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대기와 온실가스
1. 대기
1-1. 대기의 개요
지구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행성들과는 달리 대기로 둘러싸여 있다는 것이다. 지구에는 대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생존 가능하다. 대기는 인간과 동물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산소와 식물이 필요로 하는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며, 더불어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수분을 계속 공급한다. 대기는 지표가 너무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것을 방지하여 다른 행성과 다르게 생명체가 생존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며, 대기는 또한 대부분의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태양의 자외선 복사로부터 지구를 보호한다. 대기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공기는 특정 기체가 아니고 산소와 질소가 중심이 되는 다양한 기체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의 공기는 미량이지만 그 양이 계속해서 변하며, 불순물로 분류될 수 있는 고체와 액체 입자를 포함하고 있다. 부유 미립자는 대부분 미세하기 때문에 공기 중에 부유한다. 또한 대부분의 공기는 일부 기체 불순물도 포함한다. 순수한 대기는 무색, 무미, 무취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불순물을 포함한 기체는 보통 냄새가 나며, 미세한 고체와 액체 불순물이 햇빛을 반사하거나 산란시킬 수 있을 만큼 큰 입자로 성장하면 눈으로 볼 수 있다. 대기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구름은 응결핵으로 작용하는 미립자를 중심으로 작은 물방울의 수적(水滴) 또는 작은 얼음 결정인 빙정(氷晶)이 병합하여 형성된다.
1-2. 대기의 구성
대기는 인간과 동물의 호흡, 그리고 식물의 호흡과 같은 생물학적 과정, 화산폭발과 같은 물리적 과정에 의해 기체 분자는 대기와 지표 사이에서 상호 교환이 일어나며, 기체 간의 화학반응으로 생성되거나 제거되기도 한다. 대기는 대부분 지표면 위에 존재하지만, 일부는 지표 밑으로도 확장된다. 기체는 이동하여 빈 공간을 채우기 때문에 암석과 토양의 틈새와 동굴로 스며든다. 공기는 생명체의 혈액과 지구의 물에 용해된다.
대기 중 기체는 일정한 농도의 유지 여부에 따라 영구기체(permanent gases)와 변량기체(variable gases)로 분류할 수 있다. 영구기체는 대기 중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기체를 말하고, 변량기체는 대기 중의 농도가 시간과 공간에 따라 분포가 변하는 기체를 말한다. 영구기체는 고도 80km 이하의 대기에서 나타나고 대기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처럼 80km 이내의 대기는 화학적으로 균질하기 때문에 균질권(homosphere)이라 부르기도 한다. 균질권 위의 층을 비균질권(heterosphere)이라 부르는데, 수소와 헬륨과 같이 가벼운 기체일수록 높은 고도에 더 많이 분포한다. 고도에 따라 성분이 변하기 때문에 비균질권에는 영구기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비균질권이 차지하는 질량은 미세하므로 세부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균질권에 대해서 소개한다.
(a) 영구기체
균질권의 대부분은 질소와 산소가 차지하며, 그 외에 적은 양의 비활성기체인 아르곤과 네온, 미량의 기타 기체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 중의 질소는 질소원자가 쌍을 이루어 하나의 분자(N2)로 이루어져있다. 질소는 안정된 기체로서 영구기체 총 부피의 약 78%, 총 질량의 약 75.5%를 차지한다. 두 번째로 많이 차지하고 있는 기체는 산소로서 영구기체 총 부피의 약 21%, 총 질량의 약 23%를 차지한다. 산소는 모든 생명활동을 유지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질소와 산소가 영구기체의 99%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는 아르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르곤의 제거과정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체류시간이 아주 길다. 영구기체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는 지구상의 생명체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소는 유기물의 연소와 부식, 화산 폭발, 특정 암석의 화학적 풍화에 의해 대기로 배출되며, 그중 일부는 생물적 과정과 강수, 강설에 의하여 대기에서 제거된다. 전체적으로 질소 기체의 증감은 균형을 이루고, 결과적으로 대기 중에 안정하게 유지된다. 산소는 식생에 의해 대기로 배출되고 다양한 유기와 무기 과정을 통해 제거된다. 산소 총량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대기의 나머지 1% 부피의 대부분은 비활성 기체인 아르곤으로 구성된다. 세 가지 주요 대기 구성 기체인 질소, 산소, 아르곤이나 매우 소량이 존재하는 네온, 헬륨, 크립톤, 수소는 기상과 기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b) 변량기체
변량기체는 대기의 총 질량에서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희박하지만 양의 변화가 매우 크고, 일부 기체는 날씨와 기후변화 등 대기의 특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수증기(H2O)]
