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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우리들의 날

지워진 우리들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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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92g | 148*210*20mm
ISBN13 9791198110671
ISBN10 119811067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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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잘살 순 없다. 그건 다 거짓말이다. 정말 뛰어난 몇몇의 나 같은 사람들이, 무지하고 이기적인 인민들을 때리고 밟아서 통제해 주는 나라, 그게 일본이든 조선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일본이 언제 망할 줄 알고?”
진섭은 과거 금태도에서 고재준과 토론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재준의 궤변에 대해 한마디라도 저항하지 않으면 평생 한 번은 후회할 것 같았다.
“다 같이 잘살 수 있습니다. 가진 자들이 욕심을 버리고 조금만 내려놓으면 모두 함께 잘살 수 있습니다. 그런 조선을 꿈 꿨잖아요? 그런 조선의 인민을 위해 목숨 걸고 싸웠잖아요?”
고재준은 절정의 몸부림으로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건 능력 없고 가난한 자들의 궤변이다. 가진 자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진 자가 되면 되는 것이다. 가진 자가 되어 강한 힘을 손에 쥔 다음, 나약하고 우매하기 그지없는 인민들을 가르치고 선도하면서 가진 자가 세상을 통제하면 그만이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새로운 대동아 조선의 모습이란 말이다!”
금태도 최고 천재 고재준은 그렇게 자신을 논리적으로 방어하였다. 하지만 그 어떤 변명도 소용없었다. 이 토론의 심판은 문진섭도 고재준도 아니었다. 바로 고재준 마음속 깊은 곳의 양심, 너무 일찍 만들어 놔서 아무리 바꾸려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고재준 과거의 자아였다. 고재준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하! 그래서 진섭이 너도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지 않느냐? 힘을 가진 내 모습, 나는 지금 개돼지 인민들을 개 패듯 때리고 짓밟으면서 그들을 통제하거나 보복도 할 수 있다. 서태수가 내 동생 죽음을 모른 척했기에, 나는 그의 아들 서삼석의 손가락을 잘라 버렸다. 그게 지금 내 모습이고 내 힘이다. 이걸 부인할 수 있느냐?”
반미치광이처럼 소리치며 울분을 토해 내는 고재준을 진섭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았다. 또한 서삼석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 잔인한 마쓰우라 앞이라는 생각에 과거의 고재준과의 감정이입에서 황급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네, 순사부장님은 지금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한 가지, 남은 질문 하겠습니다. 왜 제게 얼굴을 보여 주신 겁니까?”
순간적으로 정적이 흘렀다. 지금까지 발악적으로 흥분했던 고재준이 힘이 빠지는지 진섭 앞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나만 이런 괴물이 되어야만 할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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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호성 작가님의 소설 『지워진 우리들의 날』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정의에 타오르는 불꽃으로 분노와 숨 막히는 순간들을 독자들이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작품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호성 작가님께 『지워진 우리들의 날』 출판을 축하 하면서 아울러 캘거리 한인 문인협회 전 회원의 이름으로 추천서를 얹습니다
- 한부연 외 회원일동 (캘거리 한인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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