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39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1950453
ISBN10	898195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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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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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명주

1955년 출생하여 충남의대를 졸업한 현직의사이다. 1984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집으로 장편소설 『메디칼 스토리 1, 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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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이 비록 당신의 뜻은 아니였으나 해부학 교수들의 제의에 의해 교수회의의 의결을 거쳐 이미 조각내어 해부한 황교수의 심장만은 따로 추려내어 봉합한 뒤 정원에 서 있는 히포크라테스 흉상 앞의 잔디밭을 깊게 파고 묻기로 하였다. 그것이 결코 당신이 진정 고마워하거나 바라는 뜻은 아니였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는 후학들의 죄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가 없는 것이었다. 아니 그보다 황교수 당신의 체온 한자락이라도 이 캠퍼스에 남겨두고 싶은 후학들의 마음이었다.

--- p.312-313

그렇게 실습이 끝나면 학생들을 모두 보내고 조교 선생까지 먼저 가라고 보낸 후, 일단 학생들이 정리하고 청소하고 간 실습실을 마지막까지 남아서 다시 정리하는 것이었다. 당신께서는 실습실 바닥에 떨어진 살점이며 내장 조각들을 일일이 핀셋으로 주워서 자루에 담고 그리고 이제 흉한 모습이 된 카데바들, 배를 풀어 헤치고 간이며 위장, 창자 따위가 제거되고 갈비뼈가 뜯기고 폐며 심장 따위가 뜯어지고 두개골 윗부분이 뚜껑처럼 전기톱으로 잘려 나가고 뇌를 꺼낸 카데바들, 팔다리 근육도 모두 찢어 발긴 카데바들, 때로는 안구도 파내고 코와 귀도 떼어낸 카데바들, 보통 사람은 보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거나 마음이 약한 여자들 같으면 기절해 버릴 카데바들, 난도질 해놓은 그 수많은 카데바들이 자세를 하나하나 일일이 바로 해주고 쓰다듬어 주고 비닐카바를 잘 덮어주고 하는 것이었다.

--- p.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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