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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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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28*182*20mm
ISBN13 9788960216907
ISBN10 896021690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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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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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당신 앞에 마주 설 때
그저 멋진 그림을 보여 주기 위해서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직 벽을 알지 못하는 말이다

벽은 거울처럼 자신을 비춰 줄 수 없어서 답답하다
당신이 즐거워하는 멋진 꿈을 떠받들며
그렇게 기우뚱거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등줄기를 곧추세워야 하는지에 대하여
하얗게 초승달이 돋고 질 때마다
크고 작은 당신의 추억들을 쓸어안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아픔을 간직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그러나
홀로 흔들리며
당신 뒤에 숨어서 쓸쓸히 살아온 벽
사랑이란
하나씩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라는

벽은 오늘도
당신의 하늘을 향하여
자꾸만 구부러지는 허리를 뒤로 팽팽하게 잡아당기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촘촘히 박힌
못들을 보듬을 것이다

끝내 등을 보이지 않는 벽
한사코 껴안고 살라 하는 벽

여태껏
녹슨 못 자국 하나 가져 보지 못하였다면
눈물 젖은 무릎 한 켤레 가져 보지 못하였다면
벽에 대하여
어리석음에 대하여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벽을 말하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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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호 시인의 시 세계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불화를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직시하고 그를 비판하거나 경고하는 경향을 취하기보다는 세계를 긍정하고 포용하면서 조화를 이루려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조기호 시인은 섬세한 심안心眼으로 삶의 이면에 감추어진 의미들을 들춰내 보인다. 삶이 흥겹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님을 시인은 잘 알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측면에서 조기호 시인은 비관적인 낙천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시는 우리 시대에 힘겨운 삶을 견디며 살아가는 소외된 존재들, 사라져 가는 존재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보낸다. 그 존재는 때로 시인 자신이 되기도 하며 ‘숯’, ‘낙타’, ‘돌’과 같은 은유적 등가물이 되기도 하고 ‘다순구미’에서의 그리운 유년기가 되기도 한다. 그의 시에서 읽히는, 순박해 보이는 무지개는 목포라는 빛과 어둠의 스펙트럼이 만들어 내는 웃음과 눈물의 다른 이름이다.
- 박성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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