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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네모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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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20쪽 | 212g | 122*200*20mm
ISBN13 9791167241115
ISBN10 11672411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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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 쏘옥 온몸 내민 쑥부쟁이 투투 툭 봄비 소리 초록이 잠을 깬다 세상의 모든 갈피는 잔물결을 제본한 듯

듬성듬성 구멍을 안고 는개의 궤적을 안고 풀나비 다녀가고 애벌레 찾아온 자리 때로는 몸 기댈 수 있는 당신의 환한 의자

말모이로 남겨놓은 구순 노모의 쑥버무리 두 손 모은 무늬도 있고 흙냄새도 스며있다 그토록 읽고 싶었을 글귀, 내 눈시울 붉어진다

편애 없는 볕뉘 한 줌 슬픔 얹어 품은 생애, 실 눈뜬 기척들이 물관 소리 만져줄 때 촉촉이 빛나는 지문 바람이 채록한다
늘 그 곳에 없는
---「그린북green book」중에서

해름 갯벌 자락 황홀이 숨어듭니다
저녁의 가솔家率인 듯 구멍들이 꿈틀대고

발가락 간질거린 생물
제 안에 길을 냅니다

해산 앞둔 진통에도 당신은 허리를 굽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굵은 저녁을 캡니다

통증도 세상의 안쪽이니
여울처럼 지나간다고

비유도 상징도 가당찮은 몸짓으로
몸이 될 때까지 조가비는 물때 품고

하나로 가득 찬 동심원
맨발로 차오릅니다
---「슬하膝下」중에서

누가 이 고사목에 주석을 달 수 있을까

바람의 고랭지에서 온몸을 녹이고 있다

제 안을 텅 비워놓은 청령포의 비문인 듯

한때는 새들의 노래 곁가지에 새겨놓고

그래서 스스로의 감정 그늘에 드리웠을까

더 이상 쓸쓸할 일 없는, 볕뉘 한 줌 얹혀 있다

통증 같은 망국의 시간 눈을 감고 따라가면

가만히 얼굴 포개준 편운이 내려올 듯

오롯한 직립을 버려 수평이 된 별책別冊이여
---「정선 아우라지 고사목」중에서

1.
어두움 이운 자리 은하수 헤아리며
누군가를 기다렸을 저 파랑의 석순들
부표들 잠든 사이에 깃털 같은 희망을 걸고

깎아지른 면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
발돋음 돌이 되어 하늘을 우러르고 싶네
거울도 비출 수 없는 플라톤의 동굴일까

2.
온전히 자신을 내놓지 못한 길 위에서
새벽달 걸머진 낙타, 떨고 있는 베일 쓴 여자
녹슨 문 떼어낸 빈자리
웅크린 이슬 올올하네
---「동굴 혹은 영원에 대하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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