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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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596g | 170*235*15mm |
ISBN13 | 9791192542195 |
ISBN10 | 1192542193 |
발행일 | 2022년 12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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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596g | 170*235*15mm |
ISBN13 | 9791192542195 |
ISBN10 | 1192542193 |
조선의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들숨소리 1. 밝은 눈으로 천리를 보는 부인의 지혜, 일세에 성공한 대장부의 영광 2. 주인을 위해 원수를 갚은 계집 종, 남을 대신하여 원수를 죽인 의로운 남아 3. 기이한 만남은 전생의 인연이 분명하고 사나운 아내는 생에게 투기를 감히 못하다 4. 해질녘 궁벽한 목숨을 구하려는 나그네, 천한 집 여자를 택하여 몸을 의탁하다 5. 겉으로는 어리석으나 안으로는 지혜로움을 누가 알리오, 본 듯이 앞일을 잘 헤아리는 유성룡의 치숙(痴叔) 6. 사악한 귀신을 쫓아버린 송 상서, 충성을 잡고 절개를 세운 사람 7. 부귀도 그 마음을 빼앗지 못하고 아름다운 여인과 재주 있는 사내가 만났네 8. 신령스런 점쟁이 능력 귀신이 하는 바를 알고 사악한 귀신은 감히 바른 사람을 범하지 못하네 9. 지조 있고 비범한 동정월, 미천한 출신의 이기축 10. 세상살이하면서 악한 일 짓지 마라, 화복은 문이 없으니 오직 부르는 바이다 11.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교만하면 군자가 아니요, 너에게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 12. 선을 쌓는 집에는 경사가 남음 있고 복숭아를 던지니 구슬로 보답하네 13. 열다섯의 신부와 쉰의 신랑, 장수부귀하고 또 사내아이를 많이 낳았네 14. 임금이 어찌 심수공주의 뜻을 알리오! 성남의 걸인이 임금의 사위가 됐다네! 15. 신임이 사람 보기를 귀신같이 점치고 평소 예언은 꼭 들어맞다 16. 입신출세가 누구 힘인가, 스님 스승의 은덕을 잊지 말아라 17. 소인이 어찌 큰 인물의 뜻을 알겠는가, 호걸이 초야에서 늙으니 애석하구나 18. 가엾게도 호걸이 촌에서 늙어가고 십년 경영은 하루아침에 물거품일세 19. 남녀의 혼인은 중천금이요, 신의가 가상한 두 부부 20. 밥 한 사발로 보답을 받은 박 동자, 명쾌하게 일을 처리하는 박 어사 21. 만고에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 지킨 삼부자, 다섯 성 비바람 막아낸 한 사내 22. 만리타향에서 인연이 끊어지고 강가 정자 한 귀퉁이에서 향기로운 넋 사라졌네 23. 귀신같이 길흉을 점치니 인간의 운명은 도망가기 어렵구나 24. 붉은 수염 장군(朱髥將軍)이 오유선생(烏有先生)이 되다 25. 시서를 통달한 부인들의 박학, 문사를 잘하는 여인들의 절창 26. 미침증이 있었으나 그 사람됨은 허물이 없으니, 이것은 때를 못 만난 강개지사라 27. 일대명사 심일송, 천하여걸 일타홍 조선의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날숨소리 |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기인기사록)
한학에 조예가 깊은 물재 혹은 물재학인, 봉의산인 등의 필명으로 야담, 소설, 한시, 논설, 기행문 등 다양한 글쓰기를 했던 송순기, 매일신보 논설부장으로 일하다 36살에 요절했다. 1921년 그가 대한신보에 쓴 야담 ‘기인기사록’은 현토식한자(한문에 토를 다는 것으로 구절과 구절사이에 조사나 어미 등을 붙어 읽는 방법)였다. 연재의 특성상 1700자 내외의 이야기로 이뤄졌고, 상, 하권이다. 이 책은 국문학자 간호윤이 기인기사록 상권을 번역, 해설한 27편을 실었다.
의병장 김천일 부인의 예지담을 비롯하여 일지매와 임백호의 인연, 효종과 이완의 북벌담, 여인들의 박학과 시재담, 자신의 눈을 찔렀던 최북이야기 등 27편이 실렸다.
