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후는 70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제까지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안 되는 상황을 수없이 맞닥뜨린다. 컨디션 난조를 겪는 일도 잦아진다. 암, 뇌경색, 심근경색, 폐렴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도 생기기 쉽다. ‘치매인가?’라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는 일도 있으리라. 배우자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고독이나 절망에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생로병사의 거대한 벽이 거친 파도처럼 덮쳐온다. 이 책에서는 눈앞의 거대한 벽을 넘어서는 다양한 힌트를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단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바로 노화를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이다. 이것이 ‘행복한 노후’와 ‘불행한 노후’를 가르는 기준이다. ‘행복’은 주관적이다. 즉, 자기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노화를 한탄하여 이제 이것도 할 수 없고 저것도 할 수 없다며 ‘없다, 없다’를 되뇌기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고, 노화를 받아들여 아직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며 ‘있다, 있다’를 소중히 여기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 어느 쪽이 행복할까? 정답은 본인만이 알겠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있다, 있다’의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프롤로그」중에서
80세가 넘으면 건강검진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필자는 현직 의사이지만 현대 의료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자세한 이유는 차차 설명하겠지만, 한마디로 많은 의사가 ‘숫자만 보고 환자는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건강검진이다. (중략) 대부분의 회사에서 정기 건강검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전에는 남성이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건강검진이 장수로 이어진다면 남녀의 수명은 역전되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남녀 간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건강검진이 별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건강검진을 통해 암 등을 조기 발견하기도 한다. 검진으로 목숨을 구하는 사람도 있으리라(도리어 몸이 나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나 건강검진의 기준이 되는 ‘정상 수치’가 ‘정말로 정상인지’는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어떤 수치가 정상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1장 의사·약·병원의 벽을 넘어서다」중에서
80세가 넘으면 노화에 맞서기보다는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삶이 행복한 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앞서 다뤘듯이, 85세가 넘어 사망한 사람을 부검하면 대부분 몸에서는 암이, 뇌에서는 알츠하이머형 병변이, 혈관에서는 동맥경화가 발견된다. 하지만 생전에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사람도 적지 않다. 나이가 들면 몸에 여러 개의 ‘병의 씨앗’을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병의 씨앗이 언제 싹을 틔울지는 알 수 없다. 오늘은 건강하다가도 당장 내일 환자가 되기도 한다. 갑작스레 사망하는 예도 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필자가 권하는 노년의 삶이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 당장 생이 끝난다 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참거나 무리하지 않기’는 후회 없는 나날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2장 노화의 벽을 넘어서다」중에서
일반적으로 인지장애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효과가 조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약밖에 없다. 즉, 조기에 발견해도 의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지적했듯이 인지장애라고 진단받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태도를 바꾸거나 역할을 빼앗는다. 그러므로 건망증이 시작되는 정도의 단계라면 오히려 의사에게 가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핵심은 인지장애 진단을 받는 일이 아니라 인지장애의 진행을 늦추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지장애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속해서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3장 치매·인지장애의 벽을 넘어서다」중에서
오늘 건강하게 걷는 사람이 일 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걷지 않는 생활만을 계속하다 보면 전혀 걷지 못하게 된다. 남은 기능을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쇠약해지는 것이 80세가 넘은 고령자의 무서운 현실이다. 82~83세 무렵에 급격하게 쇠약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80세를 계기로 많은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도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집 안에만 머무는 사람 중에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사람이 많이 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포기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지금부터는 ‘잔존 기능을 남기는 힌트’ 44가지를 소개해 보려 한다. 전부 실천할 필요는 없다. 한두 가지라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면 시도해보자.
---「4장 80세의 벽을 넘어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