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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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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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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40g | 128*188*20mm
ISBN13 9791197998577
ISBN10 1197998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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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은 저주받은 집안 같았다. 이 집에 기르던 한 마리의 개조차 낯선 사람을 보면 짖을 생각은 못 하고 꼬리를 끼고 끙끙하면서 부엌 구석으로 들어와 숨곤 하였다.

저녁만 먹으면 모두 자리를 펴고 눕는다. 그러면 캄캄한 이 집안에 건넌방 윗창문 안에만 조그마한 아주까리 등잔불이 보이고 그 안에서는 당주 칠성의 글 외는 소리가 밤하늘에 낭랑히 울려나온다. 이것은 그 쓸쓸한 집안으로 하여금 더욱 처참한 빛이 돌게 하였다. 제각기 이야기하기도 피하였다. 며느리는 사람의 살아가는 도리로서 아침에 잠깐 시어머니의 방에 들어가 뵈는 뿐 서로 한자리에 앉기를 꺼렸다. 송 서방은 이러한 경우에 당연히 주인마님들을 위로하는 것이 그의 직책이겠지만, 그리고 또 그에게 그런 마음은 간절하였지만 그런 자리에 들어서기가 오히려 민망스럽고 거북하였다. 송 서방도 할 수 있는 대로 서로 대면할 기회를 피하였다.

마치 빈집과 같았다. 끼니때만 행랑 사람이 들어와서 밥을 짓고는 곧 나가고, 그때부터 뜰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얼씬 안 했다. 그러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학교에서 돌아온 칠성이가 혼자서 뜰을 비슬비슬 돈다. 같은 햇빛이 이 집 뜰에도 비치기는 비쳤다. 그러나 그 햇빛조차 이 집 뜰에 비치는 것은 별로 누렇고 붉었다. 거미줄이 사면에 얽혔다.
---「송동이」중에서

이 사상에 배치되는 행동이거나 운동을 하는 ‘불령선인’은 마땅히 배제해야 할 것이며, 그런 역도를 구축 배제하는 책임을 띤 자기의 직업은 아주 신성한 것으로 여겼다.

그런지라 그는 기를 써서 조선인 가운데 역도를 배제하기에 노력하였으며, 국가의 역적을 없이해서 ‘반도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선의 힘을 아끼지 않았다. 고문 명수, 자백 자아내는 명인이라는 칭호가 어느덧 그네에게 씌워지고, 상관의신임도 차차 두터워질 때에 그는 이것을 추호도 자책하는 마음이 없이, 자기의 자랑으로 알고 명예로 알고 자기의 천직으로 알았다.

그는 소위 사회의 명사라고 꺼떡이는 인물들에게는 일종의 반항심과 증오심을 품고, 그런 인물은 골라가며 뒤를 밟고 탐사하고 하였다. 사람이란 죄를 씌우자면 면할 사람이 없는 법이라, 아니꼬운 인물은 잡아다가 두들기고 물 먹이고 잡담 제하고 토사를 강요하면 무슨 토사 간에 나오고, 한 가지의 토사가 나오면 그 연루가 넓게 퍼져서 한 개의 큰 ‘음모 사건’이 조출되고 하는 것에 일종의 재미와 쾌감까지 느꼈다. 이리하여 덕수가 한번 노리기만 한 사람이면, 반드시 무슨 사건의 주범으로 되어 검사국으로 넘어가고, 검사국에서는 이 사건이 복잡다단하다 하여 예심으로 넘기고 하여, 명형사 김덕수의 이름은 이 방면에는 꽤 컸다.
---「김덕수」중에서

별로 신기하게 여길 사건도 아니므로, 그저 그만치 해가지고 공소 재판을 열었지요. 그리고 순서대로 주소, 성명, 연령, 직업, 전과의 유무 등을 물었는데, 스물세 살 났다는 젊은 사람이 전과 육 범이었습니다. 열두 살 때에 소매치기를 비롯하여, 절도, 공갈, 강도, 등등 온갖 죄악을 다 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경험이 아닐지라도 이만하면 벌써 피고의 성질이 짐작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마음으로는 벌써 공소해야 역시 사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만 규칙에 의지해서, 공소한 이유를 물었지요. 그러면서도 피고가 무슨 핑계를 대거나 범행을 부인하는 말을 하려니 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피고는 뜻밖의 대답을 하지 않겠습니까?

피고의 말은, 자기는 사형이 싫어서 공소한 것이 아니다. 다만 자기는 제1심에서 자기의 과거를 한번 다 이야기해볼 기회를 얻지 못해서 그 기회를 얻으려고 공소한 것이지, 사형이 억울해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그려. 자기의 범행은 죽어도 싸다고, 검사가 할 말까지 하겠지요. 그래서 나는 온화한 말로, 공판정은 범행을 조사해서 거기다 형을 과하는 곳이지 피고의 경력 연구소가 아니니깐 그것은 허락할 수 없다고 거절해버리고 범행에 대해서 조사를 하려니까, 피고는 한참 머리를 수그리고 있더니 그러면 공소를 취하하겠다고 그러겠지요.
---「죄와 벌」중에서

여는 처음에는 주검을 존경하는 뜻으로 무덤을 발로 밟지 않고 내려가 보려 하였다. 그러나 무덤과 무덤 사이에 발 하나를 들여놓을 자리가 없는 진남포의 공동묘지에서는 도저히 그러한 재간은 할 수가 없었다. 여는 어떤 무덤 위에 올라섰다.

겨우 해토 때로서 얼었던 흙이 녹아서 여가 올라서는 순간 여의 무게 때문에 발 짚은 곳은 서너 치 쑥 들어갔다. 여는 발을 궁글면서 그다음 무덤의 꼭대기로 건너뛰었다. 무덤은 역시 쑥 들어갔다. 이 무덤 꼭대기에서 저 무덤 꼭대기로 또한 그다음 무덤 꼭대기로…… 여는 마치 캥거루와 같이 겅중겅중 뛰면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한 무덤에서 한 무덤으로 건너뛸 때마다 여는 발로써 이상한 저항력을 감각하였다. 그것은 결코 흙의 저항력은 아니었다. 목판, 공허…… 그것은 마치 기선의 갑판에 내려뛰는 것과 같이 일종의 형용하지 못할 공허를 발로써 감각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지극히 부도덕한 일이었다. 소재가 분명하지 못한 무덤 하나를 찾느라고 여가 발로써 밟은 수효는 오백으로써 헤지 못할 것이었다. 그리고 여가 밟은 곳은 모두 무덤의 마루인지라 말하자면 죽은 이의 배, 혹은 가슴의 직상일 것이었다.
---「죽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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