창의사 김천일 부인의 미래 예측과 방비
글은 여성 영웅담이다. 시아버지에게 곡식을 빌려달라 하고, 김천일에게는 동네의 바둑고수와 내기바둑을 하라고. 그리고 근동의 기갈 있는 이들과 교류하고 곡식을 풀어 민심을 얻으라고, 후일 임진년 일본군의 조선 침공 때, 김천일은 의병을 일으켜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고. 이 이야기는 <청구야담>이나 <계서야담>에 실려있다고 한다. 간호윤의 재미있는 해설이 실려있다.
임진왜란 이후, 고와 갈이 거센소리와 된소리가 돼 코와 칼이 됐다고 말소리마저 변화시킨 것이 전쟁이라…. 이 얼마나 재치있는 해설인가, 또, 이 무렵 조선의 여성 전쟁영웅들(박씨전, 홍계월전 등)이 등장하는 것도 전쟁의 비극과 전쟁을 초래한 부조리한 남성 중심사회와 남존여비라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육되는 여성들에 대한 보상심리였다고….
이런 시각의 시비를 가리는 것은 별 의미 없다. 왜 여성들이 전쟁영웅으로 등장했을까 하는 당대의 시대적 상황을 유추해보는 것이 흥미로울 듯하다. 당대는 사색 당쟁의 시대였다. 동인과 서인, 바다 건너 일본의 전국 통일, 심상치 않은 군사이동, 일본으로 건너갔던 동인 김성길과 서인 황윤길은 각각 의견을 달리했다. 황윤길은 침략 조짐이 있다고, 김성길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글쎄다, 단순하게 당파에 따른 경쟁심리가 국가위기를 초래했다고…. 좀 더 정치하게 살펴봐야 할 일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지만, 또 하나 알아둘 사실은 임진왜란 전의 조선은 남녀상속권은 동등했다. 율곡의 어머니 사임당은 본가에서 생활하고, 아버지 이원수는 사실상 데릴사위였으니. 전쟁 후로 여성의 지위가 하락했다. 아마도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 여성 전쟁 영웅담이 나올 법도 하지 않았을까….
옛이야기는 액면 그대로라기보다는 나온 시기와 당대의 조정 내 권력 구도 등을 살펴보는 점도 중요할 듯하다.
또, 보자. 주인을 위해 원수를 갚은 계집종, 남을 대신하여 원수를 죽인 의로운 남아
누구 이야기일까, 동계 정온이 등장한다. 과거 보러 가는 길에 장례 때 상제가 타는 하얀 평교자를 탄 부인의 뒤를 따르는 계집종이 정온을 보며 추파를 던지는데…. 실은 그 집 주인은 부인과 정을 통한 자에게 죽임을 당했다. 숨겨뒀던 화살을 정온에게 내밀며 살인자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매. 정부를 죽이고 음부마저 죽이려 할 때, 계집종은 모시던 분이라 죽이지 말라고. 이렇게 해서 맺은 인연, 바로 과거에 급제한 후, 정온은 그 계집종을 부실(첩)로 맞이하여 회로 했다고.
