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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마주한 봄은 멍멍이에요

리뷰 총점9.6 리뷰 290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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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20g | 128*188*20mm
ISBN13 9791191947069
ISBN10 119194706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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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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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상황이 이해된 순간, 새까만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 아무래도 혼자가 된 것 같았다. 어둡고 인적 없는 골목길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하늘에선 눈이 계속해서 내렸다. 우…… 우…… 하늘하늘 떨어지는 눈송이들 사이로 봄이 작게 울었다. 개도 눈물을 흘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개는 거짓으로 우는 법이 없어 정말 슬프거나 고통스러울 때만 눈물을 흘린다. 봄의 무구한 눈망울이 눈물로 축축이 번져갔다. 관리되지 못해 꼬질꼬질하게 기름진 봄의 하얀 머리털 위로 새하얀 눈이 쌓여갔다.

초여름에 첫 주인을 만나 그해 겨울에 버려진 봄. 봄이 버려진 그날은 하필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고요한 밤이었다.
---p.25

겨울이 사람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된 것도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겨울은 엄마와 눈을 마주할 때마다,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 버르장머리 없다는 말도 들었고,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다 눈을 슬며시 피하면 또 무엇을 숨기냐며 갖은 모욕을 들었다. 대체 어떤 눈빛을 하고 있어야 하고 또 언제 눈을 마주치고 언제 눈을 피해야할지 알 수 없어 겨울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엄마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누군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기에 겨울은 그냥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기로 했다. (중략) 겨울은 언젠가부터 스스로를 학대당할 만한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했다. 겨울이 타인의 폭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가 딸에게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 바로 여기 있었다.

엄마는 겨울을 사랑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겨울이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 p.38

거실 한 가운데 개 한 마리가 엎드린 채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걸까. 원래 이 집에 살고 있었을까. 그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한 공간을 저 털복숭이와 나눠 쓰고 있었다는 뜻? 아니,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겨울은 오랫동안 집을 비운 적이 없으니 한 공간에 있었다면 적어도 한 번은 마주쳤을 것이다. 그러니 아마도 조금 전 반딧불이에 정신이 팔린 사이 녀석이 열린 현관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했다.

개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겨울이 거실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데도 한 번을 깨지 않았다. 겨울은 아까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개를 바라보았다. 개는 가까이 다가가기 부담스러울 만큼 지저분했다. 문득 겨울은 고개를 돌려 거울로 자신의 전신을 바라보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자기 몰골도 더하면 더했지 개보다 나은 상황은 아니었다.
--- p.92

손가락을 물고 있던 봄의 턱에 조금씩 힘이 풀렸다. 격렬하던 몸의 저항이 서서히 진정되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던 심장도 제 속도를 찾았다. 따뜻한 품이었다. 이윽고 봄은 겨울의 손가락을 놓아주었다. 그리곤 지친 눈으로 겨울의 팔에 가만히 턱을 기댔다. 아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안심이 될까. 꼭 콩이가 곁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한번 풀린 긴장은 겹겹이 걸어두었던 경계의 빗장을 모조리 무너뜨려버렸다. 순간 몸에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이 낯설지만 아늑한 소녀의 품에서 봄은 좀 더 오래 쉬고 싶었다.
--- p.101

여자의 가게를 떠나 먼 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봄은 겨울의 점퍼 안에서 풀이 죽은 듯 잠자코 있었다. 겨울은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고 마땅한 가야할 곳도 없었다. 발걸음은 그렇게 정처 없이 이어졌다. 몇 시간이 지나고 큰 사거리를 지나 한 개천가에 다다랐을 때, 겨울은 걷기를 멈췄다. 잘 정비된 개천은 끝도 안 보이는 곳에서부터 이어져 역시나 끝을 알 수 없는 곳까지 뻗어나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머리 위에서 화가 난 듯 이글거리던 태양은 어느덧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붉은 빛으로 지고 있었다. 겨울이 멍한 표정으로 후드를 벗었다.

더위가 한풀 꺾이며, 개천가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가볍게 러닝을 하는 사람들, 가족끼리 산책을 나온 사람들 등등.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이 개천 위로 떨어져 눈부신 물비늘로 잔잔하게 출렁였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겨울은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빈 벤치를 찾은 겨울은 봄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사료와 물을 꺼냈다. 봄이 사료와 물을 먹고 있는 사이, 겨울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개천가 한쪽엔 전신주 높이로 마을 안내 표지판이 큼직하게 서 있었다. 겨울은 고개를 들어 표지판을 바라보았다. 마을 이름이 독특했다.

“새…… 봄…… 마을?”
마을이름에서 봄이란 단어를 발견하자 겨울은 괜히 반가웠다.
“봄아, 이 마을에 니 이름이 들어있어.”
겨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봄도 먹는 행동을 멈추고 표지판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겨울이 혼잣말처럼 봄에게 물었다.

이 마을에 가면 말이야, 봄아…… 우리 인생도 새봄을 맞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애매한 대답처럼 미지근한 바람이 겨울의 얼굴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날렸다. 어처구니없는 망상이었지만 겨울은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을 이름에서 퍼져 나온 희망이 겨울을 새삼 들뜨게 했기 때문이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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