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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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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증이지만 탐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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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446g | 128*188*30mm
ISBN13 9791191803112
ISBN10 119180311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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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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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불편하다. 주제가 있는 대화라면 몰라도 종잡을 수 없는 잡담이 특히 불편하다. 말하는 동안 시선을 어디에 두면 좋을지 모르겠다. 맞장구를 어느 타이밍에 넣으면 좋을지 모르겠다. 목소리가 작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음량 조절이 어려워서 알아듣기 어려운 작은 목소리 아니면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큰 목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볼륨의 눈금이 둘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에 화제로 삼을 만한 두서없는 이야기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 뭐라고 말하며 말을 거는 것이 상식적인지 모른다. 같은 반의 안면 있는 사람과 복도에서 마주칠 때 말을 걸어야 할지 아닐지 일일이 고민한다. 어떤 인사를 건네면 좋을지도 모른다. 뒷줄 사람이 자기소개를 이어가는 강의실에서 나는 책상에 엎드리듯 존재를 최대한 숨겼다. 애초에 자기소개라는 상황이 거북하고 싫어서 견딜 수가 없다. 다른 사람 앞에서 나만 일어서서 주변 사람 모두에게 주목을 받으면서 가볍게 뭔가 재미있는 주제를 섞어가며 자리를 이끈다. 거기다가 대본도 없이 말이다. 신만이 가능한 일이리라. 아니, 애초에 왜 이런 일을 겪게 됐지?
--- p.16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이며 아무 말 없이 놓여 있는 우산을 가만히 바라본 후, 내 300엔짜리 비닐우산과 비교해봤다. 적어도 누구의 우산인지 알게 되면 좋으련만. 우산 주인의 이름을 알면 가령 방송으로 호출할 수도 있고, 법학과 게시판 등 반드시 그 사람이 볼 법한 장소에 몰래 전언을 붙여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산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손잡이에 남은 지문을 핥으면 주인의 혈액형을 알 수 있다거나 하는 특기가 있다면 좋겠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단순한 대인기피증에 불과할 뿐 그런 능력은 없다. 애초에 손으로 쥐고 싶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면 도둑이라고 생각할 테니까.나는 기억을 되짚었다. 이 강의실에서 자기소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귀로는 들었지만, 내 차례가 끝난 후에는 계속해서 책상에 달라붙은 채 뒤를 보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p.26~27

“아, 쇼핑 중에 미안. 지금 한가해? 지금부터 이 녀석이랑 저녁 먹으러 갈 건데, 같이 안 갈래?”
사토나카의 발언을 듣고 만약 내가 개였다면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놀랐다. 꼬셨다. 방금 이름을 확인한 것뿐인, 그것도 여자를. 이 녀석의 정신구조는 어떻게 생겨 먹은 걸까. 그게 아니면 사토나카처럼 의외로 키가 크고 얼굴도 괜찮은 인간에게는 놀랄 정도의 일은 아닌 걸까.
“아, 아니, 그게.” 요시카와는 스커트를 투우사의 망토처럼 나풀나풀 흔들었다.
곤란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이쪽으로 몸을 내밀었다. “저기, 아까 사토나카 군, 피팅룸에 있었죠? 괜찮았어요?”
작은 목소리로 갑자기 그렇게 물어서 사토나카가 의아해했다. 표정이 알기 쉽게 변하는 녀석이다.
“아니, 딱히……. 좁아서 팔꿈치를 부딪히긴 했는데.”
“당연히 그렇겠죠? ……아닌가, 남자라서 괜찮은 건가.”
“무슨 이야기야?”
“이 가게의 피팅룸, 들어가면.” 요시카와는 그 타이밍에 점원에게 신경 쓰듯 시선을 돌리더니 스커트를 들어 올려 자신의 입가를 가리려고 했다. “……여자가 사라지거든요.”
--- p.74~75

나는 안다. 가게에 들어가서 현장 검증을 하면 단번에 해결된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겸사겸사 같이 온 것뿐이에요. 나한테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라고 어필할 수 있지만 단독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다. 나는 오늘도 무인양품과 유니클로가 반씩 섞인 차림이다. 들어가면 다시 점원이 말을 걸 것이다. 점원은 내 차림을 보고 ‘슬슬 세련된 모습이 되고 싶은 건가’라고 미소 지을지도 모른다. 부끄럽다. 그게 아니면 장소를 잘못 찾은 녀석이 와버렸다고 마음속으로 비웃을까. 가게에 들어가면 어차피 두리번거리며 진정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가게 손님과 점원이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저 녀석 수상해’, ‘차분한 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게 너무 훤히 보이네’라고 마음속으로 비웃는 걸 느끼면서 가게를 둘러보는 일은 불가능하다. 내 추리가 맞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싶지만, STRUTTIN'의 세련된 문이 나를 거절한다.도무지 혼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결국 다시 사토나카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녀석은 동아리에 용건이 있다고 말했기에 바로 올 수는 없으리라.그렇다면 일단 안에 들어가지 말고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
--- p.1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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