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마을에서 창문을 통해 봤어. 우리는 그 나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 아, 그 나무들은 화려하고 멋진 나무가 되었어! 창문가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글쎄, 그 나무가 따뜻한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게 아니겠어. 아주 멋진 물건과 황금 사과와 과자와 장난감 그리고 수백 개의 촛불들로 장식이 되었더라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전나무는 나뭇가지를 흔들며 물었다.
--- p.12
아, 인간들이 어찌나 못되게 굴던지!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소년을 몰아세웠다. 과자를 나누어주던 여자들 중 한 명이 얼른 소년에게로 다가와 동전 한 개를 주고는 문을 열고 소년을 거리로 쫓아냈다. 어찌나 놀랐던지 소년은 동전을 놓쳤다. 동전은 맑은 소리를 내며 층계참에 떨어졌다. 그러나 소년은 동전을 줍기 위해 꽁꽁 얼어붙은 시퍼런 손가락을 더는 구부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소년은 할 수 있는 한 빨리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어디로 간단 말인가?
--- p.59
“그렇다면 자네들 말은, 만일 우리에게 어떤 재앙이 다가올지 미리 알게 된다면 그 재앙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오?”
“당연하지!”
“그 반대일세! 불을 보듯 훤하기 때문에 당연히 피할 수 있을 거라 여겼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적잖이 있소.”
“그게 도대체 뭔지, 예를 한번 들어보시게!”
“글쎄, 이런 경우겠지. 이 세상에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보다 더 명확한 것은, 이런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어느 누구도 평안하게 살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이지. 하지만 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 p.150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따뜻한 거실에 모여 재잘대고, 모처럼 정장을 차려입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게다가 점심에는 1년 중 그 어떤 날보다 더 훌륭한 만찬을 즐길 수 있고, 오후나 저녁 무렵이 되면 가까운 친구나 친지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앉아 편안한 마음으로 창밖의 겨울 풍경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이맘때가 되면 창밖에는 소리 없이 눈송이들이 내려앉거나, 아니면 멀리 산 중턱을 휘감고 있는 희뿌연 안개 속에 붉은빛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감춘다. 거실 안에는 작은 의자나 긴 의자 위에 혹은 창문턱에, 눈에 익은 어젯밤의 선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 p.207~208
별에서 온 아이는 벌목꾼의 아이들과 함께 자랐다.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고 함께 놀았다. 해가 갈수록 별에서 온 아이는 점점 더 아름답게 자랐고,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신기하게 여겼다. 그들 모두는 구릿빛 피부에 검은 머리인데, 그 아이는 상아같이 새하얀 피부에, 수선화 화관 같은 곱슬머리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입술은 붉은 꽃잎 같았고, 눈동자는 졸졸졸 흐르는 맑은 냇가의 제비꽃 같았으며, 몸은 인적 드문 들판의 수선화 같았다.
--- p.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