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청년이라는 말이 들린다. 그런데 청년이라는 말로 묶기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오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시대 청년들 가운데에는 기후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거리로 뛰어나와 직접 행동에 나서는 이들도 있고, 송전탑이나 골프장 건설을 막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일어선 이들도 있다. 생태전환을 꿈꾸었던 이들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우리가 만난 청년들은 지금 여기에서 새롭게 생태전환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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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환경문제, 환경 오염이라는 말보다는 공해公害라는 말이 더 많이 쓰였다. 이들은 공해에 반대하고 공해를 추방하는 운동에서 시작해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운동을 하며 청년기를 보냈고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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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와 1970년대 박정희 독재 체제 아래에서 저항하던 민주화운동가들 가운데에는 저항을 넘어서서 생명을 살리는 새로운 문명과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일순, 김지하, 박재일, 최혜성, 김영주 등 원주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실천에 옮겼고, 이런 흐름은 1986년 한살림농산 창립, 1989년 한살림모임 창립과 한살림선언 발표 등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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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해운동을 벌이고 새롭게 시민환경운동을 시작할 때 이들보다 좀 더 젊은 청년들이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시민환경운동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민중, 변혁, 혁명, 사회주의 같은 말들이 점차 힘을 잃어가던 시기에 이들은 시민이라는 새로운 정치주체에 관심을 갖고 환경운동을 새롭게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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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산업사회에서 이웃과 교류하면서 자연을 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어떤 이들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국가가 공공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공동의 삶의 터전’을 침해하려고 할 때 이웃과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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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대에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세대는 또래 집단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비슷한 생각을 갖고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자세히 보면, 같은 시대를 살아도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생각을 갖고 고유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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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불평등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영역에서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생태전환 운동가들은 환경과 생명을 살리면서 젠더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과 약자에 대한 돌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들을 위해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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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환경, 생명, 마을, 동물운동가들은 다양한 특색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흔히 ‘사회’의 바깥에 놓여 있다고 상상되는 비인간 생명이나 사물 혹은 물질을 인간 및 사회와 연결해 사고하고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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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문명을 꿈꾼 사람, 협동운동을 하며 모두를 살리는 꿈을 꾼 사람, 마을에서 매일 ‘혁명’을 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온 사람 등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생명을 죽이는 기계문명, 산업문명이 지배하는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지배구조를 해체하고 새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 어떤 이들은 틈새에서, 마을에서 작은 실험을 하며 대안을 만드는 데 관심을 집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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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적대들이 하나의 지적, 도덕적 리더십 아래 모여 대안적인 헤게모니를 이루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지구상의 모든 종과 존재에 대한 억압과 차별, 배제 없이 모든 생명이 자유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꿈꿀 수 있다. 현실에서 이러한 생태적인 녹색 헤게모니가 만들어지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생태전환의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우리가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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