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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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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15쪽 | 145*200*13mm
ISBN13 9791188323982
ISBN10 1188323989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무엇을 결론할 수 없을 때, 가장 무난한 결론인 무엇을 무엇이라 하지 않는 순한 바람이 반쯤 열린 쪽창으로 들어온다. 그러나 생이라는 내 마음 상자에 가득 찬 욕망이 삶을 움켜쥐고 놓지 못한다. 오늘처럼 나비 앞에서의 멈춤도 나비인형을 쥔 저 어린이 같은 내 어린 날의 순수이기보다는 내 의식의 무거움에서 오는 것일 터, 또 하나의 집착이 화강암에 눌리는 것 같다.
--- p.16

우울감이 스며들 때마다 책을 든다. 덩달아 인공누액을 찾는 횟수도 더 잦아졌다. 인공일지언정 내 눈을 있게 하는 눈물.사유의 이면에 존재할 유크로니아 같은 시간을 소망하며 내 사유의 안구에도 한 방울 투여한다, 뻑뻑한 이 시대에도.
--- p.40

책장을 넘긴다. 책 속의 삽화처럼 어떤 기억은 오랫동안 의식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이미지화 되어 어느 순간 생생히 떠오르곤 한다. 그것은 아마도 세상에는 정이 아직 살아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 p.77

농담인 양 웃음을 잃어버린 것이냐 묻던 지인의 말에 의하면 나의 내면에는 웃음이 부재한 게 아니며 있었음을 전제한다. 잃어버린 것이든 잊어버린 것이든 웃음에 관한 인간의 인식이 시대마다 달리 적용된 것은 시대에 투영된 가치나 이념에 의해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화면에 베르나르의 유머가 중첩된다.
--- p.106

수천 년이 흐른 후에도 싹을 틔운다는 연의 씨앗은 음과 양을 동시에 내장하고 있는 듯하다. 폭염과 폭한도 두려워하지 않는 의연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한여름의 연지가 한겨울의 연지와 닮은 이유이며 사람살이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극한과 극염이 다르지 않은 것처럼 무연히 자화磁化하는 연지가 상처는 스스로를 보듬어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했다. 나는 그것을 살아내야 할 내 삶의 페이지에 받아 적었다.
--- p.155

욕심을 덜어내면 덜어낸 만큼 세상과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그 공간을 통해 소통의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나의 마음에도.
--- p.176

나는 내 삶의 나무에 싹이 나고 잎이 자랄 무렵부터 외로움과 놀아야 했다. 확고한 신념이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어린 나무는 뿌리를 내리는 데 무척 힘들어 했다. 소나기가 오고 바람이 불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생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면 피할 수 없는 필연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여린 나는 단단해질 수 있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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