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베리노, 그 말이 내 목구멍을 타고 들어왔다.
가까운 지인들의 이름을 슬라브식으로 부르거나(마르코비치, 발렌티노비치, 때때로 에르베에게 나는 마테오 또는 마테오비치였다) 이탈리아식으로 바꿔 부르는(그렇게 바꿔 부를 수 있다면) 기이한 습관이 있던 나는 에르베를 금세 나만의 방식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거의 늘 단둘이 만났고, 그래서 그가 세상을 떠나자 그 애칭을 부르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것은 사랑했지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존재에게 “내 사랑” 또는 “자기”라고 부르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 말들은 언제든지 다른 이들을 부르는 말이나 피하는 말로 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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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89년 여름, 미셸 푸코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작은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그 집의 구석진 곳에 혼자 있었는데 나는 소심함을 이겨내고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에르베 기베르, 벌을 받는 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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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가벼움이 필요했다. 나는 자주 가벼웠지만 그렇다고 비극적인 일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쨌든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으니까. 내 생각에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에르베에게도 로마와 그의 죽음이 가깝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HIV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기 직전에 빌라에 왔고, 1년 후 내가 왔을 때 병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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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들, 문학은 곧바로 우리를 결속시켰다. 보지라 거리에서 처음으로 에르베에게 말을 걸었던 날, 나는 그에게 내가 담당하던 미뉘 출판사의 정기간행물에 실을 원고를 청탁했다. 그는 많은 글을 기고했고, 그 잡지에 그보다 더 크게 기여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원고를 읽어주길 바랐고, 나는 교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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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베와 로마에서 함께 보낸 2년 동안 나는 처음부터 ‘그가 죽을 것이다’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것이 눈앞에 여실히 나타나면 늘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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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시기의 가장 가벼운 이야기들도 실은 그렇지 못했다. 《내 삶을 구하지 못한 친구에게》가 출간된 후, 체류 막바지에 있었던 일이다. 에르베와 함께 파리에서 돌아왔는데, 기숙생 한 명이 청소부들이 에이즈에 걸릴까 봐 두려워 한 달에 한 번 해주는 청소를 에르베가 산다는 이유로 내 숙소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 광적인 두려움이 재미있었고 분명 에르베에게 그런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줬으나, 그는 전혀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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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에르베에 대해 글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에르베는 하나의 주제가 아니다. 무언가에 대해 쓴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미 언급했던 우스운 문장, ‘무엇을 떠올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나는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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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죽고 한 달 후, TF1에서 그가 죽기 전에 찍었던, 병이 아닌 아픈 몸을 다룬 영화 〈수치 또는 파렴치La Pudeur ou l’Impudeur〉를 방영하기로 했다. 그러자 여전히 존재하는 어떤 것이 시작됐다. 때때로 존중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예술적인 것이 아닌 오직 정치적인 방법론으로 그의 작품을 비평했고, 그것을 내가 느낀 그대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에이즈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 p.83
에르베가 세상을 떠나고 몇 달 후 티에리가 사망했을 때 크리스틴은 에르베의 원고를 발견했고 그중 몇 개를 두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내게 물었다. 그 당시 나는 여러 개의 원고를 없애자는 의견을 냈다. 에르베는 마지막 몇 달 동안 여러 책의 출판을 진행했고, 사망 이후에 나올 출판물에 대해 정확한 지시를 남겨두었고, 나는 그가 아무것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추가로 발견한 것들은 출간용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크리스틴은 “티에리라면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했다.
--- p.87
나는 에르베가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몇 달 동안에는 그를 자주 보지 못했다. 그와 한 번도 잠자리를 갖지 않고도 그를 사랑했던 나는 그의 육체가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글로 옮겨보니 초라하지만 더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전화로 대화를 나눴고, 나는 그에게 만남의 주도권을 넘겼다.
--- p.91
〈리베라시옹〉이 〈에르베 기베르, 선전용 죽음〉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에르베의 죽음을 알렸다. 그의 첫 책을 연상시키는 그 제목이 내 눈에는 그가 에이즈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비난했던 사람들을 조금 더 깎아내리면서(그는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에르베에게 반대하는 것이 그들에게 힘을 주는 일이라면 좋겠다. 좋다, 그러나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의 병보다 앞선 죽음과 그가 맺었던 관계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 p.97
마티외,
너를 알게 된 이후로 너를 향한 멈추지 않는 내 마음이 내게는
커다란 위안이야. 너도 느낄 수 있기를…. 사인본을 전하는 김에
이 말을 하고 싶었어. 다시 한번 아주 뜨거운 키스를 보낸다.에르베.
1982년 3월 28일.
--- p.129
마티외,
네 말이 맞았어.
이 책은 시시하고, 천박하고, 형편없고, 불쾌해. 그렇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다.
키스를 보내.
에르베.
--- p.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