노래했다.
'나는 행복해. 왜냐구? 행복하니까.'
하하하.
--- p.76-77
사랑 고백,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릴라는 노박 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리고 이내 고개를 떨구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돌처럼 차갑게 굳은 채 그 자리에 붙박여 있었다. 마침내 그녀가 말을 꺼냈다.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에요. 함께 있어 즐거우면 그뿐이에요.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끝인 거구요.'
--- p.47
볼 거리가 아주 많았다. 큰 쥐, 작은 쥐, 어른 쥐, 젊은 쥐, 기쁜 쥐, 슬픈 쥐, 바쁜 쥐, 느긋한 쥐, 투덜거리는 쥐, 친절한 쥐... 기차들이 들어왔다가 나가고, 또 쥐들이 떠나고 돌아왔다. 세상은 생기로 가득차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노박씨에게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그래, 모든 건 마음속에 있는 거야. 내 밖에 있는 게 아니라구.
--- p.73
그 최악의 일이란, 노박씨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연주를 하다가 콘트라베이스 너머를 볼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날마다 노박씨는 조금씩 작아졌습니다. 크고 강하고 유쾌한 쥐처럼 보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노박씨는 점점 더 작고 약하며 슬프게 변해갔습니다. 처참하게 딱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가 릴라양에게 갈 때 낡은 코트는 그의 뒤에서 땅에 질질 끌렸습니다. 굽이 높은 신발을 신어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어머, 맙소사.' 릴라양이 문을 열고 보더니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녀는 전혀 동정심을 보이지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꿈에 관해서만 이야기 했습니다. 자신이 가고 싶은 멋진 나라들에 대해서. 자신이 체험하고 싶은 새로운 모험들에 대해서. 키스하고 싶은 새로운 남자들에 대해서.
릴라양이 꾸는 꿈 속의 모든 일들은 새롭고 신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박씨는 그 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놀랄 일도 아니었습니다. 노박씨는 전혀 새롭고 신나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럼 우린 어떻게 되지?' 노박씨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 p.
"내가 책상 위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내가 작고 보잘것없어서? 난 용감하고 힘이 넘쳤어. 다정하고 진실했지. 들쥐녀석을 쫓아냈던 내가 아닌가! 나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존재했어. 아니, 그 이상이었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주었잖아? 내 사랑 릴라에게 말이야!"
그는 사납게 발을 구르며 책상 위를 돌아다녔다. 갑자기 자신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손톱만한 쥐 안에 담겨 있기에는 그의 분노가 너무도 켰다. 분노와 함께 노박 씨 자신도 커진 것이다. 그는 이제 예전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떠나갈 듯 외쳤다.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그는 책상 위에서 풀쩍 뛰어내려 곧장 욕실로 갔다. 그리고 턱수염을 깨끗이 밀어버렸다.
--- pp.69-70
"내가 책상 위에서 떨어져야 한다고? 내가 작고 보잘것없어서? 난 용감하고 힘이 넘쳤어. 다정하고 진실했지. 들쥐녀석을 쫓아냈던 내가 아닌가! 나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존재했어. 아니, 그 이상이었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건 뭐든 다 해주었잖아? 내 사랑 릴라에게 말이야!"
그는 사납게 발을 구르며 책상 위를 돌아다녔다. 갑자기 자신이 엄청나게 강해진 것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손톱만한 쥐 안에 담겨 있기에는 그의 분노가 너무도 켰다. 분노와 함께 노박 씨 자신도 커진 것이다. 그는 이제 예전의 크기로 돌아왔다. 그는 발을 쾅쾅 구르며 떠나갈 듯 외쳤다.
"나는 나야! 그리고 네 말대로 넌 바로 너지! 넌 소중한 내 마음을 받을 자격이 없어!"
그는 책상 위에서 풀쩍 뛰어내려 곧장 욕실로 갔다. 그리고 턱수염을 깨끗이 밀어버렸다.
--- pp.6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