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몸을 기댔습니다.
다시 버려지지 않으리란 믿음, 그가 늘 자신들을 지켜 주리란 믿음이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버려진 아픔이, 가난과 학대와 무관심으로 상처받은 마음이 이제 쉴 곳을 찾은 것입니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에게 세상을 향한 믿음을 되찾게 해준 사람,
아이들에게 소박한 웃음과 사랑을 돌려준 사람.
그가 바로 폴란드 고아들의 영원한 아버지 야누시 코르차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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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너나없이 굶주림에 지쳐 갔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도둑질을 일삼았습니다.
하지만 고아들의 집 아이들은 아무도 먹을 것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인간의 존엄함과 고귀함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턱없이 부족한 음식을 새로 온 아이들과 기꺼이 나누어 먹으며 그에게 말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천사 같아요. 하느님이 우리 곁에 보내주신 천사요. 춥고, 배고프고, 이렇게 힘든데도 끝까지 우리를 버리지 않으니까요.”
그는 여윈 손으로 가만히 아이들의 이마를 쓸어 주며 말했습니다.
“아니야, 너희가 천사란다. 너희가 아프기 때문에, 너희가 가난하고 힘없기 때문에 내가 따뜻한 마음으로 돌볼 수 있잖니. 그러니 너희가 나의 천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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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어서 피하십시오! 박사님은 할 일이 많은 분입니다. 이렇게 죽으시면 안 됩니다!”
그와 알고 지내던 폴란드 사람 하나가 독일군의 눈을 피해 방으로 따라 들어와 말했습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되물었습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신의 아이가 아프고, 불행하고, 위험에 처해 있다면, 당신은 그 아이를 버리겠습니까? 그럴 수 없겠지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버릴 수 있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200명이나 되는 우리 아이들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는 담담하게 덧붙였습니다.
“군인들에게 아이들을 밀지 말라고 해주십시오. 줄을 서서 갈 테니까, 아이들이 놀라거나 겁에 질리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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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년 8월 유난히 더운 날, 고아원 앞에는 자신의 옷 가운데 가장 좋은 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서 있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여름휴가를 가는 거야. 가다가 길을 잃거나 흩어지지 않도록 줄을 잘 맞추어서 가도록 하자.”
그는 가장 나이 어린 여자아이를 품에 안고 한 사내아이의 손을 잡고는 맨 앞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그 뒤로 숲을 상징하는 초록 깃발을 든 아이들이 뒤따랐고, 밝은 색 배낭과 물병을 멘 어린아이들이 손에 손을 잡고 노래하며 함께 뒤따라갔습니다. 행렬의 맨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고아들을 헌신적으로 돌봐 온, 고아들의 어머니 스테파니아가 함께 걷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시커먼 연기가 여름 하늘로 치솟는 거리에서, 그 질서정연한 행렬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숨죽여 흐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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