실은 정온이 과거에 합격할 때 나이가 42살이고 보니, 뭐가 들어맞지는 않지만, 야담이니 아무튼 이 이야기는 남녀 간의 애정으로 인한 비극은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자신의 몸을 팔아서 주인 사내를 위해 복수한 계집종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또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야담 속에 담긴 시대상 읽어내기
간호윤은 야담을 실은 뒤에 “별별이야기 간 선생 왈”이란 코너에 재미난 해설을 싣고 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과 당대의 사회상을, 남녀 관계와 질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편의 진리인 듯,
이장곤의 이야기, 연산조 갑자년에 사화(선비들이 떼죽음을 당한 일)가 일어 청류가 거의 죽었다. 교리(조선 시대 종 5품 벼슬, 오늘날 중앙부처 과장급 정도라)를 지내다가 목숨을 지키려고 달아난 이 씨는 전남 보성을 지나는 길에 목이 말라 마침 시냇가에 한 처녀가 물을 긷기에 황급히 다가가 물을 청하자 처녀가 바가지에 물을 뜬 후, 냇가의 버드나무 잎을 훑어서 물에 띄워주었다. 이런 인연으로 유기장 집의 사위로 들어가는데…. 중종반정으로 이 씨는 복권되고, 그 처녀는 후부인에 봉해지는데.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이야기는 이장곤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데, 유기장의 딸은 임꺽정에서는 함흥 백정의 딸 봉단이다. 실제로 이장곤이 유기장의 딸과 혼인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장곤을 구해준 운명의 여인인 것만은 틀림없다. 춘향전은 춘향 역시…. 운명의 여인…. 이런 운명 같은 만남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지혜에 관한 이야기
서애 류성룡의 삼촌, 어리숙한 바보로 알려졌다. 류성룡이 안동 본가에 내려왔을 때의 일이다. 평소 바보 삼촌(치숙, 痴叔)은 재능을 숨기고 산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류성룡에게 바둑이나 한판 두자고 청하여, 본색을 드러내니 이에 놀란 성룡에게 삼촌은 일본에서 보낸 자객이 집으로 올 것을 알고, 스님이 오거든 절대 집에서 재우지 말고, 절로 보내라고….
왜 류성룡의 바보 삼촌 이야기가 생겨났을까? 해설이 없으니 알 턱은 없다. 진짜로 그의 집안에 치숙이 있었는지는…. 임진왜란, 풍전등화 같은 조선을 이끌 지도자로서 류성룡에게는 알려진 것 외에도 지혜가 있는 자들이 숨겨져 있다는 뜻인가,
조선 시대의 야담이란 게 이런 것이요. 내용은 이러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글 속에는 현실과 반대일수도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권선징악, 민화 속에 어리어리한 호랑이는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라, 민초들이 그리는 이상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전설 따라 삼천리의 지명에 얽힌 이야기, 효녀, 효자, 효부의 이야기는 그렇지 못한 사회상을 이상적으로 바꿔보려는 계몽일수도….
이 책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해석해보고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쓴 물제 송순기는 총독부 기관지 대한신보에서 일했다는 점 때문에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다.
간호윤은 단순히 대한신보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로만 볼 수 없다고, “조선인들의 꿈을 훔치는 글”을 쓰지 않았고 우리 고유의 야담 보급에 힘썼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서는 친일의 흔적을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고, 하권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 귀화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전승을 올린 사야가(沙也加) 김충선 이야기가 실려있어 당시 금서가 되기도 했다고…. 실제 모하당 김충선은 가토기요마사 휘하의 좌선봉장으로 침입, 경상좌병사 박진에게 귀순했다. 이후 권율 휘하에서 전공을 세웠다. 선조는 모래(沙)를 걸러 금(金)을 얻었다며 김해 김씨로 사성한다.
물론 친일파가 아닌 척했던 친일파도 수두룩하다. 자력으로 독립을 하지 못한 탓에 친일파청산은 여전히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 책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은 야담집이다. 저자 송순기(1892~1927)는 일제 강점기 때 1919년에서 1927년까지 〈매일신보〉 편집기자, 논설부주임, 편집 겸 발행인을 지낸 근대적 지식인이자 한학에도 조예가 깊은 유학자였다고 한다. 그가 이 야담집을 펴낸 것은 일제 강점기 신문기자 신분이었으니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다만 이 책의 원본은 『기인기사록』(奇人奇事錄)이라고 한자로 쓰였다고 한 것으로 보아 한학자이자 유학을 배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36세의 젊은 나이에 자식을 잃은 슬픔과 지병인 폐질환으로 요절하는 바람에 많은 책을 남기거나 사회 활동의 기록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야담집은 〈매일신보〉에 연재된 것을 모으고 더 첨가해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전해진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매일신보〉는 1904년 7월 18일 영국인 배설(裵說 , Ernes Thomas Bethell)이 창간한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를 일제가 사들여 국권침탈 직후인 1910년 8월 30일부터 ‘대한’ 두 자를 떼고 〈매일신보(每日申報)〉로 개제한 것이다. 경영상으로는 일어판 기관지인 〈경성일보(京城日報)〉에 통합시켜서 〈경성일보〉의 일본인 사장과 편집국장 밑에 두어 일제의 한국통치를 합리화하고,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주장하는 논조로 발간되었다.
