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했을 때 궁금한 게 정말 많았어요. 원단은 어디서 찾고, 어떻게 사는 것인지부터 검색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단 시장에서 스와치를 못 얻어와서 속상했던 기억도 있어요. 어디서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물어볼 곳이 없었죠. 저 역시 발품을 팔며 공장 사장님들께 여쭈어보고, 제작 수업을 찾아다니고, 제품을 만들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에게도, 특별한 굿즈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요. 제작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먼저 알게 된 정보를 나누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 p. 6
작업지시서는 디자이너와 생산자 사이의 소통 자료입니다. 패브릭 굿즈는 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재단사, 봉제사, 외주 업체 등 여러 전문가와 함께 만드는 작업이기에 약속된 자료가 있어야 처음 기획한 대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작업지시서에는 도식화, 사이즈, 소재, 작업 시 주의 사항, 인쇄 위치, 부자재 정보 등 제품의 상세한 내용을 기재합니다. 생산 현장에서는 줄여서 ‘작지’라고 부릅니다.
--- p. 31
섬유로 원사(실)를 뽑고, 원사로 원단을 만들어 제품을 만듭니다. 제대로된 굿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료의 성질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티셔츠를 만들 때 보풀이 일어나지 않는 소재를 원한다면 합성섬유보다 면과 같은 천연섬유를 사용하면 됩니다. 이렇게 원단을 이루는 섬유의 특징을 알아두면 제작에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조금 복잡한 내용이 될 수도 있지만, 완성도 높은 제작을 위해 섬유의 이야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 p. 56
면은 목화씨에서 뽑은 섬유로 섬유의 길이가 길고, 꼬임이 많으며 하얀색일수록 좋은 품종입니다. 통기성이 좋고 수분을 잘 흡수하지만 건조 속도가 비교적 느린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땀 흡수력이 뛰어나 속옷이나 일상복으로 제작하기 좋지만, 운동복을 제작하려고 생각한다면 땀이 빨리 마르지 않는 단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 p. 59
자수는 침수에 따라서 공임이 달라집니다. 침수는 바늘이 움직이는 횟수를 말하는데, 자수 크기가 커도 침수가 적으면 단가가 내려갈 수 있고, 크기가 작아도 침수가 많으면 비쌀 수 있죠. 면은 천이 늘어나면서 글씨가 찌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작은 글씨는 자수로 놓기 어려울 수 있어요. 매끄러운 직기 소재, 바닥면이 늘어나지 않는 소재를 쓰면 작은 글씨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 p. 91
티셔츠는 디자인은 물론 봉제 방법도 다양합니다. 반팔 티셔츠 네크라인에서 많이 사용하는 봉제 방법은 두 가지로 립 원단을 몸판 원단에 바로 연결하는 방법과 랍빠를 이용해서 두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정 방법이 더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디자인으로 만드는지에 따라 봉제 방법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립은 신축성이 있는 편성물로 늘어나는 부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원단 중에서는 립이 따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 p.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