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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양

백귀야행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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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544쪽 | 630g | 140*195*35mm
ISBN13 9788990028853
ISBN10 89900288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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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라는 것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분명히 배 속인지 가슴속인지 머릿속인지, 어딘가 그 언저리에 흐릿한, 무언가 감정 같은 것은 있다. 그것은 처음부터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이 아니다.
감정은 그것을 설명할 말이 있어야만 비로소 감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할 때까지는 슬프다와 힘들다와 괴롭다의 차이는 별로 없다. 어쩌면 전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슬프다는 말을 고르고, 그것에 부정형(不定形)의 무언가를 끼워 맞춰서 입 밖에 내야만 비로소 그것은 슬프다는 감정이 되는 것이다.
---「 열일곱 번째 밤 ‘아오뇨보’ 」중에서

세키구치는 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다. 정확하게는 한 학년 아래지만, 성인이 되고 나면 선배고 후배고 없다.
추젠지도 오랜 친구다. 세키구치와 같은 학년이니 나이는 아래일 테지만, 학생 시절부터 연하라고 느낀 적이 없다.
레이지로가 이 세상 것이 아닌 다른 것을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추젠지는 어떻게 꿰뚫어볼 수 있었는지――그것은 모른다. 모르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추젠지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도,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다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모순은 풀린다.
---「 스무 번째 밤 ‘메쿠라베’ 」중에서

그리고 레이지로는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을 보았다. 눈은 점점 늘어나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 세상은 눈투성이가 되었다. 그것은.
그것은――전부 자신의 눈이다. 자신의 세계는 자신이 만드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인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다. 이 세상에 이상한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수많은 눈도 전부 물고기의 눈과 똑같다. 공허하지만 청렴하다. 거기에 슬픔이 보인다면 그것은 자신이 슬프기 때문이다. 인간은 모두 더럽고 추하고 어리석지만, 그래도 아직 버릴 것은 아니다. 의외로 세상은――재미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스무 번째 밤 ‘메쿠라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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