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이 점점 높아지면서 노후자금의 필요성과 그에 대한 대비는 어느 정도 하고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노후자금에서 반드시 따로 떼어서 마련해야 할 자금이 있는데, 바로 의료비가 그러하다. 나중에 아파서 병원에라도 가게 되면 가장 큰돈이 들어가는 비용이 바로 의료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료비는 노후자금과는 별도로 따로 통장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프롤로그」
피치 못할 사정으로 병가를 내야 할 경우, 병가는 개인에게 어떠한 손해를 끼치게 되는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하나는 기회비용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퇴직 압력이다. 병원에 몸져누워 있다고 내야 할 아파트 관리비가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신용카드 회사가 카드대금 결제를 미루어주는 것도 아니다. 즉, 나가야 할 비용은 계속 발생하는데, 들어오는 월급은 없어지는 것이다. 입원해 있는 동안 무급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병증이 심하지 않아 한두 주 동안의 입원으로 치료가 다 된다면 큰 타격은 받지 않겠지만, 3개월 이상 입원해야 하는 경우, 그 경제적인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비에서는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p.42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의료통장은 본인부담금 상한선/비급여 항목/기회비용 이렇게 3가지 항목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이중 본인부담금 상한선은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항목이다. 비급여 항목이나 기회비용은 줄이거나 조절할 여지가 있지만 본인부담금은 병원에 직접 내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듯이 병원은 ‘수납’으로 시작해서 ‘수납’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이때 돈이 없다면 의료 서비스 자체를 받을 수 없게 된다. ---p.120
일반적인 경제학 법칙에 따르면 사고자 하는 수요가 많으면 제품의 가격은 올라가고, 반대로 수요가 적으면 제품의 가격은 내려가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각 개인은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사지 않고, 내리면 구매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존재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료비에 대해서는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철저하리만큼 무시되고 있다. ---p.218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하지 않던가. 피하고 싶은 순간에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더욱 비참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케이블 TV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광고시간에 나오는 대부분의 보험들이 ‘치료비’보다는 ‘장례비’라도 자녀에게 부담 지우기 싫다는 부모님들의 마지막 부성애와 모성애를 자극하고 있다. 나중에 의료비 지출이 많아지는 시점에 어떤 사회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효도의 개념이 앞으로는 많이 바뀔 것이라는 점이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른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각자 살길과 의료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