1920년 초까지의 무단정치 기간에는 〈매일신보〉가 유일한 한국어 일간지였으므로, 이 신문에 이인직·조중환·이해조·이상협· 등이 신소설 또는 번안소설을 발표하였고, 이광수(李光洙)가 데뷔작 『무정(無情)』, 『개척자(開拓者)』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1920년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의 민족지가 창간된 후로는, 민족지와 대립된 논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은 이처럼 저자 송순기가 한자로 쓴 『奇人奇事錄』을 간호윤(簡鎬允)이 편역한 한글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당시 초간본 발행 때는 상·하 2권으로, 현토식(懸吐式) 한문으로 편찬한 신문연재구활자본야담집(新聞連載舊活字本野談集)을 텍스트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신문연재구활자본야담집에는 상·하권 107화가 실려 있다고 한다. 상권(1921)은 51화 203쪽, 하권(1923)은 56화 195쪽이다. 당시 출판사는 〈文昌社〉이다. 이에 따르면 「서(序)」는 녹동(綠東) 최연택(崔演澤)이 썼다. 1910~1920년대는 우리 야담사에 꽤 의미 있는 공간이다. 문학사 속에서 필사와 식자의 여기라는 척박한 토양에 겨우 명맥을 잇던 야담이, 잠시나마 활자본 야담집의 간행으로 독서 대중화를 꾀했던 작품집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인기사록』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이 시기 야담집의 중심에 놓인다고도 한다. 더욱이 시대를 고뇌하였던 야담작가 송순기는 『기인기사록』에 야담의 순기능인 ‘재미’와 ‘시대의 진정성’을 함께 녹여냈다는 평가다.
이 야담집의 특징에 하나 더할 것이 있다면 신문 연재이기에 글자 수에 따른 화소의 전략적 배려 속에 구조화된 야담집이란 점이다. 『기인기사록』은 신문연재야담집이기에 지면 관계상 글자 수를 고려하였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기인기사록』은 모든 작품이 대략 1,700자 내외로 한 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작가가 다른 야담집에서 단순하게 작품을 발췌, 수록할 수 없다는 점과 대충대충 쓴 글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준다.
당시 책 발간 소식이자 광고문안에 "널리 전에 들은 이야기를 채록하고 또 여러 대가의 잡설을 수집하여 혹은 불필요한 글자나 글귀 따위를 지워 버리고 혹은 덧붙여서 자세히 설명하며 혹은 양쪽의 좋은 점을 골라 뽑아 알맞게 조화시켜서 한 편을 만들고 이름을 『기인기사록』이라 하였으니 이 책은 단지 기이한 일과 기이한 이야기만이 아니다."라는 것이 『기인기사록』의 요지인 셈이다. 그러함에도 이 야담집은 그동안 낙장된 ‘상권’으로 미루어 ‘하권’이 있음을 추정할 뿐 그 실체를 찾을 수 없다가, 얼마 전 『기인기사록』(상·하)을 남윤수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다. 그 뒤 남윤수 교수는 상권을 영인하였으며, 이윤석·정명기 교수에 의해 상권의 체계가 분석되어 학계에 소개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책의 내용은 사람을 알아보는 지인지감과 의리를 담은 이야기(1화, 2화, 4화), 남녀의 인연담을 담은 이야기(3화, 7화, 9화, 13화, 14화, 19화, 22화, 27화), 앞날을 내다보는 지혜와 운명을 담은 이야기(5화, 15화, 23화, 24화), 충성과 절개 귀신과 대결을 담은 이야기(8화, 21화), 인간 생활의 기본 원리를 담은 이야기(10화, 11화, 12화, 20화), 스승과 제자의 배움을 담은 이야기(16화), 뜻을 펴지 못한 죄절담을 담은 이야기(17화, 18화, 26화), 뛰어난 여인들의 시재를 담은 이야기(25화) 등이다. 모두 우리네 삶에서 일어날 만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송순기의 요절로 그의 문학 또한 그만큼으로 멈췄지만 문학세계가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고 편역자 간호윤은 말한다. 