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 판단, 생각, 느낌을 만들어내는 이해할수없을정도로복잡한생물학적컴퓨터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개념을 불편하게 여길 것이다. 사실 정신이 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모든 뇌가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간성이 오롯이 물리적인 뇌에서 유래했음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계산기가 웹서핑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듯. 뇌 역시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설계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뇌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세계로부터 데이터를 습득하고, 그 정보를 분석하고, 저장하고, 처리해서 우리의 생존 가능성과 번식 가능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행위와 행동을 출력하도록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다른 계산 장치들과 마찬가지로 뇌도 버그와 한계를 갖고 있다. 편의를 위해 과학 전문용어 대신 컴퓨터 용어를 빌려와서 사람 뇌의 온갖 한계, 결함, 기벽, 편향 등을 모두 버그bug라 표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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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없는 달빛을 지침으로 삼아 비행하지만 도달이 가능한 램프나 촛불의 빛 때문에 나방의 내부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스컹크는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자동차와 마주치면 그대로 자리를 지키면서 180도 돌아서서 꼬리를 들고 다가오는 자동차에게 냄새를 뿌린다. 사람의 수많은 브레인 버그와 마찬가지로 이 버그도 동물이 진화적으로 미처 대비하지 못한 세상에서 살게 되어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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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각을 황홀하게 만드는 유명한 화가들의 이름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청각을 유혹하는 음악가들을 숭배한다. 아마 당신은 유명한 요리사의 이름도 알고, 유명한 향수 제조자의 이름은 몰라도 유명한 향수 하나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섯 개의 감각 중 네 가지를 다루고 나면 촉각이 남는다. 촉각에서만큼은 피카소도, 모차르트도, 토마스 켈러(유명한 요리사 - 옮긴이)도, 에르네스트보(향수샤넬No.5를만든사람)도 없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촉각을 DVD, mp3 파일, 냉장고, 향수병 등에 보관할 수 없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촉각 자극은 떨어져 있는 상태로 경험할 수 없다. 촉각은 우리의 감각 중 가장 긴밀하고 직접적이다. 예술의 세계에서는 제일 무시당하고 있는 감각이지만 촉각은 고통, 차가움, 따듯함, 매끄러움, 거칠음, 가려움, 따끔거림 등 대단히 인상적인 감각의 팔레트를 갖고 있다. 촉각은 발을 찧었을 때의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섹스의 황홀경에 이르기까지 다른 감각들은 엄두도 못 낼 다양한 감각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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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당장은 100달러를 받을 수 있고, 한 달 후에는 120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한 달을 기다려서 20달러는 더 받을 수 있다면 아주 짭짤한 수익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경제학자라면 한 달을 기다렸다가 20달러를 더 받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당장 100달러를 받는 쪽을 선택한다. 즉각적 만족immediate gratification을 추구하는 이런 편향을 시간할인temporaldiscounting이라고 한다. 이것은 잠재적 보상에 대해 인식하는 가치가 시간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즉각적인 시나리오와 미래의 시나리오를 비교하는 판단이 실제로 비이성적으로 이루어질 때가 많다. 위에 든 사례는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도 단기적인 조건과 장기적인 조건을 저울질해야 하는 결정을 계속 내리고 있다. 지금 당장 TV를 구입하고 여섯 달 동안 이자를 낼까, 아니면 현금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살까? 저렴한 휘발유 자동차를 살까? 아니면 장기적으로는 환경에도 좋고, 기름 값도 아낄 수 있지만 당장은 가격이 비싼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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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반에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실용적인 쓰임새가 없어서, 그 금전적 가치는 오직 다이아몬드가 욕심낼 만한 희귀한 물건이라는 믿음에 달려있었다. 이것이 다이아몬드 시장을 사실상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던 드비어스De Beers라는 회사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1938년에 드비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W.에이어N.W.Ayer라는 광고대행 업체를 고용한다. 에이어에서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새로 설정함으로써 판매량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이아몬드와 사랑 사이의 연관성을 대중의 집단 이성에 각인시켜 젊은 남녀들이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낭만적인 구애의 핵심으로 바라보도록 구슬려야 했다. 에이어의 카피라이터가 결국 영원히 남을 슬로건을 만들어 내면서 이 광고 전략은 그 정점을 찍게 된다. 그 슬로건은 바로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Adiamondisforever”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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