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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294g | 120*188*17mm
ISBN13 9791190015981
ISBN10 119001598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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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달에 들이민 두 손이 따뜻했다. 졸음을 이기지 못해 눈을 감으니, 손은 저절로 익숙한 형태를 쫓았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갈 만큼 작은 머리통, 납작한 등허리와 기저귀의 빳빳함, 피부로 스며드는 애틋한 체온. 그 아이에게─나기사에게 닿은 시간은 정신을 잃을 만큼 괴로웠고, 그럼에도 근사했다. 하나의 생명이 눈앞에서 열을 내뿜고 있었다. 잊지 않았고, 분명 눈감는 순간까지 잊지 못하리라.
그렇다면 나는, 잃은 게 아니라 얻은 것 아닐까.
---「새로운 별」중에서

눈앞이 깜깜했다. 차창 밖으로 흐르는 거리 풍경은 색채로 가득했다. 빛이 쏟아져 내리고, 벚꽃도 흩날리고 있는데. 겐야에게 있어 그 풍경들은 TV나 영화 속 세상보다도 더 현실감이 없었다. 눈을 잘게 깜빡였다. 불신으로 뒤덮였다. 새카만, 얼음처럼 차가운 거절의 벽. 그것이, 겐야가 실감하는 세상이었다.
---「바다의 조각」중에서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닮았다. 그곳에 ‘있는’ 것은 항상 몇 퍼센트의 ‘없음’을 존재 안에 포함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 어떤 ‘없음’에도 항상 몇 퍼센트의 ‘있음’이 혼재해 있다. 아오코는 늘 그런 생각을 하며 부모를, 업무 상대를, 가야노를, 출산 계획의 불일치로 헤어진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편은 지난해 재혼을 했다고 겹치는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있음’과 ‘없음’의 균형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그는 아오코의 내부에서 ‘없음’이 되진 않았다. 선악조차 판가름할 수 없는 어떤 조각들이 줄곧 존재했다. 그가 자신이 아닌 사람을 사랑하고, 나기사가 아닌 아이를 끌어안아도, 여전히.
---「나비가 팔랑」중에서

그녀들은 스스로를 케어하는 방법을 수없이 많이 알고 있으며, 강인했다. 불행이 직격으로 덮쳐 와 연약해져 있는 친구들, 이라고 제멋대로 품고 있던 이미지를 다쿠마는 조심스레 수정했다. 누가 연약한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연약해지는 법조차 잘 모르고 있던 자신이 가장 연약했는지도 모른다.
---「따뜻해지는 로봇」중에서

누구나 번듯한 사람이 되어 안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 번듯해 보이지 않는 자신을 열심히 감춘다. 번듯하게 여겨지려 한다. 혹은 번듯한 사람이고자 무리를 한다. 자신 역시 그렇다고 겐야는 생각했다.
---「새터데이 드라이브」중에서

괴로워, 하고 가슴 안쪽에서 앓는 소리가 났다. 강물의 수위가 높아졌다. 수압이 강해져, 떠내려갈 것만 같은 무릎이 오들오들 떨렸다. 붙잡을 것을 더듬는 손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나는 건강하지 않다. 건강하지 않지만, 바둥거리고 있다.
---「달이 두 개」중에서

모르겠다. 그런 어쭙잖은 질문의 대답, 그 사람만이 발할 수 있는 눈부신 대답을 이제 영원히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잃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함께한 세월이 아무리 오래되어도 그 사람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이렇겠지, 생각한 상과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은 언제고 약간 어긋나기 마련이다. 불투명하고, 휘청이고, 모순돼서─그래서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이제 족하다는 마음은 영영 들지 않는다.
---「잠시 휴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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