간호윤은 또 1920년대 지식인 송순기의 대사회적 글쓰기를 한마디로 줄인다면 ‘전방위적 글쓰기’라고 평가한다. 전방위적 글쓰기라 함은 기자로서 기사뿐만 아니라 야담, 소설, 한시, 논설, 기행문, 전(傳) 등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했기 때문이다. 기자 출신이니 충분한 설명이 되리라고 독자 역시 생각한다. 그 중 이 책은 『기인기사록』 상(51화)을 중심으로 1차 번역을 하며 오늘날 우리에게 가치를 줄 만한 작품 27편을 선별하여 대중에 맞게 풀어 엮은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초간본 서문을 쓴 최연택은 "비록 좋은 술이 있으나 맛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하고 비록 옥덩이가 있더라도 다듬지 않으면 그것이 보배임을 알지 못한다"는 속담을 들어 송순기의 『기인기사록』 출간의 의의를 칭송했으며, 문학사적 위치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이 책의 성격과 읽고 배울 것도 많은 내용임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세상에 어떤 이가 이러한 것을 수집하여 간행하려는 사람이 있지만도 대부분 그릇되었고 또 없어져 소략하여 그 전체를 알기 어려우니 안타까울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송물재(저자 송순기의 필명 勿齋) 군은 이 시대의 역사가이다. 송 군은 널리 들어 기억을 잘하고 독실하게 학문을 닦아 지혜가 많은 것이 정평이 나 있다. 이 송 군이 신문 지상에 집필하여 이로써 우리나라의 기이한 사람과 기이한 일을 천하에 알리려고 하였다. (중략) 그중에는 남의 착한 행실을 드러내고 의로움에 감동한 일이 제법 많으니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가르치고 모범이 될 만하다."
편역자 간호윤은 편역한 이유와 의의를 책 서두에 부제로 사용된 「조선인의 들숨과 날숨」을 지어낸 분이고 책의 서두에 「들숨소리 하나」, 「들숨소리 둘」로 나눠 이 책의 발간 과정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기인기사'라. 검은 먹대로라면 맨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란 뜻이다. 허나 글줄을 따라잡다보면 '백문선이 헛문서' 같은 글이 아님을 안다.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로되, 삶의 꼼수와 기술을 터득한 축들이 여봐란 듯이 세상을 휘젓는 꾀부림 이야기가 아니요, 잇속을 얻어 부를 몸에 두르고, 권세를 얻어 머리꼭지에 금관자를 붙이고 '물렀거라' 외치는 권마성 소리만도 아니다. 조금만 살피면 깔깔대며 주고받는 그저 우리네 이웃 사람들의 엇구수한 삶의 소리이다"고 글의 성격을 밝힌다.
그는 또 "야담은 이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탬이 되려는 심결에서 나왔다. 이 책 속에는 재주놀음 하는 이, 풍 치는 이, 바른 맘결을 가진 이들이 나와 저러한 세상을 조롱하기도, 혼내기도, 생글 웃어넘기기도 한다. 때로는 적당히 허구도 섞어작 곁들였지만, 그렇다고 온통 '스님 얼레빗질'하는 흰소리만은 아니다고 강조한다. 여기엔 세상을 꼬느는 꼬장함도, 저기엔 고운 마음결로 평생을 눈물로 산 이들의 삶도, 땀땀이 수놓아져 있기 때문이다. 때론 예리한 붓끝으로 사정없이 세상을 벼리고 불의를 산골하여, 문자의 표본실에 안치해둘 논객의 글발보다도 나은 영채 도는 이야기도 만난다"고 설명한다. 세상에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직접 채록해 저자의 글솜씨로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또 그 내용으로는 우리 이웃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어 마음결 고운 우리의 인심을 설명하기도 하고, 타인의 삶의 도움이 될 일들은 언제나 서슴없이 앞장서 해주는 심성 고운 우리들의 심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간호윤은 「들숨소리 둘」에서 이 야담을 초승달에 비유한다. "야담은 우리네 부대끼는 삶의 실개천에서 건져 올린 초승달이다. 