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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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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선 이야기 (큰글자책)
[도서] 맞지 않는 선 이야기 (큰글자책)
안혜진 저 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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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선 이야기 (큰글자책)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82g | 120*188*20mm
ISBN13 979115564285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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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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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는 전철역 출구도 아니고, 출구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가자고도 하지 않았는데, 좀 의아했다. 같이 들어가고 싶었다면, 미리 연락을 하면 되지, 날도 추운데 왜 무턱대고 기다리는지. 연애에 많이 서툰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 서툶이 답답하고 싫었다. 이런 건 좀 배워서 오면, 아니 이미 알고 있었으면 좋을 텐데 싶었다.
--- p.21

뭐든 확고하게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싫다고 말하면 되는데, 지킬 것도 없는 품격을 지켜보겠다며 초연하게 연기했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건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며 나를 포장했다. 내 주제에 외모마저 본다면 그야말로 주제 파악 못 하는 같잖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주제 파악 좀 못 하면 어떤가. 누군가 나를 향해 “너 주제 파악해” 한다면, “당신이나 해!” 하면 된다. "내 인생이고 내 결혼인데, 왜 참견해?”라고 말해버리고 내 길을 가면 된다.
--- p.56

마침내 약속 장소에 도착을 했고, 도착해서 주변을 살피는데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남자를 본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아니, 정신을 놓을 뻔했다. 어쩌면 살짝 정줄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전직 대통령이었던 분(남자)으로 현재는 교도소에 계신 분이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분명히 그분이었다. 분명히! 정신을 다시 잡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분은 밖에 나오실 수가 없는데, 그리고 왜 이곳에 계신 거지? 눈을 계속해서 의심했다. 하지만 다시 봐도 분명 그분이었다.
--- p.90

처음부터 남성이 진지하게 이 만남을 대하고 있다고 느꼈다면 그의 질문이 조금이나마 덜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이성을 보는 기준과 우선순위는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인정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처럼 행동하면서 그 속내는 다르다는 게 보였다. 마치 자신과 같은 수준이 맞는지 확인을 한 후에 시작을 하겠다는 자세였다. 그 점이 굉장히 거슬렸다. ‘우리 아빠는 이런 사람인데, 너희 아빠는 뭐 하는 사람이야?’ 자세였다.
--- p.109

“난 내 감정을 잘 다스리는 어른이다. 난 감정을 잘 컨트롤하는 감정의 왕이다. 회사생활하면서 은근하게 살아가는 월급쟁이 회사원이야. 충분히 포커페이스가 가능해. 본능에 충실했다면 난 이 자리에 없어. 난 나를 잘 통제하는 사람이야. 난 할 수 있어”라고 계속 세뇌시켰다. 머릿속의 외침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구조로 인간을 만든 창조주의 놀라운 혜안에 실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행히 삼겹살은 한 번 초벌해서 나왔고, 맛이 중요했기 때문에 익어가는 삼겹살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맛이 없다면 이 모든 게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삼겹살이 익었고, 맛은……?
--- p.124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봐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말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면서 나의 본 모습을 봐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게 존재 자체로 봐달라고 하는 걸까, 객기를 부리는 걸까? ‘존재 자체로 날 사랑해줘’는 유아기 때 아이들의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난 수수하고 가식 없이 털털한 사람이야’라는 신념은 결국 본인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이기적인 모습은 아닐까.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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