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의 어느 순간에 참된 행복의 길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운 숲 속을 헤매고 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얼어붙고 몸이 떨린다.
끝도 없이 펼쳐진 원시의 숲, 가슴이 오그라들 듯한 공포, 그것은 죽음보다 깊고 어두운 세계였다. 왜 나는 그런 곳에 있었을까? 아니, 어떻게 그곳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을까?나는 참으로 이상하고 신비로운 여행을 했고, 그리하여 그곳에서 지고의 선으로 가득 찬 빛의 세계를 보았다. 아, 그건 말로 다 할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었다.
내 가슴은, 그 체험을 사람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거기서 내가 보았던 것을 하나하나 기억을 더듬어 가며 말할 것이다. --- p.10
베르길리우스는 로마 시대 최고의 시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 [아이네이아스]는 시인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전통을 잇고 있다. 트로이의 영웅 아이네이아스가 성을 잃은 후, 온 세상을 방랑하고 명계冥界까지 가 본 후에 로마 건국의 시조가 된다는 이야기로, 베르길리우스는 만년의 십일 년을 이 작품을 위해 바쳤지만, 결국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유럽의 정신사에서는 예언자가 사상적인 선구자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 역대 시성들 또한 그런 예언자의 계보에 속한다. 이 장면에서 베르길리우스의 확신에 찬 말도 예언자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단테의 [신곡]은 그런 예언자와 시인의 작품을 의식하면서 쓰인 것이다. --- p.16
우리는 재빨리 그 계곡을 빠져나와 지옥의 제팔 영역, 여덟 번째 사악한 구덩이로 향했다.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 인간과 뱀은 같은 근원에서 태어난 것이 아닐까? 독을 가지고 있고, 둘로 갈라진 혀와 차가운 피부로 구멍을 찾아 땅을 기어가는 모습은…… 차라리 그 광경은 보지 말았어야 했어.’
“조심하게, 단테. 잘 보게, 발아래를. 아주 험한 길이야. 떨어지지 않으려면, 눈을 부릅떠야 하네.”
스승의 말에 제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잘 보게. 음모와 책략으로 세상을 매도하고, 마치 장난을 치듯이 전쟁을 즐긴 놈들이 지금 저런 불길 속에서 고통 받고 있다네. 놈들의 행위는 너무도 치사하고 더러웠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 p.108
뚜쟁이, 아부꾼, 성직 매매, 사기, 직권 남용, 위선, 도둑. 인간사회를 더럽히는 모든 악행을 범한 자가 거기에 합당한 사악한 구덩이에서 벌을 받는 지옥의 제팔 영역 가운데서도 두 사람은 일곱 번째 사악한 구덩이까지 견학했다. 모든 사람이 그런 죄악을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행을 저지르는 자가 너무도 많다. 혹시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단테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그러나 두 사람은 앞으로 더 깊고 거대한 음모와 모략의 죄를 심판하는 지옥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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