초승달은 음력 초사흗날 저녁에 서쪽 하늘에 낮게 뜨는 눈썹 모양의 달이다. '초승달은 잰 며느리가 본다' 한다. 어쩌다 산머리에 낫 같은 초승달이 걸린들 아무나 보는 게 아니다. 건강하게 하루 삶을 보내고 고개를 들 줄 알아야만 우련한 저 초승달을 본다. 초승달이 앞서야 반짝이는 저녁별도 총총 나온다. 그래 별은 누구나 보지만, 초승달은 누구나 보는 게 아니다. 그림으로 치면 엷은 담묵 기법의 수묵화다. 그래 가만히 산머리를 치어다보고, 화지를 스치듯 지나간 엷은 붓 자국을 훑을 줄 아는 마음이 먼저 선손을 걸어야만 한다. 이렇듯 야담 속에 들어 있는 저 이들의 붓질은 보는 이의 마음이 있어야만 통 성명을 하고 따라잡는다. 모쪼록 이 책을 보시는 분들, 여명 우려든 아침 햇살이 창호 살을 투과하며 빚어내는 그 해맑고도 평안한 창안함이 넉넉한 들숨소리 한 꼭지 만나시기를 바란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편역자 간호윤의 역할이다. 단순히 번역해 싣고 책을 만든 데 그치지 않는다. 100여 개의 이야기 중 비교적 우리 민심에 가깝고 교훈이 될 만한 내용을 기술한 27개를 선정했다. 이후 각 이야기의 끝에 「별별 이야기 간 선생 왈」이라는 별도의 난(欄)을 만들어 편역자 자신의 주석을 첨부했다. 이야기의 배경과 당시의 우리나라나 민심의 방향을 짚어주고, 필요하다면 등장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도 덧붙였다. 또 저자 송순기의 집필 시기와 100년이 지난 2023년 현재 대한민국과 나라 상황, 국민의식의 비교가 가능하다. 이는 이 책을 쓴 송순기의 시대와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켜 저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설령 편역자의 의도가 아니더라도 그것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일이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편역자의 입장과 책의 집필 의도에 맞다고 생각돼 지지한다.
저자 : 송순기(宋淳夔)
송순기(宋淳夔, 1892~1927)는 춘천에서 태어났다. 봉의산인(鳳儀山人)과 물재(勿齋), 혹은 물재학인(勿齋學人)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그는 1919년에서 1927년까지 [매일신문] 편집기자, 논설부주임, 편집 겸 발행인을 지낸 근대적 지식인이자 한학에도 조예가 깊은 유학자였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36세로 생을 마감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기인기사록]은 엄혹한 일제를 살았던 송순기라는 지식인이 우리의 야사, 문집, 기담 따위를 신문에 현토식(懸吐式) 한문으로 연재한 것을 다시 책으로 편찬한 것이다. 평범한 일생을 기록하고 있지만 송순기는 매일신보에서의 발행인의 위치에까지 올라간 것으로 보아 일제에 순응하거나 동조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독자가 다른 백과사전에 등재된 손수기의 인명록에서 일부 발췌해 여기에 싣는다.
송순기는 일제강점기의 언론인이다. 호는 물재(勿齋). 본관은 은진이다. 한학에 밝은 문장가로 알려져 있다. 개화파 한학자인 최영년의 제자이기도 하다. 1919년에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입사했다. 1921년에 편집부 기자, 1922년에는 논설부 기자가 되어 활동했다. 1923년부터 약 4년 동안 매일신보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근무했으며, 1927년 논설부장에 임명된 뒤 얼마 되지 않아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매일신보 기자이던 1921년 1월 1일 매일신보 신년호에 3·1 운동으로 활발해진 조선의 독립운동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그 내용은 독립운동이 일본에 대한 내란이며 조선총독의 문화정치는 조선인과 조선민중을 위한 시의적절한 정책이라는 것으로, 독립운동으로 혼란해진 사회상과 문화정치로 인해 좋아진 점을 일일이 열거하고 있다.
