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시민권의 시작이며, 자기가 사는 도시를 알아가는 행위이고 연대의 힘이다. 자동차의 빠른 움직임으로는 잡을 수 없는 나와 타인의 연대, 도시공간 속에서 나를 느끼는 것은 걷는 행위를 통해서만이 가능한 것이다.
---「서문」중에서
배려는 세상에는 나와 다른 사람인 타자가 존재하며 그 여건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내 안의 타자성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쉽게 말하면 운전자로서의 나는 동시에 걷기를 욕망하는 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내 안의 타자성을 발견하면 나와 타자를 인지하게 되고 그것이 바로 배려로써 나타나 도시 걷기의 다양성과 확장성, 우연성을 담아낼 수 있는 것이다.
---「서문」중에서
자동차를 탄 사람들은 유모차를 밀거나 버스를 타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 휠체어가 건너갈 때까지 차들이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은, 자신이 그런 입장이 된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대한 상상력의 빈곤이 여기서 드러난다.
---「Part 1. 1장 ‘우리 혹은 타인의 공간’」중에서
삶의 모든 순간, 모든 장소에서 평균적인 다수자일 수는 없다. 누구나 한때는 어린이였고, 언젠가는 어린이를 돌보는 입장이 된다. 가끔 다리가 아프거나 술에 취하기도 하며, 무거운 짐을 나르기도 하고, 먼 훗날 나이가 들어 길을 걷기 힘들어질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평균적인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은 개별자로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숙명이다.
---「Part 1. 1장 ‘우리 혹은 타인의 공간’」중에서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 강 건너 전장을 구경하듯 도시의 획일성과 일방성을 방관하는 가운데 조금씩 우리의 다양한 가능성은 제약되고, 도시는 일정한 평균치 범주 밖으로 한 발만 내딛어도 위험천만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Part 1. 1장 ‘우리 혹은 타인의 공간’」중에서
걷기는 자신의 의도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능력이며, 일상에 필요한 이동성을 확보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이렇게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걷는 행동에 대해 별다른 인식이 없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본인이 걷기 어려워지기 전까지 말이다.
---「Part 1. 2장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중에서
함께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걷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부터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로에서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지만, 정작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
---「Part 1. 2장 ‘우리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중에서
마차를 수용하기 위해 유럽의 도시 도로는 포장을 깔기 시작했고 길은 넓고 곧게 일직선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 시기에 보행자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Part 1. 3장 ‘도시의 역사를 찾아서’」중에서
20세기의 한국은 서구 유럽이 산업혁명 이후 겪었던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빠르게 답습한 시기였고, 마찬가지로 길의 주인이었던 보행자가 모든 것에서 소외당했던 시기였다.
---「Part 1. 3장 ‘도시의 역사를 찾아서’」중에서
지구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각 국가들도 그 속도에 맞춰서 도시를 바꿔나가고 있다. 우리 모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이 변화의 시대를 무사히 통과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과 도시의 미래를 위해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Part 1. 4장 ‘모두가 공존하는 배려도시를 꿈꾸다’」중에서
높은 보도 턱이나 횡단보도 일부만을 턱을 낮추려 했던 것은 전형적인 자동차 중심의 사고(思考)가 빚어낸 정책이었다. 높은 보도라 해도 예측 불가능한 돌진 사고로부터 보행자를 지켜낼 수는 없다.
---「Part 2. 1장 ‘보행자를 위한 도시 만들기’」중에서
가로의 표지들은 우리에게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행동을 지시하며,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다. 표지는 그 지점을 통과하는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되며, 따라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정확히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Part 2. 3장 ‘서로를 배려하는 교통 인프라 구축’」중에서
광장은 시민들이 공동체적 동질성을 확인하고 형성해나갈 수 있는 장소다. 그 공간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정치·사회·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지며, 그 기억들이 축적되면서 사회적 연대가 완성된다.
---「Part 2. 4장 ‘멈춰서 쉴 수 있는 배려도시’」중에서
공원이 본래 의미를 갖고 조성된 것은 1907년 탑골 공원이 최초였다. 이곳은 조선시대 유명한 원각사가 있던 자리로, 절은 사라지고 오늘날 국보2호인 ‘원각사지 10층 석탑’만 남아 사람들이 ‘탑이 있는 절터 마을’이라는 뜻으로 ‘탑마을’ 혹은 ‘탑골’이라 불렀다.
---「Part 2. 4장 ‘멈춰서 쉴 수 있는 배려도시’」중에서
이들 대형 공원들은 마치 격리된 섬과 같다. 서울숲이나 한강고수부지는 도시고속도로가 사람들을 단절시키고, 고궁은 높은 담과 저녁이 되면 닫혀버리는 입구가 그곳을 도시에서 격리시킨다. 입장료를 내야 하며, 자동차가 없으면 아예 접근도 못한다. 어쨌든 맘먹고 가야 하니 시간적으로도 고립된 섬이 바로 대형 공원이라 하겠다.
---「Part 2. 4장 ‘멈춰서 쉴 수 있는 배려도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