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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것들은 뇌사가 없다

꿈꾸는 것들은 뇌사가 없다

문학의숲 시인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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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30*205*20mm
ISBN13 9791187904373
ISBN10 1187904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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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를 썬다
채칼에 찢겨 나가는 몸통,
시뻘건 고춧가루에 버무려져
상처가 쓰리다 뭉텅뭉텅,
머리만 남아 있다 그러나
짜디짠 생활의 손아귀 밑반찬이 부족해도
머리는 토막 내지 않는다
삼켜버리기엔 너무나 단단한
추억의 창고

그곳에 무의 뿌리가 있다
싱그러운 햇살의 아침,
캄캄한 어둠을 일구던 저녁이 있다
해충들과의 고단한 싸움,
나비와 벌들과의 즐거운 한때도 고여 있다
그 잊을 수 없는 날들의 힘으로
무의 머리는 푸르다

접시 물에 무의 머리를 담가 놓는다
볕 바른 창문 아래
푸근한 단꿈의 자리를 깔아 준다
오래지 않아 무는 싹을 틔울 것이다
찢겨 나간 쓰린 자국의 몸통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다
---「꿈꾸는 것들은 뇌사가 없다」중에서

여기서는 아무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슬픔이 수시로 돋아나도
길은 여전히 찬란하고
공중에 몸을 던진 별들이
엄숙히 흩어지는 하늘
여름이 가고 직녀야
우리 서로 쉬이 잊지 못하는 사람이나 될까
하나 남은 믿음이 새벽에 젖도록
쓸데없는 일 모두 다 잊고서는

동화처럼 강물이 흐른다
늙은 산은 가뭄보다 더 깊이 엎드려
더는 벌레를 울리지 않는
여름이 가고 나무야
우린 얼마나 떨려야 잎새를 지울 수 있느냐

우리는 천천히 살아갈 것이다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곳에서
생의 고단한 썩음과
단순한 탄력을 수런대며
하나 남은 사랑이
저녁강을 남몰래 끌어안을 때까지
---「칠석의 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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