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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00g | 128*182*20mm
ISBN13 9788960216839
ISBN10 896021683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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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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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뿌리가 깊다
버림받아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입김에도 가볍게 날아가지만
돌아와 제자리에 내려앉는다
눈짓만 해도 온몸을 들썩이다가
앉은자리에서 천 년을 숨죽이기도 한다
오래 묵은 일기장 사이에서
눈물 자국으로 얽어 있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돋보기 위에 내려앉아
흐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눈 껌벅이며 돌아앉기도 하는 것이다
기쁘고 고운 날에는
낡은 성경책 갈피에 앉아
두 눈 붉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맑은 날 창가에 앉아서 보면
가닥가닥 집 안 가득 뻗어 가는
먼지의 흰 뿌리들이
뼈처럼 드러나는 날도 있는 것이다
---「먼지는 힘이 세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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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옥 시인의 발견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시이나 현실에 천착해 길어 낸 시들이라 읽는 사람과 김은옥 시인과의 거리감이 사라지는 시들이다. 쉽게 육화되는 시다. 현재라는 시점을 클로즈업시켜 얻어 낸 시들이라 그만큼 흡인력이 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시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새들의 특별시」라는 시를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현실의 문제에 현대인이 굴복하지 않고 현대의 증인이 되어 모든 것을 기록한다는 건강한 발상이, 「새들의 특별시」만이 아니라 시집 전반에 흐르므로 청정한 시들이면서 의표를 찌르는 시들이다. 요즘 지나친 상상력으로 읽기에 거북한 시가 많고 시를 읽다 보면 혼란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시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모르고 씁쓰레함이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 한 편 한 편이 마중물이 되어 가슴에서 감동을 철철 길어 올리는 김은옥 시인의 힘은 엄청나다. 치열한 시정신이 나타나는 첫 시집이다. 김은옥 시인의 시에 대한 자세는 단단하고 긍정적임을 김은옥 시 「단단한 긍정 속으로」가 바로 보여 준다. “고개를 갸우뚱대며 먼 산을 바라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눈 쌓인 겨울 속으로 돌멩이처럼 날아간다”.
- 김왕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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