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어떠한 역할을 맡아도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이야, 에키. 실력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면 설령 네가 광대역이라 해도, 거지역이라 해도, 세상에서 가장 알아주지 않는 역이라 해도 사람들은 널 가장 알아주고 환호할 거야.”
우선 에르딘은 나무토막을 던져 화로에 불을 지피고 팬을 달궜다. 부엌칼로 양배추를 세로로 잘게 썰고 ‘눈꽃 앙카’ 위에다 달걀을 푼다. ‘눈꽃 앙카’는 말 그대로 눈송이처럼 생긴 고체로 된 버터인데 특히 그 위에다 달걀을 풀면 달걀에 눈이 스며들 듯 녹았다. 달군 팬 위에 ‘니아’나무에서 짜낸 기름을 붓고 기름과 잘 어울리고 간을 맞추는 검은색 액체 ‘코르이 소스’를 부었다. 거기에 먹을 수 있는 식용 흙인 ‘펜버 흙’을 섞는다. ‘펜버 흙’은 펜버 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흙인데 펜버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면 주위의 흙은 나무의 영향을 받아 식용 흙인 ‘펜버 흙’으로 변한다. 이 흙은 시겔 마을에서 유명한 조미료로 순한 맛을 내는 데에 적격이었다.
거기에 미리 준비해둔 토마토 즙을 위에 얹히고 국물이 고운 색이 될 때까지 팬에 달궈준다. 다 조리된 국물을 빈 그릇에 담아놓고 그다음에 앙카가 스며든 달걀에 신선한 고기를 담그는데 달걀에 담긴 고기를 빼내자 우윳빛을 띠며 맛있는 냄새가 퍼졌다. 열을 내는 팬 위에 고기를 올리면 기름이 튀기는 소리와 함께 고기가 익혀졌고 에키는 언제나 이 소리를 좋아했다. 이것으로 축제에 쓰일 고기와 양념 완성. 다음은 샌드위치였다.
코코와 에키 일행은 기분 좋게 지붕을 달려갔다. 특히 오늘은 별들의 축제라고 부르는 〈벨로이의 밤〉이었다. 〈벨로이의 밤〉은 대략 일주일 정도 지속하는데 이날 밤에는 하늘에 있는 별빛들이 지상까지 내려와 지붕에 올라가면 바로 눈앞에서 여러 은하와 별빛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붕 아래 길거리에는 축제 분위기에 실컷 취해있는 사람들이 시끌벅적 떠들고 있었다. 가게에서 음식을 굽고 있는데 차가운 바람에 달콤한 냄새가 흘러왔다.
“하하하.. 하하하하!” “야호!”
코코는 흥분에 휩싸여 계속 달리는 바람에 살짝 발목이 삐고, 무릎도 부들거리고, 숨이 가빴지만 계속 달리고 싶었다.
거기서 마침 부판은 ‘아움’이라는 동물을 만났다. 토끼처럼 생겨서 빗자루처럼 기다란 꼬리, 입에는 방금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묻은 것처럼 얼룩졌고 귀에는 백설처럼 하얗고 커다란 깃털이 솟아있었다. 아움은 사람의 속마음을 엿보고 가장 필요한 것을 알려준다는 동물이었다. 아움은 눈짓을 하더니 따라오라 일렀다. 부판은 아움과 함께 마음 놓고 어둠 속을 걸어갔다. 시간이 늦었지만, 집에는 어차피 신경 쓸 사람이 아무도 없다. 부판은 동물을 따라 밀다 숲 깊숙이 들어갔다. 평소에도 많이 와본 곳이지만 오늘따라 사뭇 다르게 보였다. 사람도 안 보이니 집 생각도 나지 않았다.
“황금색 왕의 칙령이요. 아주 오래전 〈파괴의 왕〉에게 처참하게 망가진 에우니는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오히려 서로 불신하며 나라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소. 이것을 본 우리 폐하께선 지금까지 이어졌던 악순환을 끊어버리고 하나의 나라, 하나의 제국을 건설하리라 결심하셨소. 지금부터 이 마을의 관리는 인구, 가축의 종류, 수, 식량은 얼마나 있으며 토지는 얼마나 큰지 상세히 적어 보고서를 올리시오. 거기에 지금까지 마을에서 멋대로 시행되었던 관습, 법, 종교, 문화, 전통은 모조리 폐지하고 대왕께서 정하신 관례에 무조건 복종하시오.”
