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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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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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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1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56g | 128*188*20mm
ISBN13 9791197998591
ISBN10 1197998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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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봄이 되었다. 나무 끝에는 또 노란 진이 돌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최 서방의 얼굴에도 나날이 화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순이 펴지면서 잎이 피는 동시에 그 버드나무는 새끼까지 쳤다. 땅이 이곳저곳 터지면서 새끼 버드나무도 너덧 개 나왔다. 이 기이한 현상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최 서방은 그 일을 알리러 주인한테 갔다. 주인에게는 손이 서너 사람 와 있었는데 그 일을 최 서방이 알리니까 주인은
“흠.”
할 뿐 그다지 기이히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손들을 돌아보며,
“이 사람이 마음이 아라삿 버들같이 직하니깐 그 버드나무를 좋아하거든.”
하고 웃었다. 최 서방은 물러 나왔다. 그러나 마음은 춤출 듯이 기뻤다. 자기는 마음이 곧아서 오직 한 줄기로 벋는 아라삿 버들을 좋아했거니 하고는 혼자 벙글벙글 하였다. 그다음부터는 그것을 ‘내 버드나무’라 하였다.
---「포플러」중에서

이 생각은 나날이 영숙이의 마음에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거기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과 같이 역시 살림을 주관하였다. 전과 같이 옷감이며 기명도 끊임없이 사들였다. ‘출분’이라 하는 것은 그의 머리에 깊이 박혀 있는 희망이며 신념인 동시에 또한 한편으로는 아무 진실성도 띠지 않은 공상과 같았다. 여전한 살림은 그냥 계속되었다.

영숙이는 때때로 마음으로 발을 굴렀다. 호화롭고 금전에 아무 부자유가 없던 과거의 생활로써 미래를 미루어 볼 때에 발을 구르는 것 뿐으로는 그 안타까움이 사라질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속으로 발을 구를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는 ‘출분’이라 하는 생각이 더욱 굳게 못 박혀졌다.

삼천 원으로는 넉넉히 오 년간의 공부는 할 것이었다. 오 년간의 공부는 여자로서 능히 한집안의 생활을 유지할 직업을 구할만한 지식은 얻을 것이었다. 무능한 남편을 제쳐놓고 이제 이 집안을 먹여나갈 용감스럽고 위험성 있는 자기…… 이러한 그림자조차 언제부터인지 차차 그의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무능자의 아내」중에서

지금도 나는 선비의 속을 알 수가 없어. Q 씨하고 그만치 정분이 났으면 왜 철수하고 혼약을 했는지. 물론 Q 씨에게야 아내가 있기야 하지. 하지만 소위 연애에는 국경도 없고 계급도 없고…… 연애는 온갖 것을 초월한다는 모던 걸 송선비 양에게야 Q 씨에게 아내가 있고 없는 게야 문제가 안 될 게 아닌가. 죽자사자 판에 본처가 다 뭐야. 뭘? 흥? 그래, 그렇게밖에는 해석할 수가 없겠지. ‘운명에 맡기자’, 이게 조선 사람의 공통성이니깐. 애정은 애정, 운명은 운명, 이렇게 두 군데로 갈라붙이고 놈팡이한테로 시집을 가기로 결심을 한 거겠지.

한데, 그 혼약을 하던 이야기도 장관이야. 수재 김철수 군이 매파와 함께 선을 보러 색싯집을 가지를 않았겠나. 가니깐 좌정을 한 뒤에 이러구 저러구 색시의 어머니가 두어 마디 말을 물어보더니,
“신식은 단둘이서 이야길 해야지.”
하더니 매파에게 눈씨를 해서 함께 밖으로 나가더라나. 그런 뒤에 좀 있다가 참외를 깎아서 한 대접 들여보내더라나. 그러니깐 공주 낭랑한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좀 가까이 와서 잡수세요.”
---「결혼식」중에서

“마리아여…….”
S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제 지은 죄에 대하여 더욱 뉘우쳤다.
그는 저고리 소매로써 눈물을 씻은 뒤에 머리를 조금 들었다. 그러나 그때 그의 조금 뒤에서는 뜻밖의 광경이 전개되었다. 순사들은 어떤 얼굴빛 좋지 못한 여인 하나를 붙들어가지고 힐난하기 시작하였다.

S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머리를 묻었다. 이 순간 그의 눈과 귀는 온 감각을 잃어버렸다. 고?고? 그것은 마치 장마 때의 바람소리 같은 기괴한 소리가 귀에 울릴 뿐이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얼마를 지났는지 S는 몰랐지만 S는 마침내 머리를 들었다. 그러나 들고 보니 기차는 아직 그 정거장에서 있었다. 그에게는 한 시간 두 시간 같이 보였지만 일분이 되지를 못하는 짧은 시간이었다. 순사들은 안 내리려는 여인을 끌었다.
“좌우간 내려!”
---「수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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