기체 형태의 물은 수증기(water vapor)이다. 수증기는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구름과 강수는 액체나 고체 상태의 물로 구성되어 있어서 눈으로 볼 수 있다. 수증기는 열대해양과 같이 따뜻하고 표면이 습한 지역의 대기에 풍부하며, 전체 대기 중 수증기의 총량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변량기체는 시간에 따른 변동성보다는 위치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수증기는 모든 구름과 강수의 근원으로 기상과 기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수증기는 대기의 수많은 가열과 냉각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증기는 대기 총 부피의 0.25%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변량기체 중 가장 많다. 대기 중 수증기는 지표로부터의 증발로 공급되고, 대부분 5km 고도 내에 존재하며, 농도는 일반적으로 고도가 증가함에 따라 급격히 감소한다. 대기 중의 얼음 결정과 액체 입자들은 비, 눈, 진눈깨비, 우박 등의 형태로 대기로부터 제거된다. 대기 중에서 수증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수증기 농도의 작은 변화에도 상대적인 변화폭이 크게 여겨진다. 참고로 더운 열대 지방의 지표 근처에서는 수증기 농도가 최고 4%에 이르나 추운 극지방이나 사막에서는 1% 미만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적은 양임에도 불구하고 수증기는 기체 중에서 매우 중요한 성분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구름형성에 필요한 수분의 공급원일 뿐만 아니라 지표로부터 방출되는 장파복사에너지의 매우 효과적인 흡수체이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응결하여 액체와 고체형 구름입자를 형성할 때, 엄청난 양의 잠열을 발생하기도 한다. 잠열은 뇌우, 태풍과 같은 폭풍우를 일으키는 대기의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더욱이 수증기는 지구에서 내뿜는 에너지의 일부를 강력히 흡수하는 중요한 온실 기체 역할을 한다. 이처럼 수증기는 지구의 열에너지 균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증기는 기체분자로 존재하기 때문에 작은 물방울과 다르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즉 액체나 고체 분자와 달리 수증기 분자들은 서로 결합되어 있지 않으며, 수증기의 분자 간 결합 형태는 질소, 산소나 다른 대기 중의 기체와 유사하다. 그러나 다른 기체와는 달리 지표나 대기 중에서 쉽게 고체나 액체의 형태로 변할 수 있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이산화탄소(CO2)]
이산화탄소는 대기 총 부피의 약 0.037%를 차지한다. 이산화탄소는 식물과 동물의 호흡과정, 유기물의 부패, 화산활동, 자연 및 인위적 연소 등에 의해 대기 중으로 유입된다.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변환하는 광합성 작용으로 제거된다. 바다 표층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유기조직에 고착시키기 때문에 바다는 거대한 이산화탄소의 저수지 역할을 한다. 바다 표면에 직접 녹아드는 이산화탄소는 바다 깊숙이 들어가 떠돌아다닌다. 바다 속에는 대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 전체량의 50배 이상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도한 화석연료 소비와 산림파괴로 인해 195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농도가 해마다 증가하기 시작해서, 1960년대에는 매년 0.8ppm, 1980년대에는 매년 1.6ppm, 그리고 2000년대에는 매년 2.0ppm씩 증가하여 2021년에는 414.7ppm을 나타내고 있다. 이 수치는 2020년에 비해 2.66ppm이 증가한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중요한 이유는 이산화탄소가 지구복사에너지를 흡수하여 지구표면의 대기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지금 추세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게 되면 2100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의 2배로 늘어나면서 심각한 온난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초봄에 가장 높고 늦여름에 가장 낮게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겨울철 동안 식물 생장이 더딤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적어지고 낙엽이 겨울철에 부패되면서 산화되어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방출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광합성이 활발해지면서 이산화탄소 제거량이 증가하여 이산화탄소 농도는 낮아지게 된다. 광합성작용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생성하지만, 대기 중 산소 농도는 계절에 따른 변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광합성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산소량은 기존 대기 중의 산소량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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