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서 태양을 밀어낸 사람이라면 어둠을 향해 날아가는 박쥐처럼 깊은 동굴 속을 배회한다.--- p.25
실연은 슬픔이나 절망, 공포 같은 인간의 추상적인 감정들과 다르게 구체적인 통증을 수반함으로써 누군가로부터의 거절이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p.26
어떤 사람은 한 번의 사랑만으로 이후 모든 사랑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p.33
죽도록 노력해야만 겨우 유지되는 것이 사랑일 수 있을까.--- p.51
우리는 누구도 그 순간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없으며,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때의 일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씩 알아갈 수 있을 뿐이다.--- p.83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이냐고, 변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이 결국 사랑일 수는 없는 거냐고 묻고 싶어지던 날 밤, 지훈 역시 감기에 걸렸다.--- p.81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게 진짜 위로야. 무릎이 깨졌으면 당장 쓰리고 아프더라도 과산화수소수를 퍼붓고 빨간약부터 발라주는 게 위로라고.--- p.111
꽃을 버리거나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세요? 모두 꽃밭에 버리는 겁니다.--- p.208
그는 그녀가 했던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 ‘중독은 증오에 비례한다.’ 적어도 현정은 자신이 한 말을 입증해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p.212
인간은 슬픈 쪽으로만 평등하다. 인간은 어쩌면, 행복한 쪽으로는 늘 불평등했다.--- p.241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버릴 수 없는 게 아닐까.--- p.244
사람들은 어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 무의식적으로 밝은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대요. 하지만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선 생각보다 훨씬 더 어두운 곳으로 내려가야 할 때가 있다고 충고하더군요.--- p.276
과거엔 아름다웠지만 향기 없이 말라버린 꽃을 바라보는 일이나, 이미 끝난 사랑을 바라보는 일이 뭐가 다르죠?--- p.279
전 연애를 우연히 이루어진 환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연애는 질문이고, 누군가의 일상을 캐묻는 일이고, 취향과 가치관을 집요하게 나누는 일이에요.--- p.288
누군가를 위해서 죽도록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 우연히 벌어지는 환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철저히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 그게 제가 알고 있는 연애예요.--- p.288~289
‘미안해’로 끝나는 사랑보다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눈물겹다. 현정이 들고 가는 저 사진들처럼. 가끔, 아주 가끔은, 지루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진짜 이별을 이해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p.321
원하는 재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간절히 꾸는 꿈은 악몽이다. 열망의 무게만큼 꿈을 체념하는 일이 삶을 점점 더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p.303~304
세상에 수많은 다른 언어가 존재하고, 번역이 필요한 수많은 사랑과 이별의 언어가 있듯,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기약 없는 사랑에 빠지고, 출구 없는 사랑에 넘어지고, 후회하고, 다시 또 사랑에 빠지는 인간이란 너무 허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p.311
슬픔을 떠나보내지 않고, 슬픔에게 손짓할 수 있다면 네가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얘길 하고 싶었어.--- p.312
모든 연애에는 마지막이 필요하고, 끝내 찍어야 할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날 때마다, 들리지 않는 것이 들릴 때마다 사람은 도리 없이 어른이 된다. 시간이 흘러 들리지 않는 것의 바깥과 안을 모두 보게 되는 것. 사강은 이제 그것을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다.
---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