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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 타클라마칸

걷는사람 시인선-07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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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138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519
ISBN10 119233351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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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우두커니와 물끄러미 사이
목질의 기다림과 다육질의 그리움 사이
해 지고, 긴 밤 홀로 우두커니 견디는
가로등과 남몰래 외로움을 나눠 가져요
풍랑이 잦아든 길모퉁이 꽃집의 뿌리 잘린 꽃들이
이종교배를 꿈꾸며 밤새 발바닥을 간질일 때

물 냄새에 몸이 달아오르곤 하지요
수평선 너머 물끄러미 바라보며

조금씩 조금씩 발돋움을 하지요
---「크라슐라오바타」중에서

지나온 길은 구차하고 다가올 길은 두렵기만 한데
서로 잇대어 홀치면 삶이 잔잔해질지도 몰라요.
뜯어진 솔기를 비집고 꾸역꾸역 밀려 나오는
저 어둠은 무엇인가요.
오글오글 몰려 있던 시름이
두더지처럼 등을 자주 들쑤시네요.
햇빛에 말릴 수도 없어 늘 젖어 있던,
내 허기를 채워 주던 자투리들을 위해
어깨뽕을 채워 넣어야 할까 봐요.
간혹 어둠에 발을 헛디뎌 아귀가 어긋나도
뒷덜미쯤에서 서둘러 봉합하면
주름 한두 개 생긴다 한들 무슨 대수겠어요.
이따금씩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더라도
빗방울로 올올이 어루만져 준다면
악다구니도 심술도 허물도 수더분해지겠지요.
---「봉제 인형」중에서

봄비 오신 날

산도 하늘도 들여앉혀 놓고서

내 마음도 불러다가 가두어 놓고서

하룻밤 곁에 누워 보지도 못했는데

훌쩍 떠나 버린 당신

집도 절도 없는 봄
---「물구슬」중에서

저승에서 잠시 짬을 내어 오신
어머니가 가마솥 가득 밥을 안쳐 놓았다
가마솥 안의 쌀들이 불꽃을 받아들여
투명하게, 하얗게 부풀고 있다
골짜기가 통째로 익어 가고 있다

밥 먹어라,
골짜기 가득 아득하게 번지며
두레 밥상에 수저 놓는 소리
---「벚꽃축제」중에서

꽃 피고 새 울고 날씨는 화창하니
나는 오늘도 코스트코에 간다.

부위마다 영하 2도 이하에서 진열하여 육즙이 살아 있는 냉장칸을 지날 때 아메리카의 초원에서 소들이 풀을 뜯는 평화를 느낀다.
훈제를 하고 얇게 포를 떠서 진공 포장한 슬라이스 오리고기는 어디서 왔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저녁 식탁에 올렸으면 좋겠다.

(중략)

오곡백과 풍성하고 산해진미 가득하니 사계절 먹고 마시고 즐길 거리가 차고 넘치는 낙원
온갖 쓰레기들의 고상한 고향
주머니를 탈탈 털리고 할부로 어깨를 야금야금 갉아먹히더라도 배불뚝이가 되어 어기적어기적거리며 이곳에서 오래 살고 싶어라.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고 서늘한 이곳에서 오래 보관되고 싶어라.
주체 못 할 욕망을 가득 실은 카트를 밀면서 이곳에서 오래오래 머물고 싶어라.

해는 저물고 봄날은 가고
나는, 나는 오늘도 코스트코에 간다.
---「나는 오늘도 코스트코에 간다」중에서

이를테면, 곡선보다는 직선을 선호한다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오로지 나아간다
길의 이력을 필사하는 능력은 출중하지만
눈물샘이 없어 어떤 비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블랙아이스와 거친 빗길에서 자해를 꿈꾸긴 해도
지나온 길을 다 잡아먹은 백미러가 허기를 채워 준다
쌍심지 켠 눈, 튼튼한 다리, 지칠 줄 모르는 심장으로
꿋꿋하게 나아가는 육식성의 연비
이 맹목적인 질주본능을 보라
오르막을 박차고 오를 때는
지구가 잠시 휘청거린다
---「올뉴소렌토 49조0677 보고서」중에서

여기는 온통 사막이다.
한때는 문명이 번성했던 곳, 이제는
역병이 창궐하고 독침을 숨긴 전갈이 매복해 있는 곳,
터무니없는 복음을 팔기 위해
사이비 교주들이 어슬렁거리는 곳이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는 우중충한 상가 모퉁이의 주점, 타클라마칸
땅거미가 밀려오고 뜨거운 모래언덕도 식으면
길 잃은 사람과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몸을 부린다.
목초지와 물길을 찾아 헤매던 카우보이들이 진을 치고
중언부언에 횡설수설을 더하여 다투다가 졸고 있다.

(중략)

거리에는 시궁창 냄새가 흘러 다니고
길고양이가 찢어발긴 쓰레기 봉지가 뒹굴고 있다.

고층아파트 단지에 밤이 깊어 가고
잠 안 오는 날이 잦고
어디선가 마두금 흐느끼는소리
불을 끄고 어둠에 잠기는 주점, 타클라마칸
---「주점 타클라마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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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문학 동인으로 반평생을 함께 글을 써 왔지만, 정용기 시인이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말이 길어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용기 시인은 말 없는 사나이다. 술 한 모금에 목까지 빨개지므로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 따라서 거나한 술자리 끝에 모두들 안심하고 목숨을 맡긴다. 실제로 그는 침착하고 꼼꼼한 베스트 드라이버로, 말없이 유능하다. 그러니 정용기 시인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정용기 시인의 시를 읽어야 한다. 조용하고 조심스럽고 얼핏 무뚝뚝해 보이는 그의 속이 얼마나 화사한지, 신비롭게 울리고 떨리는지, 그의 시집을 열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의 시 「벚꽃축제」의 아슴하고 아득한 황홀감을 보라. 눈이 번쩍 뜨이는 반전이다.

정용기 시인의 이번 시집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저물어 가는 아름다운 세상의 풍경으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시 「형상기억합금」에서, “하지 무렵의 기나긴 날이 저물고/물수제비 뜨던 예닐곱 살의 은하수 강변에서/저승으로 옮겨 간 사람들의 안부까지도/깜박깜박 전해 오는 반딧불을 따라” 걷는 시인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도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운 세상에 돌아가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 우리 모두 이승보다는 저승이 더 잘 보이는 나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이승도 견딜 만하여 그윽’하다는 정용기 시인의 말을 믿고 힘을 내어 한참 더 살아 보기로 한다.
- 양애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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