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과 돌(石)과 물(水)을 통해 〈기생충〉이 신자유주의 세계의 경쟁과 분열과 해체를 다루었다면, 〈우리들의 블루스〉는 그 극복을 다룬다. ‘푸릉’ 사람들은 계층을 구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의 안녕을 묻고 개입함으로써 ‘선’을 넘는다. 그들은 누군가가 벽을 세우면 ‘일심(一心)’으로 그 벽을 허물고 개입한다. 또 ‘옥동’이 ‘춘희’ 아들 ‘만수’가 크게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돌에 소망을 담아 기도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에게 ‘돌’은 무상성(無償性)에 관한 취미의 대상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소망을 전이하는 성물(聖物)이다. 그들은 ‘만수’나 ‘옥동’이 아팠을 때, 그리고 ‘은기(기소유)’가 100개의 달을 보며 기도하겠다고 했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푸릉’의 누군가가 고통에 처했을 때 그가 고통에서 구해지기를 ‘일심’으로 소망한다.
---「애환의 블루스에서 희망의 블루스로」중에서
스포츠는 출연자마다 성장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다. 예능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잡는 것부터 시작한다. 캐릭터가 희미하다면 갈피를 못 잡고 존재감을 뽐낼 수 없다. 사실 캐릭터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본인의 성향과 반대되는 이미지를 꾸며내야 될 수도 있고 주어진 요구에 따라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자신을 고스란히 보여줄 수 있다. 오히려 꾸밈없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로 피어나며 하나의 서사가 만들어진다. 자신을 단련해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화면 밖에서도 느껴진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벅차오르고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진정성이 감동을 선사한다.
---「스스스: 스포츠의, 스포츠에 의한, 스포츠를 위한 예능」중에서
프로그램이 방영된 시기는 대중이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세상에 익숙해진 2022년 2월이었다. 코로나가 지배한 세상을 약 2년간 살아온 사람들은 어느새 대면이 아닌 줌을 활용해 타인들과 소통하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대면보다 줌을 더 편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톡파원 25시〉는 이러한 시청자들의 상황을 활용해 스튜디오 녹화장에서 톡파원들과 ‘화상 연결’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시청자였다면 화상 연결 화면의 낮은 화질과 끊기는 연결, 저음질의 소리가 매우 불쾌하고 화상 연결 방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대에 관객을 수용할 수 없어 화상 연결로 관객을 수용하는 등 화상 연결이 ‘불가피하게 비대면이어야 해서’ 쓰이는 대안이 아닌, 프로그램 속 하나의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코로나 시국이었기에 나타날 수 있었던 방송계의 신선한 시도이자 변화다.
---「톡톡(똑똑), 새로운 여행 예능 배달왔습니다!」중에서
사회심리학자 고든 올포트(Gordon Allport)는 ‘접촉가설’을 통해 적대적인 사이라고 해도 가까이 있을수록 편견은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난민 추방을 외치던 노부부가 집시 가족을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아프리카 보츠와나는 40여 개의 다양한 부족이 있음에도 공무원, 교사, 의사의 근무지를 순환하며 근무하도록 해 내전, 분쟁이 없는 국민국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가진 오해와 무지, 무관심을 타파하기 위해선 방송 미디어 매체들에서 유쾌하고 즐거운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방송을 제작·출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공감과 소통의 접촉 빈도를 적극적으로 높여야 한다.
---「장애인이 나오는 TV는 재미가 없나요?」중에서
MZ세대는 정작 자신이 MZ세대인지 모른다. 어쩌면 어른들이 규정한 ‘MZ세대’라는 틀에 갇혀 그것을 따르도록 요구되는 중일지도 모른다. 더불어, M세대와 Z세대는 엄연히 다르다. 10대와 40대를 같은 세대라고 묶어보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M세대는 아날로그를 어느 정도 경험하고 PC를 접했다면, Z세대는 PC보다도 스마트폰을 더 빨리 접한 세대다. M세대는 유행에 민감하고 그것을 따르려는 경향이 큰 반면, Z세대는 취향에 부합하는 것들만 소비하려고 한다. 이렇게 조금만 들여다보면 두 세대 간 차이는 확고하다. 그러한 두 세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통칭하는 것은 정작 당사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MZ세대와 예능이 만나다」중에서
그래서일까, 어떤 영화 리뷰 방송 프로그램은 제목이 〈방구석 1열〉이다. 출연진이 모여 앉은 방구석 스튜디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로 방구석에서 방송을 본다. 그리고 마치 방구석에서 영화 소모임을 하듯이, 출연진들의 개인 감상을 듣는다.〈방구석 1열〉이란 제목에서 ‘방구석’은 콘텐츠를 감상하는 장소뿐만 아니라, 정겨운 소모임처럼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출연진들의 감상이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부분이다. 시청자는 출연진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부터 공감을 느끼거나, 신선한 견해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점에서 〈방구석 1열〉은 기존의 영화 리뷰 방송 프로그램보다는 유튜브의 영화 리뷰 영상과 닮았다.
---「어서 오세요, 방구석 상영관에」중에서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고딩엄빠〉를 보며 느꼈던 불편함은 ‘익숙해짐에 대한 무서움’이다. 해외에서 수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유튜브, SNS 등)를 통해 흡연에 매우 긍정적인 내용들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빈번하게 노출되고 있으며, 이 같은 콘텐츠를 접한 청소년일수록 흡연에 더욱 긍정적인 시각을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한다. 특히 곧바로 모방행동을 하거나, 향후 흡연의지에 대한 긍정적 예상을 밝히는 등의 심각한 영향력을 보고하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이는 비록 해외에서 보고된 사항들이긴 하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도 해당될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속어가 나오는 영화를 TV로 방영할 때 ‘삐~ 처리’를 한다든가, 담배나 칼 등을 모자이크 처리한다. 청소년들이 이것들을 보게 되어 익숙해지고 배워서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흡연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던, 부정적으로 보여주든 간에 미디어를 통해 ‘자주’ 보게 되면 점점 그에 익숙해지고 적응이 되어간다. 익숙함은 생각보다 무서운 존재다.
---「익숙함에 속아 불편함을 잊지 말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