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나의 시도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쉼 없는 의사소통 문화에 직면하게 된 양상, 그리고 그것이 생산성과 우리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제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최초로 종합할 것이다. 또한 대안에 대한 설득력 있는 비전들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볼 것이다. ‘이메일 없는 세상 A World Without Email’이라는 아이디어는 니시 아차리아의 허를 찌를 만큼 파격적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실상 불가피하다고 믿게 되었다. 이 책에서 내가 이루려는 목표는 다가오는 혁명에 관한 청사진을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올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 우리가 현재 직면한 문제부터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머리말 - 왜 하이브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할까?」중에서
나는 지식 부문의 현재 상태를 엿보고 더욱 내밀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쉼 없는 의사소통은 진정한 일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일이 실제로 이뤄지는 방식과 완전히 뒤엉키게 되었다. 그에 따라 더 나은 습관이나 이메일 없는 금요일처럼 간단한 경영적 시도를 통해 주의 분산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소용없게 되었다. 진정한 개선을 이루기 위해서 할 일은 분명해졌다. 전문적인 노력을 체계화하는 방법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이런 변화가 시급하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이메일 과부하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유행하는 골칫거리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훨씬 심각한 문제로 발전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혹은 주말에나 실질적인 생산성을 간신히 올리고, 반면에 평일에는 시시포스처럼 수신함과 끝없이 씨름해야 하는 포화점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일을 하기 위해 고통을 초래하는 특이한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머리말 - 왜 하이브 마인드에서 벗어나야 할까?」중에서
션은 “우리도 메신저를 시도해보기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의사소통이 오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까다로운 고객사가 회사 채널에 접근할 수 있게 된 후로 더욱 심해졌다. 그들은 내킬 때마다 들어와서 질문을 해댔다. 결국 션은 매일 끊임없이 방해를 받아야 했다. 션은 ‘메시지’에서 ‘일’로, 다시 ‘메시지’로 주의를 급격하게 전환할 때마다 명료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그는 휴대폰 알림음을 혐오하게 되었다. “정말 싫었어요. 지금도 그 소리를 들으면 소름이 끼쳐요.” 그는 말했다. 션은 이 모든 의사소통 때문에 쏟아야 하는 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회사의 효율성을 떨어트릴까 봐 걱정스러웠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매일 새벽 1시까지 일했어요. 방해받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었으니까요.”
---「01 - 단톡과 이메일은 끝없는 소통을 부른다」중에서
“이제 사람들은 이메일에 답하는 걸 진짜 일과 혼동해요”라고 편집자 스테파니는 썼다. “이메일을 작성하고 모두에게 참조를 거는 게 ‘나는 이만큼 일하고 있어요’라고 알리는 퍼포먼스처럼 되었어요. 정말 짜증 나요.” HR 컨설턴트 안드레아는 이렇게 문제를 정리했다. “적어도 50퍼센트의 메시지에는 여전히 답변하기 힘든 질문들이 있어요.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답변할 수 있을지는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이메일을 보내버리는 것 같아요.”
---「01 - 단톡과 이메일은 끝없는 소통을 부른다」중에서
지식노동과 관련하여 조금 무리한 비유를 하자면 우리는 공동의 시간과 주의를 과도하게 뜯어먹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의 부정적 영향은 개인적 습관을 조금 바꾸는 것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 ‘이메일 없는 금요일’ 같은 일회성 실험을 하는 등 전체 조직의 행동을 유도하려는 좋은 의도의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식노동자의 전문적인 업무를 완전히 체계화할 수 없다는 드러커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그 업무를 둘러싼 업무 흐름에도 그런 관점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관리자는 카피라이터에게 뛰어난 광고를 고안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없다. 하지만 관련 작업을 할당하는 방식, 카피라이터에게 맡길 수 있는 다른 의무, 고객의 요구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03 - 이메일은 어떻게 하이브 마인드를 불러왔는가」중에서
라쎄 라인간스는 5시간 근무제 실험을 지금까지 2년 동안 진행했으며, 한동안은 이런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 이메일을 너무 자주 확인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했고, 결국 그는 외부 코치를 고용하여 “이메일이나 소셜 미디어를 항상 확인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했다. 코치들은 또한 명상처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마음챙김 수련을 하거나 요가 같은 운동을 통해 건강을 개선하도록 권장했다. 라인간스의 목표는 모두가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일에 보다 신중하게, 덜 정신없게 접근하도록 하고, “아무 성과 없이 항상 뛰어다니기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변화가 자리 잡자 업무시간인 5시간은 갑자기 업무를 완수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 되었다.
