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COM

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너는 아직 있다

너는 아직 있다

파란시선-0119이동
노춘기 | 파란 | 2023년 01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2,000
판매가
10,8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37쪽 | 214g | 128*208*20mm
ISBN13 9791191897456
ISBN10 119189745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와이퍼는 빗물을 밀어 올린다
라디오는 스스로 볼륨을 높이고

가까이 있는 것들이 크게 보이고
멀리 있는 것들이 흐릿하다

되새김질하는 외갓집 소처럼 나른하게
빗방울들이 움직이고 뭉쳐지고
둥글어졌다가 솟구친다

위험이 우리를 발견했어
네 눈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지 않아도 우리는 그곳으로 이끌린다
첫 번째 방문을 여는 황동 열쇠를

너는 뜨거운 비스킷을 들어
거울 속으로 밀어 넣는다

너를 만지고 맛보고
비를 만지고 느끼고
어둠을 들이키고 맛보고 토해 버리는

아주 어렵고 곤란한 마주침이
이 순간의 우리를 찢고 있어

보이는 것들이 보고 있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잖니

볼륨을 잠깐만 줄여 봐
이빨을 드러낸 개들이 늘어나고 있어

물러서지 않고
전구처럼 뜨거워진 두 눈을
흔들고 있어 ■
---「곤란한 마주침」중에서

시곗바늘이 한 칸 한 칸
전진하는 사이
지구가 자전하는 톱니바퀴
소리를 듣는다.

눈앞의 지구에서 구름이
걷히면 길쭉한 여객선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보인다.

어떤 이가 산 위에서
나를 올려다본다.
고래가 뛰어오른다.

지구가 돈다.
도는 지구는
네 엉덩이처럼 매끄럽고
부드럽다.

보이지 않는 뒤편으로 사라지는
저녁들에게
양 떼와 낙타와 전갈들에게
서둘러 산을 내려가는 소몰이꾼에게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눈빛을 보낸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
---「붉은 얼굴」중에서

이름을 모르는 식물들이
있다 지금 이곳에 맛을 모르는 식물들이
있다 그 육체의 형상을 모르는 소리들이
있다 겪어 보지 않은 기온과 습기
살에 닿아 보지 않은 미물들의 촉감

비가 그치면 어둠이 오고
매질하듯이 별들이 쏟아지고
우주를 채우는 곤충과 새와 짐승들의
숨결들 바람에 온몸을 부딪치는
빽빽한 나뭇잎들의 분노가

있다, 이름을 아는 사물들과 그 이름을 내게
알려 준 사람들과 그들 곁에서 조용히 숙제를 하던
너는,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에서 새로 산 지우개를 건네던
주산학원 가던 길에서 한 번도 뒤를 보지 않던
한동안 사촌 누나였다가 한번은 플라타너스
높은 가지 끝의 하늘소였다가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죽은 싱어송라이터의 노래였다가
노량진 학원가 빵집 창가 자리에 놓인
흰 접시였던, 노량진역에서의 식은
악수였던, 철문 앞에서의 오랜 기다림
이었다가 융단폭격 아래에서의 기도였던

너는, 저 빽빽한 어둠의 내부에서 붕붕거리는 것들의
뜨거운 호흡 소리를 뚫고 이 축축한 지상을
이 웅크린 육신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이곳에서
밤이 길고, 너는 별처럼 따뜻하다 ■
---「정글엔 언제나」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결국 이 피 튀기는 전쟁의 승자는 시간뿐이다. 주체와 세계의 비대칭 위에서 현실의 세계는 의미를 질식시키는 무의미에 가깝다. “차가운 금속의 난간이 피라냐처럼/손바닥의 축축한 살을 물어뜯고 있었다”는 섬세한 표현에서 보듯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는 힘”으로서의 폭력성과 그 결과인 ‘종말’은 이 세계에 편만하며 심지어는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고 벗어날 수도 없다.(「골드버그 장치」) “출구 없는 공허”라니(「가능한 세계 2」) 이 세계는 얼마나 모순적인가. 하루의 끝은 이토록 먼데(고달픈데) 세계의 끝이 언제나 너무나 가까이 있다. 가령 호젓하고 아름다운 바그다드 카페와 (전쟁으로) 불타는 바그다드가 연결되고(「바그다드 카페에서」), 귀여운 아르마딜로는 야간 기습 공격에 눈을 뜨고 죽은 아르마딜로 부대 병사의 모습과 겹친다. 겹침, 유혈이 낭자한 이 비릿한 인식의 순간을 노춘기는 “곤란한 마주침”이라고 명명한다(「곤란한 마주침」). 어떻게 곤란한가. 거품에서 태어난 비너스의 탄생 모티프는 욕조 자살자의 모습과 겹치고(「비너스의 탄생」), 제 심연으로 자맥질하던 잠수부의 광기는 온통 죽음의 공포로 차오르는 병실의 이미지로 바꾸어진다(「Le Grand Bleu」). 나와 세계의 비대칭은 기억(앎)과 미지의 비대칭이고, 따라서 의미와 무의미의 비대칭이다.

그래서 곤란하고 힘겹지만 그 마주침의 결과로 ‘너’와 ‘당신’의 세계가 만들어진다. 죽음과도 같은 물성의 세계가 ‘나’라는 일인칭의 경험의 세계로 분열 생성되는 응시의 자리에 ‘너/그대/당신’이 있고 ‘얼굴’이 있다. 그래서 이 응시는 내부로부터의 응시이고 언제나 내려다보는 모양을 한다. ‘너’와의 마주침은 섬찟하고 유쾌하며 부드럽고 날카롭다. 노춘기의 이번 시집은 그렇게 처절하고 따뜻한 응시의 시집이다. 한 응시의 높은 자리에서 석양에 물든 얼굴처럼 인간과 태양은 같은 색깔의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본다(「붉은 얼굴」). 이렇게 아프고, 두렵고, 유쾌하며, 처연한 시집,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집이다.
- 이현승 (시인)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0,8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