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남은 망명의 첫걸음. 살아감은 영원한 디아스포라. --- p.7
우리는 사랑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모험이므로. --- p.7
“어머, 사랑 없이 살 수 있지.” 올리비아가 말했다. “근데 돈 없인 못 살아. 내 나라를 떠나서도 못 살아. 이 나라가 지겨워. 여기에 살면 못된 짓만 하게 돼.” --- p.38, 「남겨진 아이」 중에서
“우리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마음을 준 사람들뿐이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 p.59, 「남겨진 아이」 중에서
“때론 가야 할 곳에 우회로를 통해 가기도 하잖아.” --- p.61, 「남겨진 아이」 중에서
사람들은 대체 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소식을 식사 자리에서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상대가 공공장소에 앉은 채 음식이 입안에 꽉 차서 소리를 지를 수 없는 순간을 기다리며 시간을 벌려는 걸까? --- p.72, 「옛날에는」 중에서
아버지는 더이상 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반쯤 열린 왼쪽 눈꺼풀 아래로 흰자가 살짝 보였다. 그 작은 틈 뒤편에 장막을 드리운 세상이 숨어 있었다. 내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세상, 내가 결코 알 수 없을 세상. 옛날에는, 그의 두 눈 위에 동전이 놓여 있어서 그의 영혼의 창을 이만큼 들여다볼 기회조차 없었을지도 몰랐다. --- p.93, 「옛날에는」 중에서
이 반쪽짜리 외지 인간들은, 백 퍼센트 아이티인도 아니고 거의 블랑이나 다름없는 이 외국인 같은 인간들은, 감상에 절은 이 디야스포라들은, 왜 사람을 갈갈이 찢어놓는 사랑이 아닌, 말로 늘어놓는 사랑 하나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거지? 이 망할 불쌍한 인간들, 이 디야스포라 왕과 여왕, 이 외국식 사고방식에 찌든 왕과 여왕은 말을 늘어놓는 것 외에는 사랑을 보여주는 방식을 모르나? --- p.114, 「포르토프랭스 결혼 스페셜」 중에서
“사람들은 냄새를 기억하지 못해.” 그녀는 예전에 이렇게 말했다. “무언가나 누군가와 관련된 냄새가 아니면―” 그녀가 그때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사랑하는 무언가나 누군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 p.129, 「선물」 중에서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 남자는 많았고, 그녀도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었고 신경쓸 일이 너무 많았다. 그들이 영원을 갈구하면 그녀의 마음은 멀어졌다. 그들이 그녀와 같이 살고, 동거하고, 결혼하고 싶어하기라도 하면 그녀는 흥미를 잃었다. 이번만은 제외하고. 이 남자, 토마는 예외였다.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끌렸다. --- p.145, 「선물」 중에서
보이지 않는 자들을 위해. 이곳에 없는 자들을 위해. --- p.162, 「선물」 중에서
어떤 사람들은 아이티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나를 “하이픈 왼편에 붙은” 아이티계로 간주했다. --- p.170, 「열기구」 중에서
엄마는 십대 애엄마나 농부가 되지 않으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고 매일 가르쳤다. 내 꿈은 언제나 안정된 주거와 한곳에의 정착이었다. --- p.171, 「열기구」 중에서
“내가 듣거나 보거나 목격한 이야기에, 특히 비극적인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쉽게 흔들려.” 그녀가 말했다. “이게 내 인생 이야기가 되려나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쉽게 흔들리는 애가 되려나봐.” --- p.189, 「열기구」 중에서
그것이 다시 찾아온다. 잃어버린 순간, 텅 빈 순간, 카롤이 어찌 가늠해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어느 순간 그녀는 거기에 있다가도, 그다음엔 없다. 그녀는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가도, 그다음엔 모른다. --- p.195, 「해가 뜨네, 해가 지네」 중에서
그녀가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이든, 그녀는 그에게 말하고 싶다. 이건 아이를 원치 않는 것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고. 이건 해야 할 일을 감당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문제라고.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그 일은 너무나 방대하고 너무나 연속적이라고. 아빠나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작동되어야 할 무언가, 그러니까 머릿속에서 켜져야 할 전구 같은 것이 작동되지 않은 것이라고. 그녀의 몸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가끔은 아기를 낳은 적이 없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그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아기가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고. --- p.213, 「해가 뜨네, 해가 지네」 중에서
잔은 이제 그렇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자신의 일부가 자신으로부터 떨어져나와 돌아다니는 게 어떤 것인지, 그런 자신의 일부를 끔찍이 사랑해서 때로는 정신을 잃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 p.224, 「해가 뜨네, 해가 지네」 중에서
만남의 인사도, 작별의 인사도 더는 필요하지 않다. 이젠 곧 아무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붙잡을 과거도, 바랄 미래도 남지 않을 거니까. 오직 지금만이 남을 테니. --- p.224, 「해가 뜨네, 해가 지네」 중에서
“이제 알겠지, 세상에 완벽한 이야기란 없어.” --- p.275,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서
어쩌면 지금도 그녀는 자신을 꼭 묶어서 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래서 그걸 그렇게 오래 간직하고 있는지도. --- p.276,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서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자유를 주었다는 걸 느낀 순간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든 전부 눈앞에 펼쳐졌다. 무엇을 원하든 다 가질 수 있었다. 지금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한 가지, 죽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는.
--- p.297, 「무심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