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항상 생각하죠. 이 세상에 미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요. 이 세상 구성원 전체의 평균치가 정상이라고 정의하고, 거기에서 어떤 형태로든 비져 나온 것을 비정상이라고 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정상적이란 인간은 존재할 수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런 차원으로 얘기를 비약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인간이든, 어느 구석에는 광기를 감추고 있을 것이란 말입니다. 고바야가와 씨, 당신도 그렇고, 가와미나미 씨도 그렇고,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말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광기에 빠져들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설령 미쳤다 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타인의 눈에 ‘미친’ 것으로 비쳐질지 어쩐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334~5쪽)
“요즘 들어 점점 더 통감하고 있어.”
불쑥 진지한 표정으로 시시야가 말했다.
“우리들이 평소에 굳건하다고 믿는 이 ‘현실’이, 실은 얼마나 위태롭고 빈약한 균형 위에 성립되어 있는 것인지를 말이야. 그리고 그렇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특히 현재의 이 일본이란 나라에는 그런 현상이 현저해.”
대체 어떤 맥락으로 얘기가 그런 곳으로 흘렀는지 후쿠니시는 멍하고만 있어 파악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현실’은 절대로 견고한 실체가 아니야.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사회라는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환상에 지나지 않아.” (342~3쪽)
“내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건축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도, 지금 한 이야기와 같은 레벨 아닐까.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딱히 거기서 무슨 피비린내 나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야. 그가 지은 건물에는, 글쎄 뭐랄까, 이 사회의 압박으로부터 한없이 자유롭고자 하는, 어떤 ‘장(場)’이 존재한단 말이야. 그런 기분이 들어. 거기에는 물론 설계를 의뢰한 인간이 사육해 온 ‘악몽’도 다분히 섞여 있을 것이고……. 아니, 오히려 그쪽이 메인인지도 모르지.” (345쪽)
‘여기가 어디지?’
잠시 여기저기로 시선을 돌려 본 후, 고즈에는 간신히 왼쪽 벽에서 출구를 발견했다. 서둘러 그쪽으로 뛰어가 손잡이를 찾았다. 잠겨 있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손잡이를 잡은 양손에 힘을 주었다.
문이 열렸다.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뜨뜻미지근한 바람에 머리칼이 나부낀다.
‘살았다.’
쏟아지는 빗속으로 걸음을 내디디려는 그 순간.
“어억?”
고즈에는 엉겁결에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문의 손잡이를 쥔 채,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고즈에는 순간 자신이 미친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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