---「04 - 주의 자본 원칙: 뇌의 능력을 끌어올리다」중에서
당신은 플로우에서 당신에게 할당된 업무 카드를 확인한 다음 집중하여 업무를 마치고 카드를 업데이트한다. 가끔 당신은 더 복잡한 논의나 결정이 필요할 때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 결과는 즉시 플로우에 반영된다. 이 프로젝트 중심 절차는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소통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제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극대화한다.
---「05 - 절차 원칙: 체계화된 절차가 지식노동을 구한다」중에서
나는 어큐이티 Acuity라는 온라인 일정 수립 서비스를 사용해왔다. 향후 몇 달 동안 미팅을 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시스템에 수동으로 입력한다. 그래서 미팅 일정을 잡을 때 어큐이티에서 가능한 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이 서비스를 유용하게 만드는 점은 구글 캘린더와 동기화가 된다는 것이다. 어큐이티에서 약속을 잡으면 자동으로 나의 캘린더에 뜬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점은 내가 직접 캘린더에 일정을 잡으면 어큐이티에서 해당 시간이 자동으로 제거된다는 것이다. (…)
어큐이티Acuity, 스케쥴원스 ScheduleOnce, 캘런들리 Calendly, 그리고 물론 엑스닷에이아이 같은 도구들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한가한 시간에 당신과 미팅 일정을 잡는 일을 쉽게 만들어준다. 누군가가 미팅을 요청하면 간단하게 일정 수립 서비스의 링크를 보내면서 가장 좋은 시간을 고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06 - 프로토콜 원칙: 최적의 협력 방법을 설계하다」중에서
그런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이렇게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살펴야 하는 상황을 우리 뇌가 지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일하다가 말고 수신함이나 채팅창을 확인하러 가는 매 순간, 우리 두뇌는 인지적인 맥락 전환을 수행하게 되죠. 이게 대가가 큽니다. 시간도 걸리고요. 수신함을 체크한 후 다시 하던 일로 돌아오면, 이 인지적 맥락 전환의 여파로 집중력도 떨어지고 명확하게 생각하는 능력도 저하되며, 피로감과 불안감도 야기됩니다.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은 쉽고, 편하고, 탄력적으로 느껴지죠. 하지만 이 때문에 지식노동자들이 정작 중요한 일에 두뇌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고 있는 겁니다.
---「한국 독자들을 위한 작가 인터뷰」중에서
한계치에 달한 거예요. 책에서도 소개한 UX? 디자인 회사의 경우, 처음에는 슬랙을 없앴고, 결국 이메일도 거의 안 쓰게 됐어요. 특별한 공지사항을 전달할 때 아주 가끔 이메일을 쓰긴 하지만, 일상적인 업무처리에는 이메일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회사가 그런 변화를 꾀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직원들의 번아웃 때문이었어요. (…) “더는 이런 식으로 일을 못 하겠다”고 하면서요. 그때 회사의 공립 창립자 중 한 명이 과감한 결단을 내린 거죠. “여기까지예요. 우리 회사에서는 이제부터 슬랙을 쓰지 않습니다. 온종일 이메일 교환만 하는 일도 없을 거고요. 이것 때문에 회사 문을 닫게 된다면 차라리 문 닫겠습니다. 이렇게 계속 가다간 우리 모두 미쳐버릴 거에요.”라고 공표했죠.
---「한국 독자들을 위한 작가 인터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