에키가 목소리를 내자 동굴처럼 울려 퍼졌다. 구멍 깊숙한 곳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굉장히 큰 짐승 같았는데 그 정체는 ‘알피’였다. 거대 지네처럼 생겨서 땅에 거름을 주고 비가 오는 날에는 땅속에 들어가 거대한 원형 구멍으로 물을 받아먹는다. 다행히 난폭한 성격은 아니어서 다른 동물을 해치지는 않지만, 게으르고 갇혀있는 성격이라고 한다. 저길 보니 줄기가 덩굴지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거대한 ‘코유니 참외’였다.
에키는 신이 나 눈에 보이는 코유니 하나를 손에 쥐고 아작아작 씹어먹었다. 코유니는 평범한 참외보다 맛이 진하고 달콤했다. 겉면은 물을 감싼 것처럼 막을 형성하여 맛을 더욱 신선하게 보존할 수 있었다. 아주 오래전에 미다가 교실에 가져온 걸 먹어본 적이 있는데 긴 시간이 흘렀어도 그 맛만은 잊지 않았다.
“자네들 눈에는 내가 괴물로 보이겠지. 허나 내가 하는 건 모두 바른 세상을 위함임을 잊지 말게. 문화와 전통의 차이는 곧 생각의 차이를 유발하고, 생각의 차이는 곧 증오와 분쟁을 일으키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배척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본성이니 나는 그것을 막고자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것이야. 하나의 문화, 하나의 전통만을 갖게 된다면 어떠한 갈등도 문제도 없이 우린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일세.”
신비로운 보라색과 노란색이 섞인 나뭇잎. 나무에서는 자체 발광이 되는 것처럼 은은한 빛이 맴돌았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새들도 매우 조용하고 차분히 움직였다. 매우 두껍고 단단한 몸통을 지닌 오래된 고목들, 파란색 반딧불이 무리가 풀잎에 앉자 땅을 푸른색으로 물들였다. 신비로운 안개, 가끔 보이는 인공적으로 쌓인 돌들, 바위 위에서 명상하고 있는 사람. 북극곰처럼 하얀색 털을 지닌 원숭이들이 나무 위에서 한적하게 잠자고 있다.
저기 있는 ‘이카시 고양이’는 야옹거릴 때마다 피리를 부르듯 음색이 은은했다. 털은 검은색이었는데 집중을 하거나 근육에 힘을 줄 때마다 반딧불이 같은 밝은 빛이 나와 신기했다. 나무 위에서 지켜보다 에키가 손 인사 하니까 ‘키비’는 귀엽게 내려와 에키의 머리 위에 앉았다. 키비는 강아지처럼 생겼지만,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꼬리는 원숭이처럼 길었고 발로 땅을 밟을 때마다 귀여운 소리가 났다. 머리 위에 앉은 키비는 에키의 머리카락을 물어 이리저리 묶더니 매듭을 지었다.
어떤 동물은 기운도 없이 무뚝뚝하게 인사하는 게 에키가 아는 누군가와 닮은 듯했다. 그 동물은 ‘비저’라고 불리며 코알라처럼 생겼는데 이마와 볼에는 가로선 문양이 있고 눈알은 철처럼 매우 단단하고 초점이 안 보였다. 등에는 퇴화한 날개가 달렸는데 화가 나면 활짝 펼친다는 괴담이 있었다.
“하하, 쟤는 꼭 버럭 선생님 같네.”
비저 옆에는 ‘로밀’이라고 불리는 햄스터처럼 생긴 동물이 있었는데 생크림 꿀을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양팔 모공에는 꿀 같은 즙이 흐르고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가 났다. 또 로밀들은 언제나 떼를 지어 다니는데 커다란 로밀의 어깨나 목에 작은 로밀 2~3마리가 얹혀 다니는 건 흔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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