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작 이 장자(莊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을 읽었더라면 바다라는 것이 얼마나 큰 것이란 공간개념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사방을 산으로 에워싼 두메고을 합천(陜川)에서 어린 날을 보낸 나는 바다라는 것이 큰 못만큼 밖에 안 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합천에는 잉어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정양(正陽)못이 있다. 그래서 바다라는 것이 아무리 넓다하더라도 그 정양(正陽)못 몇 개쯤이나 되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늘과의 對話者」중에서, 수대학보 75호,1966년 9월 25일)
---「향파 선생의 바다인식」중에서
내가 바다를 처음 본 것은 열다섯 살 때 인천엘 가서다. 그러나 고학을 하느라 밥을 몇 때씩이나 굶던 때의 기아의 여행이어서 그 훤출히도 넓은 바다는 도리어 내게 고독과 절망과 두려움만 몰아다 주었다. 그러다가 정말 바다다운 바다는 몇 해 전인가 국도(國島)에 가서 실감할 수가 있었다. 내가 발을 붙이고선 그 섬 이외엔 글자 그대로 일망무제한 대공간! 바다는 영기(靈氣)를 품고서 저 장장한 하늘과 대화 하고 있는 오직 하나만인 생명체인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세월의 증언자 바다! 바다는 어구(漁具)와 산호(珊瑚)의 울안이기 전에 먼저 이 지저분한 육지에 대한 냉엄한 비평자인 것 같게만 생각이 된다.(「하늘과의 對話者」중에서, 수대학보 75호,1966년 9월 25일)
---「향파 선생의 바다인식」중에서
1963년 12월30일 일어났던 사고로 어선은 침몰하고 선원 전원이 남태평양의 고혼이 되었다. 선장 강정주씨(어업학과 13기생)를 포함하여 최초로 부산수대 졸업생 4명이 바다에서 희생된 사고였다. 이 사고를 접하고 향파 이주홍은 「제2지남호의 영웅들」(1964년 1월 18일 사모아 희생자들의 위령제에서 읊은 조시, 『백경』 7집에 이 시는 게재. 1965, 1, 20)이란 시로 고혼이 된 제자들을 위무했다. 생명을 삼킨 바다를 통해 바다가 내재한 또 다른 측면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가 다음의 조시이다.
지금은 바람을 재우고 / 저 창창한 하늘을 더부러 슬픈 영혼들을 / 달래고 있는가 바다는 ...
지구의 광장, 남태평양의 사모아 / 지금은 망년된 노기를 걷고 사나이들을 오라 / 손짓하고 있는가 바다는...
1내지 2미터 / 미친 휘오리바람에 몸을 물 밑으로 감춘 / 우리의 개척자 제2지남호...
후략...
---「바다는 생명의 원천이자 생명을 삼키는 공간」중에서
향파의 바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근원적으로 당시 수산대학에서 바다로 나아갈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점에서 비롯됨을 무시할 수 없다. 주로 교양국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났다. 수업 시간마다 딱딱한 이론 강의보다는 고전을 통해서 인간의 본질과 삶의 근원적인 사유를 학생들에게 안내한 것으로 전한다. 그래서 바다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 어떻게 바다에 대한 꿈과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을 키워줄 것인가가 향파 선생의 주 관심사였다.1960년대만 하더라도 수대 전체 학생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학생들을 하나로 묶어줄 매개가 많지 않았다. 운동회나 축제는 있었지만, 이때 함께 부를 노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향파 선생은 학생들이 전체로 모여 함께 행사를 할 때, 함께 할 행진곡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작시하고, 이상근 작곡자에게 의뢰하여 1966년 개교 25주년을 맞아 행진곡 〈바다의 아들〉을 창작했다.
---「바다를 향한 관심은 노래가사 작시로 번져」중에서
“여어, 한 쪽으로 두 눈을 몰아붙인 병신 납작이?”
“여어, 배불뚝이 영감, 안녕하신가?”
그러다가 나중엔 꼬옹한 눈을 노려보면서 이를 악문다.
“너 이놈, 내 집에 와서 깨 훔쳐 먹었지!”
“너 이놈, 두고보자, 내 집에 와서 콩 훔쳐 먹은 도둑노움!”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은 파멸에 이르렀지만, 반성은커녕 상대를 서로 원망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끝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하는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가자미와 복장이의 모습을 통해서 어린 아이들에게 분명한 교훈의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아이들을 향한 이야기를 넘어서서, 가자미와 복장이의 이야기를 통해서, 욕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모든 인간들의 본성을 익살과 해학으로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를 의인화한 동화의 세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