편역 : 간호윤(簡鎬允)
순천향대학교(국어국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학과)을 거쳐 인하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61년, 경기 화성, 물이 많아 이름한 ‘흥천’(興泉) 생이다. 예닐곱 살 때부터 명심보감을 끼고 두메산골 논둑을 걸어 큰할아버지께 갔다. 큰할아버지처럼 한자를 줄줄 읽는 꿈을 꾸었다. 12살에 서울로 올라왔을 때 꿈은 국어선생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다. 고전을 가르치고 배우며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평생 갈 길로 삼는다. 그의 저서들은 특히 고전의 현대화에 잇대고 있다.
『한국 고소설 비평연구』(경인문화사, 2002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기인기사』(푸른역사, 2008),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김영사, 2010),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조율, 2012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새문사, 2014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연암 박지원 소설집』(새물결플러스, 2016), 『아! 나는 조선인이다』(새물결플러스, 2017), 『욕망의 발견』(소명출판, 2018), 『연암 평전』(소명출판, 2019) 등 저서 모두 직간접적으로 고전을 이용하여 현대 글쓰기와 합주를 꾀한 글들이다. 연암 선생이 그렇게 싫어한 사이비 향원(鄕愿)은 아니 되겠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책의 크기도 평범하지 않게 크다.
저자 송순기님은 1920년대 식민지 시대를 살다간 문인 지식인으로 <매일신보> 기자,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고, 자식을 잃은 슬픔에 36세라는 나이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자식을 앞세운 슬픔은 어떤지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을테지만 죽을 만큼 아프다는 건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알 수 있을 거 같아요. 기사, 야담, 소설, 한시, 논설, 기행문, 전(傳) 등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한 문인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니 기인, 기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로 보이기도 하지만 목차의 27가지 이야기 소제목만 보면 기인기사(奇人奇事)라는 느낌보다는 비범(非凡)정도. 100년 전에 쓰여진 책 중 일부를 발췌하여 현재에 출간, 흔하지 않은 일이다. 고전에 해설을 다는 일은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전에 담긴 뜻과 의미를 훼손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 해설과 번역? 오역으로 인해 의미가 모호하거나 원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물며 해설은? 역자 등의 주관적인 내용이 사족으로 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책은 어떨지? 우리 모두 읽어보면 알까요?
제목이나 본문을 읽어보면 현대, 오늘날의 글들과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 이게 1920년대 문체일까? 문체를 바꾸지 않은 건 역자의 의도라고 여겨도 될까?
현명한 며느리로 아들은 의병을 일으키고 피난간 시부모는 산골에서 무탈하게 잘 지내기 된다는 이야기. 있을 법도 한 이야기. 짧지만 강렬한 기사 하나에 설명 하나(별별 이야기 간선생 왈)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잘 읽힌다. 실존 인물의 삶과는 차이가 있으니 글줄 글줄 사이를 주시하여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p17) 설명을 곁들여 준다.
엄한 아버지로부터 첩실을 허락받아 주는 지혜로운 친구, 본처의 질투를 걱정한 아버지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 지금이야 첩은 위법(?)이지만 이혼하고 재혼하는 건 별일 아닌 걸로 생각하는 시대인데, 요절한 남편으로 청상과부로 늙어 죽으면 열녀비를 세워주던 시대이니 기사, 기사에 출현하는 인물들은 기인이다.
연산군 갑자사화에 목숨을 구하기 위해 피신한 이교리, 유기장 딸과 살게 되지만 한량이다. 딸은 지혜롭게 남편을 보살피지만 장인은 그런 사위가 못 마땅하다. 중종으로 임금이 바뀌어 도성으로 돌아가면서 아내를 데려가고 후일 높은 벼슬에 오르고 아내는 후부인이 된다.
희수와 일타홍의 이야기. 일타홍은 대단한 여자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세요~
옛날 이야기, 전설, 구전, 설화 등 이야기에는 살이 붙고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교훈도 담겨있다. 이 책에 실리 27가지 이야기도 재미있고 그 안에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부분도 분명하다. 나머지 24가지 이야기가 많이 궁금하고 <기인기사록> 하의 역서(易書)도 기대하게 된다.
이 리뷰는 몽실북클럽 서평이벤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